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은 브랜드뉴파티 대표(오른쪽)과 미래통합당 순천 출마자인 천하람 젊은보수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미래통합당 합류 중도청년정당의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toadboy@yna.co.kr/2020/3/5

‘고발사주의혹’ 제보자 조성은(35)씨가 신당을 창당하면서 베트남전 유공자 명단을 통째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의도 정치 및 청년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낳고 있다. 

조씨는 이렇게 허위 당원가입서를 이용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브랜드뉴파티라는 신당을 창당한뒤,이를 토대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과 합당을 성사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합당후 조씨가 받은 직책이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다.당시 미래통합당의 당 대표는 황교안이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2일 조성은씨와 김종구 주 몽골대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경찰 중간수사에서 드러난 조씨의 창당 방식이 사실이라면, 봉이 김선달을 뺨치는 정치사기로 기록될 전망이다. 보수정당이나 보수정치에서 별다른 커리어가 없는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 노회한 기성 정치인들의 조력을 받아 사기 정당을 만든뒤 대한민국 최대 정당과 합당해 선거대책위 부위원장 타이틀을 달고 여의도 정치를 주무르게 된다는 소설같은 이야기가 실제 여의도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가짜 당원 명부를 이용해 신당을 창당해 대한민국 주류 거대정당에 접근,합당의 방식으로 정치 거물로 도약하는 청년 정치인의 신종 출세루트도 실제로 보여주고 입증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당시에도 청년 정치인들이 사기적 방법으로 기성 정당에 접근하고 있다는 루머는 많았으나 아무도 이를 검증하려 하지 않았다. 모든 정당이 총선을 위해 청년층의 지지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조씨의 정치 사기이기에 앞서 우리나라 기성 정당이 외부 사기꾼들에게 얼마나 취약하게 이용당할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여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또 기성 정치인보다 더 기성정치인 같은 방식으로 여의도를 농락한 것이어서 여의도의 청년 정치세계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 이처럼 대담하게 기성 정당을 농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단순하게 박지원이라는 배경만으로 국민의힘에 착근할수 있었을까. 박지원외에도 국민의힘에서 조씨를 지원한 유력 정치인은 없는 것일까.궁금증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국민의힘 거물 정치인들의 조력이 없었다면,전혀 보수가 아닌 조씨가 보수정당에서 정치적 사기행각을 벌이는게 가능했겠느냐는 의문이다. 

이때문에 보수정당에서 조씨의 합당과 정치입문을 돕고 비호한 세력 모두가 차제에 철저한 반성을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장 조씨와 얽혀서 일을 했던 김웅 전 의원외에도 미래통합당에서 조씨의 정치 활동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정병국 전 의원 등 당시 미래통합당 주요 인사들이 대대적으로 자기 고백에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제2,제3의 조성은이 언제든지 나타날수 있고,지금도 여의도에서 암약하고 있을지 모른다.

김종구 주 몽골대사의 정체도 미스터리다.

경찰수사결과 김대사가 조씨에게 창당에 사용하라며 베트남전 참전 유공자 명단을 허가없이 넘겨줬다고 한다. 

김 대사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는데,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내고 지난해 12월 몽골대사로 부임했다.우리 정치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피아가 구분되지 않는게 정치라고 하지만,적인지 우군인지 모를 사람들이 윤석열정부에 모여있음을 짐작케하고 있다.

조성은씨가 브랜드뉴파티라는 정당을 만든 것은 총선직전인 2020년2월이라고 한다.박지원씨는 당시에 민생당이라는 호남 기반의 정당에 몸담고 있었다. 김 대사가 박지원씨를 도왔다면,어쨋든 보수정당 소속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느닷없이 조씨가 미래통합당과 합당할수 있도록 창당을 지원한 것이다. 무슨 정치공작의 냄새마저 짙게 풍기고 있다. 

경찰수사에서 드러난 김 대사의 역할은 전형적인 정치 브로커의 느낌을 주고 있다.썩은 냄새나는 정치브로커들이 무슨 연유로 윤석열 정부에 합류했는지도 차제에 밝혀져야 할 내용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성은씨는 김대사로부터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 명단을 토대로 작성한 당원가입서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명단에는 사망자를 포함한 유공자들의 개인정보와 아내, 자녀 등 가족 정보도 표기됐다. 정당 등록 신청서를 접수한 경기도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제출된 입당원서에서 동일인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서명이 여럿 발견됐다”고 말했다.

조성은씨가 입당원서 작성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참전용사 명단에는 사망자도 끼어 있었다고 한다. 대구에 거주한다고 분류된 참전용사 606명이었고 경북 거주자로 분류된 참전용사는 516명이었는데, 대구 거주자 가운데 55명은 사망자로 파악됐다.

김 대사는 명단을 조성은씨에게 전달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도 현재까지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성은씨는 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4월 검찰이 범여권 인사 등에 관한 고발장을 작성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전달했다는 ‘고발 사주’ 의혹을 폭로한 인물이다. 2014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합류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다가, 친노·비노 갈등 과정에서 탈당했다. 2016년 국민의당에 입당해 디지털소통위원장을 맡았고, 민주평화당을 거쳐 2020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장정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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