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檢이 내게 유리한 증거 삭제하거나 미제출해 1심 유죄 영향"

(왼쪽부터) 문무일 검찰총장, 이완구 전 국무총리.(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문무일 검찰총장, 이완구 전 국무총리.(사진=연합뉴스)

이완구 전 국무총리(68)가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을 이끌었던 문무일 검찰총장(57·사법연수원 18기)을 형사고소했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관련 뇌물 혐의 특별수사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하고, 직무를 유기했다는 주장이다.

30일 뉴시스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최근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 팀장이었던 문무일 총장과 수사 검사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앞서 성일종 전 회장은 지난 2015년 4월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당일 자살했다.

그는 메모 및 기자와의 전화 등을 통해 이완구 당시 총리 등 유력 정치인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취지로 생전 마지막 인터뷰를 남겼다.

이후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했다. 문 총장을 팀장으로 한 수사팀은 같은 해 7월 이 전 총리와 홍준표 당시 경상남도지사(현 자유한국당 대표)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전 총리의 경우 2013년 4월4일 재보궐 선거 출마 당시 충남 부여읍에 있는 자신의 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1심은 정치 자금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사망 전 인터뷰 녹음파일과 녹취록, 메모(일명 '성완종 리스트')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로 판단, 이 전 총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성 전 회장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 녹음 파일과 메모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판결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법원은 같은 메모에 적혀 수사 대상이 됐던 홍준표 대표에 대해서도 1심 유죄 판단했다가 2심에서 이를 깨고 무죄를 선고, 대법원에서도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선고 당시 이 전 총리는 취재진에게 "검찰이 법원에 제출했던 증거자료를 재판이 끝나기 전에 조작하고 폐기했다"며 "문 총장은 수사 책임자로서 답을 해야 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후 이 전 총리는 법리 검토를 거쳐 문 총장 등 당시 수사팀을 고소하기로 했다.

이 전 총리는 고소장을 통해 수사팀이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삭제하거나 법원에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성 전 회장 비서가 갖고 있던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을 삭제하는 등 증거를 변조하거나 숨겼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전 총리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사팀이 발견하고도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것이 검사로서의 직권남용이라고 강조했다. 검사로서 수사상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도 주장한다.

이 전 총리 측은 "당시 증거가 제출되지 않거나 변조됐기 때문에 1심 유죄 선고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2심에서 이에 대한 증거 조사가 이뤄졌고,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전 총리 측 고소장을 접수한 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홍승욱)에 사건을 배당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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