상품명 곳곳 '마약'
용어 폐지 놓고 논란도

시중에서 흔힌 접할 수 있는 '마약 김밥'. [연합]

'마약김밥', '마약떡볶이', '마약베게'…. 최근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수 사건' 등으로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에 나서는 등 마약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가는 가운데 '상품명'에 '마약'이라는 용어가 남발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도의회 박세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생안전지역(학교 반경 200m 내)에서 마약류 등 사회윤리를 현격히 침해하는 상품명·상호 등의 사용 현황에 대해 교육장과 학교장이 실태점검을 해 공개하고, 개선을 권고하는 내용의 '경기도교육청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조례안'을 지난달 대표 발의했으나 상정이 보류됐다.

이 조례안에 대해 도의회 입법정책담당관실은 "소상공인들의 상표권 제한 및 영업의 자유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간판 및 제품 포장 교체에 필요한 비용 지원의 필요성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또 '마약베개' 상표등록과 관련한 재판에서 특허법원이 "상표에 마약이라는 명칭이 들어 있다는 것만으로 선량한 풍속이나 공공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한 내용을 첨부했다.

 "음식은 맛이나 상품 가치로 승부를 보는 만큼 상호명에 마약이 들어가지 않도록 규제하더라도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추후 사회적 분위기를 살피며 관련 조례안 재발의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례안 상정은 경남도의회에서도 시도됐다. 지난해 6월 약사 출신인 경남도의회 윤성미(국민의힘) 의원이 '경상남도 우리말 바르게 쓰기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대표발의해 상임위원회에서는 원안 의결됐으나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당시 윤 의원은 "청소년 마약문제가 점차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마약김밥', '마약떡볶이', '마약베게'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식품의 명칭 또는 상호를 마약의 심각성도 모른 채 쉽게 사용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시키려고 발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조례안은 다른 의원이 "우리말 바르게 쓰기 조례 개정으로 그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는 반대 토론 이후 표결 끝에 부결됐다.

마약이 상품명에 따라붙는 사례는 특히 음식에 많다. 부산지역의 경우 주요 포털에서 '부산 마약'을 검색하면 맛집을 중심으로 최소 50곳 이상이 뜬다. 김치찌개, 국밥, 떡볶이, 보쌈, 칼국수, 김밥 등 상호에 '마약' 수식어가 붙어있다.

전북 전주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마약 육전'도 팔고 있다. 

잇따라 지자체를 중심으로 조례안 등이 발의되자 마약 용어를 제도적으로 제한하고 금지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강동호 인하대 한국어문화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마약 근절을 위한 명분으로 '마약'이라는 어휘를 금지하고 언어를 검열해야 한다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서  "더 심각한 문제는 언어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검열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어의 자유'라는 기본 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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