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주춤했던 2030세대의 아파트 매입이 다시 늘면서, 2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특례보금자리론 신설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대출 기준이 완화되면서 젊은층이 급매물 매수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월 2030세대의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1만14건으로, 전체 거래량(3만1337건)의 31.96%에 달했다. [사진=YTN 캡처]
지난 2월 2030세대의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1만14건으로, 전체 거래량(3만1337건)의 31.96%에 달했다. [사진=YTN 캡처]

하반기로 갈수록 하락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과 바닥을 확인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당분간 고금리가 이어지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젊은층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030세대 서울의 9억원 이하 아파트 집중 구매...특례보금자리론 활용 많아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2030세대의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1만14건으로, 전체 거래량(3만1337건)의 31.96%에 달했다. 1월(29.85%)보다 2.11%포인트 높은 수치로, 2021년 1월(33%) 이후 25개월 만의 최대 비중이다. 거래되는 아파트 3채 중 1채를 젊은층이 산다는 의미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에 대한 2030 세대의 매입 비중은 지난 2월 34.7%(794건)에 달해, 1월(30.8%)보다 4%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집값이 고공 행진한 2021년 1월에는 44.7%까지 치솟았으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여파로 지난해 10월 26%로 떨어졌다.

이들이 구매한 지역은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고 서울에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이다. 서울 25개 구 중 2030 매입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강서구로, 54.7%에 달했다. 성동구(45.6%)와 금천구(45.5%), 영등포구(43.9%), 동대문구(42.9%), 도봉구(41.4%), 강북구(40%)도 2030 구매 비중이 40%대를 기록했다.

2030세대가 주로 구매한 지역은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고 서울에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이다. [사진=YTN 캡처]
2030세대가 주로 구매한 지역은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고 서울에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이다. [사진=YTN 캡처]

‘제2차 영끌’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처럼 2030세대들이 아파트 매수에 나선 데에는 고점에 비해 20~30% 이상 하락한 가격으로 구매 심리가 커진 데다,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등으로 매수 여력이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말 15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허용을 시작으로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서 실수요층 대출 문턱이 낮아졌다. 올해 1월 말부터는 소득과 상관없이 9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 원까지 연 4%대의 고정금리로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신설됐다.

직방이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응답자 1812명)한 결과, 20대 이하와 30대 중 각각 83.8%, 82.1%가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계획이 있거나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LTV 80%로 완화, 젊은층 매수 심리 자극...본격적 반등세 아냐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선 규제지역과 무관하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80%까지 허용되고, 생애최초·신혼 디딤돌 구입자금대출 한도도 각각 2억5000만원에서 3억원, 2억7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상향됐다.

여기에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했다는 점도 2030의 아파트 매입을 부추긴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국 기준 17%, 서울이 22% 하락했다. 집값이 많이 내려간 상황에 대출 문턱까지 낮아지면서 젊은층의 아파트 매수심리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 중에는 ‘여전히 비싸다’는 점과 ‘거래량이 늘었다지만 평균 거래량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단기 급락한 상황에서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이나 1.3부동산 대책으로 단기 부양을 했기 때문에 살짝 올라온 정도”라며 “데이터는 대세 상승을 가리키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 2월 거래량은 2500건에 그쳐...역대 평균 거래량 6000건에 훨씬 못미쳐

최근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년반 만에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는 기사들이 제법 눈에 띈다. 1,2월 거래량이 많이 늘어서 ‘실질적으로 부동산 거래가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내용들이다.

3월 27일에 발표된 서울의 2월 거래량은 2483건이다. 지난해 10월 559건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1월 731건, 12월 836건, 1월 1419건으로 넉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거래량이 회복세를 보이는 데는 가파르게 떨어졌던 아파트값이 정부의 규제완화 이후 하락세가 둔화되자 실수요자들이 거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거래가가 공개된 이후 서울의 역대 평균 거래량은 6000건 정도라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리치고 김기원 대표는 “지난 2월의 거래량은 약 2500건 정도인데, 이 정도 수치는 서울 부동산 시장이 약세였던 2010년,2011,2012년의 거래량에 해당한다”며 “유의미한 반등의 기준은 최소 6000건 정도가 3개월 이상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3년 3월 이후에는 석달간 6000건 넘는 거래량에 지속되면서 2013년 말부터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거래량은 아주 약세라는 것이다. 부동산이 급등하기 시작한 2020년 6월 한달간 거래량이 15,623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500건은 절대적인 약세라는 설명이다.

단기 반등을 이용해 팔려는 매물이 많아...대세 상승장은 아직 기다려야

또 실제로 매물 데이터를 보면 ‘매물이 늘어나는 점’도 찐반등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부동산이 바닥을 찍고 올라간다고 하면 ‘팔려고 내놓은 사람이 매물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즉 단기 반등 현상을 이용해 팔려고 하는 매물이 많다는 점은 ‘잠깐 가격이 올라갔으니까, 지금이라도 팔아야겠다’는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설명이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 중에는 ‘부동산이 반등하고 있다는 최근의 보도는 진짜 반등이 아니라, 반등을 부추기는 기사’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 투기를 다시 조장해서 2030세대들에게 물량을 떠넘기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을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이나 1.3부동산 대책으로 단기 부양을 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반등했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사진=YTN 캡처]
부동산 전문가들을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이나 1.3부동산 대책으로 단기 부양을 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반등했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사진=YTN 캡처]

2030 세대의 부동산 거래가 늘고 있다는 기사의 댓글에도 비판적인 입장이 눈에 많이 띈다. ‘2차 3차 폭락이 코앞인데, 빚내서 집사지 마라’, ‘마지막 남은 버블까지도 세상 물정 제대로 모르는 2030세대에게 다 떠넘긴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임박했다’는 등의 부정적인 내용이 대체적이다.

리치고 김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도 급락을 했다가, 지금보다 더 큰 반등이 나왔다. 하지만 2010년부터 13년말까지 대세하락했다”면서 지금 단기 반등이 나타난다고 해서 또다시 대세 상승장으로 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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