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활 칼럼] 그래도 ‘6.13 투표장’에는 나가야 한다
[권순활 칼럼] 그래도 ‘6.13 투표장’에는 나가야 한다
  • 권순활 전무 겸 편집국장
    프로필사진

    권순활 전무 겸 편집국장

    이메일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최초승인 2018.05.29 18:54:08
  • 최종수정 2018.06.11 14:28
  • 댓글 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회성 지방선거 넘어 대한민국 명운 좌우할 중요한 선택
권순활 전무 겸 편집국장
권순활 전무 겸 편집국장

전직(前職) 공공기관 임원인 김 모 씨는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겸한 모임을 가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현 시국과 6.13 지방선거가 화제에 올랐다. 대부분 묵묵히 자기 길을 걷다 현역에서 은퇴한 시민이어서 요즘 나라 돌아가는 모습을 걱정하는 대화가 많았다고 한다.

그날 모임에서는 상당수 우파 성향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 관심이 낮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 정도 재력을 갖춘 사람 중에는 여차하면 미국이나 호주로 이민을 떠나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 형편과는 딴판으로 나오는 여론조사기관들의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언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어차피 나 한 사람이 투표장에 가더라도 여당의 압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체념에 많은 유권자들이 아예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을 김 씨는 걱정했다.

문재인 정권의 전신(前身)인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을 되돌아보면 어렵게 집권은 했지만 막상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국회의원 총선이나 재보선, 지방선거는 대부분 여당의 패배로 끝났다 .노무현 정권 초기 '탄핵 역풍' 속의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승리해 '탄돌이'를 대거 당선시킨 선거가 거의 유일한 예외였다. 오히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의 각종 중간선거에서 집권여당이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금은 언제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지만 친박(親朴)과 비박(非朴)의 내분으로 우파 유권자가 대거 기권하거나 이탈한 20164월 총선 이전만 해도 현 집권세력인 당시 야권(野圈)은 짙은 패배의식에 휩싸여 있었다.

좌파정권'중간선거'에서 집권여당 압승하나

비정상적 정국 격변의 신호탄이었던 4.13 총선 이후 2년이 지난 현재 정치상황은 전혀 다르다여론조사기관이 내놓는 조사 결과에 적잖은 왜곡과 장난이 있고 전반적인 언론환경도 현저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어쨌든 현재까지의 전반적인 지방선거 판세가 여권(與圈)에 압도적으로 유리하고 야권에 힘겨운 현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1987년 '1노(盧)3김(金)' 대선과 1988년 여소야대 총선을 거치면서 확실하게 굳어진 '김대중 독점 구도이후 30년 동안 현 야당 계열에는 선거의 무덤'이나 다름없는 호남은 일단 논외로 치자. 인구 구성상 호남출신의 비중이 비교적 큰 서울 등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전통적으로 현 야당이 강세를 보인 영남권, 전체 승부를 상당부분 좌우하는 충청권과 강원권까지도 문재인 여당은 과거 좌파정권들이 맛보지 못했던 대승(大勝)을 거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출범 1년을 넘긴 문재인 정권이 국정의 핵심 축인 외교안보와 경제,인사정책 분야에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라면 흔쾌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던지면 된다. 반면 현 정권의 행보에 비판적이고 지금 대한민국이 뭔가 크게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 같은 숨은 민심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분명하고 확실한 방법도 현실적으로 투표 밖에는 없다.

우파 유권자 중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등 현 야권의 정치인들이 보여준 배신과 기회주의에 대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분노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현실을 잘 안다. 필자 역시 박 전 대통령이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공과(功過)는 있지만 우리 사회를 덮친 광기(狂氣)와 그 부산물인 어거지 탄핵으로 재임 도중 청와대에서 쫓겨나고 구속된 것은 명백히 부당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는 최악 막기 위해 차악 선택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는 경제와 달리 때로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택하기도 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다. 현 정권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투표로 연결하는 반면, 정권에 비판적인 유권자는 아예 선거를 포기해 여당의 압승으로 이어진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노골적인 친북(親北) 인사들이 곳곳에서 득세하면서 오랜 우방인 미국과 일본에서 왕따를 당하고 자발적 국가 자살의 우려가 커진 낙제점 외교안보정책, 저성장 속의 물가 급등과 일자리 격감, 전반적인 빈곤화 행진 속의 빈부 격차 확대가 가속화하는 성장파괴적 경제정책, 최소한의 전문성도 내팽개치고 함량미달의 코드 낙하산이 난무하는 내로남불식 편중 인사정책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할 것이라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과거 좌파정권 10년 시절 여러 중간선거에서 국민이 투표를 통해 집권세력에 "No!” 라고 카드를 내밀었기 때문에 정권 내 일부 급진세력의 폭주에 일정부분 제동을 걸 수 있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의 한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는 자유우파 성향 국민이라면 현재의 야당들이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투표장에 가서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의사를 표로 표출할 필요가 있다. 자유한국당이든, 바른미래당이든, 민주평화당이든, 대한애국당이든 각자 판단에 따라 선택할 일로 그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적어도 현 정권의 일방적 폭주에 제동을 걸거나, 당락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집권여당의 전체 득표율을 조금이라도 낮춰야 좌파정권의 오만과 일탈, 살아있는 정치권력에 작심하고 '부역'하는 듯한 행정 및 사법권력의 횡포에 경각심을 주면서 그나마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에 반드시 참여해야 할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이번 선거는 광역 및 기초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교육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정치적으로는 친여(親與) 성향이라도 교육 분야에서는 전교조식 교육에 거부감을 지닌 국민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우파 후보가 난립했던 과거 선거와 달리 상당수 시도에서 반()전교조 성향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것도 눈여겨볼 만한 변수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한 표의 중요성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더 높아진다.

市道지사 선거 못지않게 중요한 교육감 선거

이런 사정들을 다 알면서도 현재 야당들이나 후보를 가슴으로 용납할 수 없고 투표장에 가는 것이 내키지 않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사실은 이번 지방선거는 개인적으로도 참으로 내키지 않는 선거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은 경기도 고양시의 일산신도시다. 경기도지사와 고양시장, 도의원과 시의원, 경기도 교육감 선거 중에서 도지사 선거 비중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데 마음이 가거나 표를 주고 싶은 도지사 후보가 한 명도 없다. 교육감 선거에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6.13 선거 참여는 하겠지만 도지사 투표를 어떻게 할지는 선거 직전까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전국 곳곳에서 이런 딜레마에 빠진 우파 성향 국민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 이번 선거는 확실히 과거 선거들과는 양상이 다르다. 현재의 판세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중앙정부 권력에 이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까지 좌파가 싹쓸이에 가까운 압승을 하는 한국 정치 사상 초유의 사태가 전개될 가능성이 꽤 크다. 그런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긴다면 여당에 투표하면 될 일이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아무리 답답하더라도 야당 중에서 차악의 선택이라도 하는 게 옳다. 특히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만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라면 6.13 선거 기권은 두고두고 후회로 남을지 모른다. 이번 선거는 1회성의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라 어쩌면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선거다.

권순활 전무 겸 편집국장 ksh@pennmik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