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4월 22일 – 새마을운동 시작

 1970년 초 박정희 대통령은 전국지방장관회의에서 농민, 관계 기관, 지도자 간의 협조를 전제로 한 농촌 자조 노력의 진작 방안을 연구하라고 특별 지시를 내렸다. 이것이 새마을운동의 발단이 되었다. 1970년 10월부터는 전국의 3만여 이동(里洞)에 시멘트를 335부대씩 무상 지급하였고 이동개발위원회를 중심으로 마을 환경 개선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였다. 박정희 정부가 강조한 새마을운동의 중요한 정신은 마을 주민이 스스로 마을을 개선해보고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었다. 이런 정신은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작사하고 작곡한 새마을운동 노래 가사에도 잘 나타나 있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로 시작되는 새마을운동 노래의 가사 중에는 “너도 나도 일어나 새 마을을 가꾸세”라든가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라는 등의 부분이 있다. ‘주민의 자발적인 협동’이 새마을 사업의 중요한 목표였던 것이다. 그래서 새마을운동에서는 마을 단위로 지원할 때 전년도의 실적을 기준으로 삼고 전년도의 실적이 나쁜 마을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농촌 마을들은 다른 마을에 뒤지지 않으려 단결하고 자진하여 새마을운동에 참여했다. 

‘주민의 자발적인 협동’은 새마을 사업의 중요한 목표였다. [사진=운상구]

 

 1973년 정부는 리더십과 공동 사업이 있는지에 따라 전국 마을을 자립 마을, 자조 마을, 기초 마을로 나누었다. 기초 마을은 리더십과 공동 사업이 없는 마을이다. 이 마을들에는 그 등급에 맞게 적합한 사업 과제가 주어지고 이에 따라 정부 지원도 제공되었다. 또 기초 마을이 자조 마을로, 자조 마을이 자립 마을로 승격되려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이렇게 등급이 나뉘고 승급 기준이 정해지자 전국에서는 새마을운동의 불길이 들불처럼 퍼져갔다. 마을 사이에 경쟁심이 자극된 것이다. 

 지붕 개량 사업, 담장 및 마을 안길 정비 사업 등 환경 개선 사업으로 시작한 농촌 새마을운동은 영농 기반 조성 사업, 의식 계발 사업, 생산 소득 사업 등으로 그 영역과 규모를 키워나갔다. 박정희 대통령은 농촌에서 성공을 거둔 새마을운동을 도시로, 공장으로 확대했다. 도시새마을운동 촉진을 위한 10대 구심 사업은 소비 절약의 실천, 준법 질서의 정착, 시민 의식의 계발, 새마을 청소의 일상화, 시장 새마을운동의 전개, 도시 녹화, 뒷골목 정비, 도시 환경 정비, 생활 오물 분리 수거, 도시 후진 지역의 개발 등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1년 혁명 공약 제3장에 “이 나라 사회의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퇴폐한 국민 도의와 민족 정기를 다시 바로잡기 위해 청신한 기풍을 진작시킨다”라며 의식 혁명을 내세웠다. 그는 구체적인 실행 과제로 용공 사상 배격, 내핍 생활의 수행, 근면 정신의 고취, 생산 및 건설 의식의 증진, 국민 도의 양양, 정서 관념 순화, 국민 체위 향상 등 7개항의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막 정권을 잡은 혁명 정부가 이제껏도 잘 지켜지고 있는 내용을 새롭게 추진 과제로 내세웠을 리 없다. 달리 말하면 앞의 일곱 가지 사업은 그동안 안 지켜졌던 문제들이었고 우선적으로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추론해보면 당시 우리 국민은 반공 사상이 투철하지 못했고 근면 검소하지 못했으며 생산 및 건설을 해야겠다는 의욕이 부족했고 도의나 정서 관념이 확립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이런 정신적 후진성에서 벗어나야 근대화, 선진화도 이룰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새마을운동의 정신은 이런 필요성과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

 새마을운동은 당시 경제 성장 못지않은 커다란 성과를 남겼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할 때까지 전국 3만 5,000여 개 마을 중 97%가 자립 마을로 승격했고 기초 마을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와 더불어 농촌의 생활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다. 또 1970년 전기가 들어오던 마을은 전체의 20%에 지나지 않았는데 1978년에는 98%나 되었다. 1961년 82달러이던 1인당 국민소득은 1987년 3,218달러로 증가했다. 건강 상태도 좋아져서 1960년 52.4세이던 평균 수명은 1987년 70세로 길어졌다. 우리 국민은 오랜 굶주림과 질병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이다.

 새마을운동의 기본 정신은 근면‧자조‧협동이다. 새마을운동은 단순하게 농촌을 잘 살게 하자는 경제 운동이 아니었다. 마을 주민들이, 나아가 전 국민이 근면‧자조‧협동하는 국민이 될 수 있도록 바꾸어나가는 정신 개조 운동이었다. 근면‧자조‧협동. 구태의연해 보이지만 건전하고 선진화된 국가, 부유하고 당당한 국가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기본은 이 슬로건에 다 함축되어 있다. 세상이 아무리 뒤바뀌어도 박정희 대통령과 새마을 정신을 절대 잊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새마을운동은 근면‧자조‧협동하는 국민이 될 수 있도록 바꾸어나가는 정신 개조 운동이었다. [사진=윤상구]
새마을운동은 근면‧자조‧협동하는 국민이 될 수 있도록 바꾸어나가는 정신 개조 운동이었다. [사진=윤상구]

 

황인희 작가 (다상량인문학당 대표 · 역사칼럼니스트)/사진 윤상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