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한국 외교안보부서 고위 관리 감청 파문에 즉각 입장을 내며 한미 관계 비하에 나섰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0일 '한국은 감시·통제당하는 느낌을 즐길 리 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은 미국 첩보·감시 활동의 중대 피해 지역"이라면서 "이는 한편으로는 한국의 민감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이 한미관계에서 불평등한 지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술 더 떠 중국은 "한국의 자주성과 권리를 미국이 뼛속 깊이 불신하고 존중하지 않음을 보여준다"며 한미관계를 '위호작창'(爲虎作倀)이란 사자성어에 빗대기도 했다. 이 성어는 호랑이에 의해 물려 죽고도 창귀(倀鬼)가 돼 호랑이가 먹이를 찾도록 길잡이를 해준다는 뜻이다. 

환구시보는 "원칙을 견지하면 존중을 받지만, '위호작창'하면 결국 반드시 호랑이에 의해 상처를 입게 된다"며 "국제관계의 역사와 현실은 이런 경험과 교훈을 많이 제공했다"고 했다. 이번 일로 한국이 미국과 관계를 멀리 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이다.

앞서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일 베이징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을 만났을 때도 "살을 베이는 고통을 겪었던 일본은 '위호작창'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1980년대 일본이 동맹국인 미국의 견제로 크나큰 경제적 위기를 겪었던 일을 상기시킨 것이었다.

환구시보는 이번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주장도 했다. 환구시보는 "비밀누설은 미국 동맹체제에 대한 신뢰의 균열을 더욱 확대했다"면서 "'밝은 곳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발견되면 어두운 곳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바퀴벌레 1000마리가 더 있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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