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 줄 터이니 묻지 말고 표 달라는 얘기, 더럽고 불쾌하고 가증스럽고 짜증나고 개 같은(개야 미안해) 거래

남정욱 객원 칼럼니스트

퍼주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총선을 앞두고 적대적 적대관계였던 여야가 적대적 공생관계로 돌아서며 서로 부조를 해주느라 바쁘다. 때마다 그래왔던 까닭에 이제는 놀랍지도 않지만 짜증은 재발한다. 자기 지역구에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상대 당(黨) 혹은 상대방과 법안 주고받기는 기본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대구, 경북 신공항 특별법과 광주 군(軍)공항 이전 법(法)을 임시국회에서 나란히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국고로 사업비를 보조하고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두 사업에 들어갈 국고는 10조원 이상이다. 우리의 피 같은 혈세(은유법 아니다. 직유법이다. 나는 진짜 피가 쪽쪽 빨리는 느낌이다)가 이런 일에 타당성 조사도 없이 들어간다. 화 안 나시나? 세트로 묶기가 곤란한 사업은 특별법을 제정해 통과시킬 예정이다. 전남 의대 설치 특별법과 중부 내륙발전지역 지원 특별법은 충청도와 전라도 사이의 이익 교환이다. 역시 국비 지원에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다. 이제껏 서로 발목을 붙잡고 있다가 갑자기 이러면서 낯이 뜨겁지도 않은 모양이다. 입법부의 주요 업무가 입법과 예산 낭비 감시라고 알고 있다. 이익을 위한 입법으로 똘똘 뭉쳐 참 잘도 돌아간다. 자, 여기까지는 단체 게임이다. 이제 각개 전투 개시다.

돈 줄 테니 표 달라는 양아치 정치 장사꾼들

더불어민주당 고영인은 노인 100% 연금 시대 개막을 열겠단다. 현재는 소득 하위 70%(이 표현은 정말 웃긴다. 하위라는 건 30% 밑으로 써야 문법상 어색함이 없다. 가령 하위 90% 같은 걸 떠올려 보시라. 이런 게 코미디다)인데 이걸 개정해서 65세 이상 노인 전체에게 시행하겠다는 얘기다. 고영인은 개정안 발의를 해놓고 세미나까지 열었다. 세미나를 보러 온 사람들은 그의 지역구인 안산 지역 100여 개 경로당 회장과 노인회 회원들이었다. 명색이 인간이면, 사람이면 이렇게 속 보이는 짓을 하면 안 된다. 이런 토론회를 하려면 2030 학생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여기서 박수갈채를 받으면 인정! 그러나 그럴 이유도 없고 박수는커녕 야유만 나올 것이다. 가정해서 우리 집 얘기로 가져와 보자. 같이 사는 여자랑 아이들을 모아놓고 내가 기세 좋게 공약을 한다. 달달 주는 생활비를 두 배로 올려주고 용돈도 세 배 인상하겠다고. 다들 싫어할 이유가 없다. 그나마 생각이 있는 딸 하나가 이렇게 묻는다. “아빠 수입은 그대로인데 어떻게 올려줘?” 내가 대꾸한다. “오! 좋은 질문. 내 돈 말고 할머니 돈으로 하면 되지. 아니면 빚을 내거나.” 마누라와 아이들 아마 가장을 교체하고 싶어 할 것이다. 고영인과 내가 뭐가 다른가. 고영인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5년 간 총 73조 2000억 원이 들어간다. 참고로 2023년 국가 보훈처 예산은 6조 원이다. 같은 비율로 5년 내내 편성한다 치면 30조 원인데 무려 그 두 배다. 보훈처처럼 의미 있는 지출도 아니고 그냥 개인이 흘려 쓰는 돈을 그렇게 주겠다는 얘기다. 돈 걱정 없는 사람에게도 무작정. 한마디로 퍼 줄 터이니 묻지 말고 표 달라는 얘기다. 거래다. 더럽고 불쾌하고 가증스럽고 짜증나고 개 같은(개야 미안해) 거래다.

돈 마련할 방안을 제시하고 질러라

고영인만이 아니다. 이런 짓하는 인간들 국민의힘에도 바글바글하다. 좋다. 널리 동포를 이롭게 하겠다는데 그거 반대할 생각까지는 없다. 대신 조건이 있다. 반드시 예산안을 첨부하고 질러라. 무작정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하면 반칙이다. 빚내자고 하면 양아치, 쓰레기다. 한 해 나라 살림 예산에서 어디를 줄여 가져올지 그 부분을 명시하라. 그리고 공개적으로, 공식적으로 하라. 예산 줄임을 당할 해당 부서장의 사인을 받아와라. 말단부터 장관까지 싹 받아와라. 그러면 인정하겠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기존 예산을 전용해 다른 용도로 쓰겠다는데 뭐라 할 것인가. 아, 반칙, 쓰레기의 경우에 하나가 빠졌다. 세금 더 걷어 하겠다고 하면 당신은 공적(公敵)이다. 인민의 돈을 제 돈처럼 쓰겠다는 공산당이다. 남의 돈 쓰는 게 취미인 인간들이 내년에 또 국회에서 거들먹거리며 “국민을 위해”같은 개소리(개야 또 미안) 늘어놓는 거 정말이지 보고 싶지 않다.

남정욱 객원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문화예술인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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