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6일 오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아들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과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2020.10.26(사진=연합뉴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6일 오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아들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과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2020.10.26(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한화 김승연 회장은 1952년생 동갑내기이자 서울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 친구다.

이들과 함께 장충초등학교를 다닌 또다른 1952년생 동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5·16을 하기전 서울 신당동에 살았는데 신당동 집에서 장충초등학교가 가장 가까운 학교였다.

IMF(국제통화기급) 사태로 대우그룹이 해체된 이후,줄곧 채권은행(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아온 대우조선해양이 새 주인으로 한화그룹이 굳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9월 한화그룹이 2조원을 들여 대우조선의 새 주인이 되겠다고 나선 이래 인수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유럽연합(EU)까지 한화의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 기업결합에 무조건 승인결정을 내린 것으로 3일 전해졌기 때문이다.

EU와 함께 이미 일본중국 등 해외 7개국이 모두 한화와 대우조선이 합치더라도 자국에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승인결정을 내려 남은 것은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뿐이다.

EU는 그러나 앞서 현대중공업이 낸 합병요청, 즉 기업결합 요청은 거부함으로써 한국 조선업계 1,2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은 무산된 바 있다.

한화는 앞서 2008년에도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했다가 무산됐는데 15년만에 다시 대우조선을 다시 품게됐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는 김승연 회장의 결단과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가 생산하고 있는 국산 명품 방산무기 K9과 대우조선의 한국형 구축함과 잠수함을 합쳐 방산부문의 경쟁력 강화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방산 계열사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 인수로 '···우주'를 아우르는 명실공히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함께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은 특유의 의리와 뚝심경영으로 계열사에 노조문제가 없는 기업인데, 민노총 소속으로 최강성 노조중 하나로 꼽히는 대우조선 노조와의 상생여부에도 큰 관심이 쏠린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EU의 경쟁당국인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31일에 한화의 대우조선 기업결합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EU가 오는 18일 심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르게 결합 승인을 내렸다.

보통 기업결합 심사에 몇 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3주 만에 승인 결정을 내린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해 1EU 집행위가 현대중공업(HD현대)의 대우조선 인수에 대해 승인 불가 결정을 내리기까진 무려 25개월이 걸렸다.

EU 집행위까지 한화와 대우조선의 합병으로 인한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경쟁당국의 판단이 끝난 셈이다. 지난해 말 한화가 한국을 비롯한 8개국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승인을 신청한 이후 튀르키예일본베트남중국 등이 심사를 거쳐 기업결합 승인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길어지는 것은 방위산업 분야 때문이다. 공정위는 한화의 방산과 대우조선의 군함 분야가 결합했을 때 방산업계에서 경쟁제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우조선이 만드는 선체에 한화가 생산하는 함정용 레이더와 미사일 등 방어무기를 결합시키는 방식을 통해 경쟁행위를 제한할 가능성이다.

실제 한화가 만드는 방산 물품 중 군함에 필수적으로 실리는 무기가 10여종에 이르는 상황이다. 한화가 군함용 무기를 대우조선에 독점 공급해 현대중공업이나 한진중공업(HJ중공업) 등이 군함 입찰 경쟁에서 불리해질 가능성 및 가격상승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현대중공업이나 한진중공업은 공정위에 기업결합 무조건 승인 때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적극 개진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만드는 배에 현대중공업의 엔진프로펠러 기술 등이 들어가는 만큼 한화가 대우조선과 독점적으로 거래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김승연 회장과 정몽준 이사장은 초등학교 친구일 뿐 아니라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으로의 3세승계가 진행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0년전, 1973년 정주영 회장이 500원 지폐에 새겨진 거북선을 영국의 은행에 보여주면서 꾼 돈으로 울산 앞바다 허허벌판에 현대조선을 세워 세계 1위의 자리에 오른 한국 조선업의 미래가 초등학교 친구와 그 아들의 어깨에 달린 셈이다.

한화그룹 - 대우조선해양.(사진=연합뉴스)
한화그룹 - 대우조선해양.(사진=연합뉴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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