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역대급 ‘어닝 쇼크’ 실적을 기록한 지난 7일 주가는 급반등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96%가량 줄어든 것으로 발표된 7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샵 갤럭시 광고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96%가량 줄어든 것으로 발표된 7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샵 갤럭시 광고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각사가 발표한 잠정 실적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6천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14조1천214억원에 비해 95.75% 급감한 수치이다.

삼성전자 14년만에 최악의 ‘어닝 쇼크’ 기록...1분기 영업이익이 LG전자 절반도 안돼

LG전자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의 2배가 넘는 1조4천974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였던 작년 1분기의 1조9천429억원에 비해서는 22.9% 감소했지만, 전 분기의 693억원보다는 무려 2천60.8%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가전과 TV 등의 수요는 약세이지만 재고 관리에 주력하고 물류비와 원자잿값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을 개선한 결과로 분석된다. 본격화되고 있는 '미래 먹거리'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비) 사업의 성장세도 실적 호조에 일부 기여했다.

3대 사업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발휘해온 삼성전자가 1개 사업부문에서만 삼성전자와 경쟁해온 LG전자에게 큰 폭으로 밀리는 ‘굴욕’을 당한 것이다. 분기 영업이익에서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추월한 것은 14년만이다.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도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효자’ 노릇했던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안팎 적자 발생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하던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낸 게 실적 쇼크의 주범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통상 잠정실적 발표 때 매출과 영업이익 수치만 공개해왔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설명 자료를 냈다. "IT 수요 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하며 전사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실적 급락 배경을 설명했다.

또 "메모리는 매크로 상황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다수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 목적 재고 조정이 지속됐고, 시스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SDC)도 경기 부진과 비수기 영향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DS 부문 재고자산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삼성전자 DS 부문 재고자산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최악의 잠정 실적 공시된 7일 삼성전자 주가는 11개월만에 최고가 기록...외국인이 견인해

그러나 삼성전자는 최악의 잠정 실적을 공시한 지난 7일 주가 급등 현상을 보였다. 이날 4.33% 상승한 6만 5000원에 마감했다. 또 삼성전자가 6만 5000원대에 마감한 건 지난해 6월9일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주목할 것은 외국인이 이날 삼성전자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는 점이다. 이날 추정치 기준으로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8811억 6300만원 순매수했다. 지난 해 3월24일(9543억 6300만원) 순매수 기록 후 1년 만의 최고치다.

주가 반등 이끈 일등공신은 삼성전자의 전격적인 ‘감산 결정’...올 3분기에 가격 반등 예상

이같은 이상현상은 삼성전자가 잠정 영업실적을 공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감산(생산량 감소)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그간의 입장을 바꿔 감산결정을 내림으로써 업황 개선 기대감이 빨라지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설명자료에서 "이미 진행 중인 라인 운영 최적화 및 엔지니어링 런(Engineering Run·연구개발) 비중 확대 외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감산하게 되면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감소함으로써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지나는 중이라는 이야기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1등 기업이 감산을 결정했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 시기가 상당히 앞당겨질 것이다. 수요와 무관하게 낸드(NAND)는 올해 3분기, 디램(DRAM)은 3분기 후반에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같은)디램 공급사들의 재고는 올해 1~2분기 정점을 형성한 후 하반기 계절적 성수기 기반의 재고 재축적 수요와 공급 제한 효과가 발현되며 3분기를 저점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디램이나 낸드플래시 모두 올해 3분기에는 가격 반등을 맞이할 것이라는 게 공통된 분석인 셈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감산뿐만 아니라 투자감축에 돌입하면서 진정한 감산의 효과는 내년에 분명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어닝 쇼크의 진짜 원인은 공급과잉 초래한 ‘죄수의 딜레마’

삼성전자의 어닝쇼크 원인은 두 가지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요 둔화에 따른 출하 부진’과 ‘가격 하락’에서 기인한다. 이 중 전자보다 후자 요인이 더 크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은 63조원 규모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19% 감소한 수치이다.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95.75% 급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반도체 수요 둔화보다 가격하락이 어닝 쇼크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뜻한다. 글로벌 반도체 가격 하락세를 잡을 수 있다면 삼성전자의 실적은 회복세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즉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과잉이 낳은 비극이 바로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세 명(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엄청나게 공급하면 시장은 가격을 계속 내린다”며 “(공급을)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죄수의 딜레마’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다운 사이클마다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냐”는 한 주주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박 부회장의 이날 발언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가격하락이 어디에 기인하는지 짚은 것이다.

삼성전자의 감산 선언, ‘죄수의 딜레마’를 해소해

그런데 삼성전자가 마침내 감산을 선언함으로써 ‘죄수의 딜레마’ 상황은 해소되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 평균 판매가(ASP)가 20% 급락했다”며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이 D램 생산을 줄이면서 올해 2분기 가격 하락폭이 10~15% 정도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갤럭시 S23.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전자 갤럭시 S23.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같은 트렌드포스의 전망은 삼성전자가 감산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한 예측이었다. 삼성전자는 출하량을 늘리고 점유율을 높여서 업턴 국면에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려는 ‘치킨 게임’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번 감산 결정을 계기로 삼성전자도 출하량을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의 전망보다 글로벌 D램 출하량이 빠르게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격 반등 시점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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