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광화문 사옥 입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31일 업계에 따르면 KT 사외이사 재선임에 도전했던 사외이사 후보 3인이 KT 주주총회 직전 동반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직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강충구 고려대교수(이사회 의장), 여은정 중앙대 교수, 표현명 전 롯데렌탈 대표다. 

이로써 이날 오전 서울 서초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 3인의 재선임 안건도 사실상 자동 폐기됐다,

지난 27일 KT 대표이사 최종후보였던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정식으로 후보에서 사퇴한 후에도 버티고 있던 이들 3인이 주총 직전 물러난 데엔 KT 최대 주주 국민연금의 영향이 큰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KT 총 주식의 약 10%를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전날 표 후보에 대해선 반대, 다른 두 후보에 대해선 중립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표 후보가 "중요 거래 관계에 있는 회사에 최근 5년 이내 재직한 임직원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 29일엔 제2주주인 현대차그룹도 3인에 대해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이 버틸 수 없었단 평가가 나온다. 현대자동차(지분4.69%)와 현대모비스(3.1%)는 "이사 선임 등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지만, 이번 사외이사 재선임 과정에서 그런 절차가 없었다"며 반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더해 이들 3인 후보가 윤 사장의 대표이사 최종후보 선정 및 사퇴 과정에 책임이 있고, KT 이사회의 '이익 카르텔'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강 이사, 여 이사, 표 이사 모두 구현모 KT 대표이사 체제에 순응했고, 차기로 낙점된 윤 사장에 대해서도 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만큼 이들도 KT 이사회의 '이익카르텔'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KT 1대·2대 주주 모두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대하기에 사퇴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차기 이사회가 구성될 때까지는 이들 3인이 대행 자격으로 당분간 이사회 의사 결정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KT 내부 규정에 따르면 사외이사 정족수가 3인 이상이어야 하는데, 현재 이사회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출신인 김용헌 사외이사만 남은 상황이다.

대표이사 후보, 사외이사 후보 모두 사퇴함으로써 KT 이사회는 '무주공산'이 됐다. 이제 KT는 이사회 구성을 위해 대표이사 후보 추천 및 선임, 사외이사 후보 추천 및 선임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 KT 내부에선 이 절차가 약 5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날 열릴 주총 의장은 구 대표 사퇴 후 직무대행을 맡을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맡을 예정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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