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북회담이 당초 일정대로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더라도 후속 논의를 위한 예비회담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9일 전했다. 북한의 비핵화 방식과 속도, 보상은 단 2주 안에 결정하기 힘든 만큼 미국과 북한이 핵폐기 원칙에 합의한 뒤에도 본격 협상은 차후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에 미북회담이 일정대로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미국과 북한이 짧은 시간 내에 핵 폐기와 관련한 핵심 사안들에 합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구체적 비핵화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핵 폐기에 관한) 일반적 원칙이 담긴 선언이나 성명의 발표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으며 구체적인 비핵화 내용에 관한 ‘진짜 협상’은 다음달 12일 미북회담 이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도 “미국과 북한, 한국 모두가 회담을 원하기 때문에 미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당초 예정됐던 대로 다음달 12일에 열릴지 아니면 다소 지연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비핵화가 이번 회담의 의제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이지만 핵 폐기의 속도와 보상 시점에 관한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회담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갈루치 전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성공으로 간주하는 유일한 합의는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핵무기 개발 역량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형태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도 VOA에 “비핵화가 미북회담의 의제가 될 것이 분명해보인다”며 “그렇지 않다면 회담 개최 가능성은 매우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핵화 방식과 속도, 그리고 무엇이 보상으로 제공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 갈루치 전 특사는 일괄타결 방식으로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북한이 단계적 보상 없이 한 번에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신속하게 이뤄지는 단계적 비핵화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일괄타결 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한 번에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면서도 “이런 단계적 방식이 성공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했다. 그는 “검증을 포함해 단계적 방식에 관한 세부내용을 조율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긴 협상이 될 것이기 때문에 모든 단계적 조치를 협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며 “이런 조치들에는 모두 국제 사찰단의 포괄적 접근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하는데 북한은 이를 받아들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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