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상회담서 文 ‘김정은 한국에서 인기 높다’ ‘조미정상회담’ 발언 논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 김 위원장님은 우리 한국에서도 아주 인기가 높아졌다. 아주 기대도 높아졌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독재자 김정은을 지나치게 미화함으로써 지나친 ‘아첨’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국에 난민으로 입국한 뒤 명문대를 졸업하고 현재 특정 분야의 전문사로 활동하는 주 모 씨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김정은 정권을 너무 미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주 씨는 “북한에 관해 너무 미화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청와대에서) 일을 하시는 많은 분들이 진보운동권 계열이라고 하지만 그것과 북한정권을 인정하고 그것들을 합리화하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이어 “북한정권의 본질을 알 만큼 다 아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정상국가처럼 예의와 격식을 갖추려는 것을 보면서 본질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미국 남부에 사는 정 씨는 VOA에 문 대통령의 언급이 북한주민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북한정권의 독재 탄압에 분노해도 시원치 않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은 신음하는 북한국민에 대한 우롱이고 모욕이고 망발이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27일 기자들에게 “북한에 가서는 그쪽 언어를 써주는 것이 통상적인 예우”라며 김정은도 4월에 남측에 내려와 ‘탈북자’ ‘북한군’ 등 한국식 언어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28일 VOA에 “김정은이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한 것은 진실이 아닐 뿐 아니라 지나친 아첨”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27정상회담에 따른 설문조사 결과 김정은의 이미지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가 한국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는 것은 남북한 현실을 볼 때 “공격적이고 품격이 없으며 비웃을만한” 발언이란 설명이었다.

이 교수는 “노무현 전 한국 대통령이 지난 2005년 중국 칭화대 연설 후 질의응답에서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덩샤오핑과 함께 마오쩌둥을 말한 것처럼 전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마오쩌둥은 문화혁명 등으로 수천만 명을 학살한 독재자다. 유엔은 북한을 현대사회에서 어떤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반인도 범죄 국가로 지목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틸북작가 지현아 씨는 28일 VOA에 “수많은 북한주민들을 굶겨죽이고 지금도 주민의 인권과 생명을 무시하는 학살자를 미화하는 한국대통령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지 씨는 “북한 여종업원들은 강제 송환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에서 탈북자들의 분노가 극치에 달해 있다”며 “평화라는 말이 북한주민의 인권을 해결하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정권이 요구하는 대로 남한이 해주면서 전쟁 안 일으키게 그냥 그렇게 하는 건지 분간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미 동남부에 사는 북한 교원 출신 탈북민 사라 씨는 VOA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녀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을 위하는 척하지만 오히려 독재자를 두둔하며 북한주민들을 좌절하게 만들고 통일보다 한국의 이익만 먼저 챙기려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북한 김정은과 만난 자리에서 전형적인 북한식 용어인 ‘조미(朝美) 정상회담’을 두 차례나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일각에선 우려와 분노가 일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서 북한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헨리 송 씨는 VOA에 “‘북미’나 ‘미북’으로 하지 않고 ‘조미’라고 한 것은 북한을 배려하는 차원으로 보이지만 최대 지원국이자 동맹인 미국에 대한 모욕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성윤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에게 ‘일미관계’라고 말할 수 있냐”며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탈북민은 VOA에 “한일관계 개선과 일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한국대통령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할 수 있냐”며 “너무 북한정권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탈북민 정광일 노체인 대표는 VOA에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은 곧 주민들에게 지금처럼 살라는 얘기”라며 “북한주민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정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