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 베테랑’ 美헤이긴-北김창선, 싱가포르서 美北회담 장소 등 ‘의전’ 조율

왼쪽부터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연합뉴스)
왼쪽부터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연합뉴스)

북한의 대표적 정보라인인 김영철 노동당 대남(對南)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9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했다. 남북이 싱가포르와 판문점에서 미북(美北)회담 개최를 위한 '투트랙 실무협의'를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부위원장은 조만간 미국으로 건너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내달 12일로 예정된 싱가포르 미북회담 현안을 최종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철은 29일 오전 10시께(현지시간) 고려항공 JS151편을 타고 베이징에 도착했다. 그는 당초 이날 오후 1시 25분 베이징발 워싱턴행 CA817편을 예약했으나 베이징 도착 직후 다음날인 30일 뉴욕행 CA981편으로 예약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김영철은 30일 오후 1시 미국 뉴욕으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공항에선 김영철 외에 대미외교 담당인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도 목격됐다. 이들은 영접을 나온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함께 베이징 시내로 이동했다.

한 소식통은 "오늘 오전 김영철 부위원장이 베이징에 왔고 공항에서 중국 측과 면담을 한 뒤 내일(30일) 미국으로 가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북 실무회담 진척과 맞물려 김영철이 베이징을 경유해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만나 미북 간 고위급 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영철은 폼페이오 장관의 두 차례 방북에서 카운터파트너 역할을 했다. 지난 26일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북측 인사로 유일하게 배석했다. 그는 군 출신으로 1990년대 초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로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을 만드는 데 깊숙이 개입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의 주범으로 지목받으며 2015년 목함지뢰 도발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의전 베테랑’ 美헤이긴-北김창선, 싱가폴서 ‘의전’ 조율

조 헤이긴 미 백악관 부비서실장관 김창선 북 국무위원회 부장
조 헤이긴 미 백악관 부비서실장관 김창선 북 국무위원회 부장

현재 미국과 북한은 판문점에서 미북 회담 의제 등을 조율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에선 의전과 경호 문제를 놓고 실무회담을 하고 있다.

미북 회담의 의전, 경호, 세부 일정과 장소 등을 논의하는 실무접촉을 위해 미국에서는 조 헤이긴 백악관 부(副)비서실장이 이끄는 선발대가 27일 미국을 출발해 28일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북한에서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 북한 대표단 8명도 이날 밤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미북회담 상황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29일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오늘 중 싱가포르 모처에서 만나 미북회담의 구체적인 개최 일정과 장소, 의전, 경호 등 실무적인 부분을 협의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의는 판문점에서 27일부터 진행 중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 성김 주 필리핀 대사 등 미북 간 북한 비핵화 의제 협의와 사실상 병행된다.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각각 열리고 있는 실무회담의 결과를 토대로 미북 정상회담의 6월 12일 개최 여부 등이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 12일로 예정된 미북회담을 지난 24일(현지시간) 전격 취소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북한이 곧이어 회담 개최의지를 피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북회담의 경우 의제에서 합의돼야 회담 개최가 확정되고 그에 따라 의전 문제를 협의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지만 지금은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의제와 의전을 동시에 협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헤이긴, 아들 부시 행정부 이어 백악관 부비서실장만 2번째

헤이긴 부비서실장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같은 직책을 맡아 2명의 공화당 출신 대통령을 현직에서 보좌했다. 헤이긴 실장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1979년 공화당 대통령 경선에서 참모 역할을 하며 부시 일가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80년대 초반 아버지 부시가 레이건 정권에서 부통령을 할 때 개인비서를 맡았다.

한동안 민간에 있다가 2000년 아들 부시 대통령의 대선 운동에 관여하면서 정치판에 복귀한 그는 부시 정권 내내 부 비서실장으로 대통령을 보좌했다.

트럼프 행정 들어 백악관 부 비서실장으로 9년 만에 복귀한 그는 작년 9월부터 대통령의 일정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김정은의 집사’ 김창선, 김정일 때부터 2대째 최고지도자 보좌

김씨 일가의 ‘집사’라는 평가를 받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은 김정은 집권 후 첫 서기실장에 임명된 인물로 김 씨 일가와 매우 가까운 관계다. 김창선 부장은 1970년대 중반부터 10여년 간 인민무력부 대외사업국에서 일하다 당 중앙위 행정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입신의 길을 열었다. 1992년 당 서기실 부부장으로 승진한 뒤 김정일을 보좌하면서 ‘막후 실세’ 역할을 했다. 2012년 초부터 그는 김정은의 비서실장격인 서기실장을 맡아 2대에 걸쳐 최고 지도자의 수족 역할을 하고 있다.

베일 속 인물이었던 김창선은 올해 들어 김정은의 대외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의전 담당자로 수면 위에 나와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2월 초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남쪽을 방문한 김여정을 수행했다. 이어 4.27남북정상회담에서도 의전·경호·보도 분야 실무회담의 북측 수석대표를 맡아 정상회담의 세부 사상을 조율한데 이어 미북회담까지 관여했다. 또한 김정은의 방중을 수행하는 장면이 포착됐으며 1차 남북정상회담에선 북측의 핵심인사들과 함께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이처럼 정상 의전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두 사람이 만나면 우선 회담 장소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 대통령궁과 샹그릴라 호텔 등이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 두 정상의 회동시간과 회담 배석자, 회담 외 부대 일정, 경호 인력 배치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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