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월 31일 방한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이 미국 정보당국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감청 논란이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보고 미국에 외교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등 국내 일각에서 주장하듯 미국에 이번 논란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하거나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지렛대로 이용하는 방안은 고려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미 국방장관이 먼저 우리 측에 통화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왔고 유출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평가가 일치했다"면서 "논란이 마무리돼 가는 단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각) 필리핀에서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지속할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실제로 이날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먼저 통화를 요청하고 해당 논란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이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는 않았지만 도·감청 의혹이 한미관계에 미칠 악영향과 파장을 고려해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다고 한국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갖고 (도·감청을) 했다는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한 바 있다.

지난 8일 뉴욕타임스가 최초로 미 정보당국이 그동안 동맹국과 우방국들에 광범위한 도·감청을 해왔단 정황이 담긴 문건이 유출됐음을 보도하자 한미 양국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특히 한미동맹 70주년이 되는 올해 해당 의혹이 불거져 한미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단 지적도 나왔었다.

하지만 한국은 물론이고 프랑스, 이스라엘 등 문건에 등장하는 미국의 동맹·우방국들이 문건 내용이 사실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처음의 예측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내부 평가가 대통령실에서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나 한미정상회담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 강조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연합뉴스에 "국익의 관점에서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비온 뒤 땅이 굳는 것처럼 한미동맹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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