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방미 도중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가리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 통일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사과 입장을 밝혔다. 김 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와 관련해 설화를 일으켰다가 사과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방미 일정을 마치고 막 귀국한 김 최고위원은 29일 오전 페이스북에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저의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당에 부담을 드린 점에 깊이 반성하면서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앞으로 매사에 자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현지 폭풍우로 하루 동안 항공기 출발이 지연되고 공항에 격리되어 모든 것이 늦어졌다"며 "이점 또한 매우 송구하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에서 열린 '북미자유수호연합' 초청 강연회에서 "우파 진영에는 행동하면서 활동하는 분들이 잘 없었는데,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을 해서 요즘은 그나마 광화문이, 우파 진영에도 민주노총에도 대항하는 활동 무대가 됐다"며 "우리 쪽도 사람은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전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는 김 최고위원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 같은 김 최고위원 발언에 대해 "자기 주장일 뿐 납득하기 어렵다"며 거리를 뒀다. 이어 김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여당이라지만 소수당이니만큼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매사에 자중자애해야 한다. 혹시 민심에 어긋나는 발언이나 행동이 아닌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김 최고위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유상범 수석 대변인도 라디오에서 "정책전략, 정황분석은 탁월한데 언어의 전략적 구사가 최근에 감이 떨어진 거 아닌가 싶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김 최고위원에 대해 징계할 것을 촉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연일 김 최고위원 고강도 징계를 김 대표에게 요구했다. 29일 홍 시장은 김 대표가 김 최고위원을 넌지시 꾸짖을 뿐 징계할 의사는 나타내지 않자 "당 대표가 카리스마가 없고 미지근한 자세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당 운영을 하게 되면 당은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고 비판했다. 또 판사 출신인 김 대표를 겨냥해 "내 지르고 보는 것이 검사식 정치라면 살피고 엿보는 정치는 판사식 정치다. 그러나 지금은 살피고 엿볼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이 전 목사와 관련해 설화를 일으키고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2일에도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 주최 예배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수록 추진과 관련해 "표를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파는 게 정치인 아니냐"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김 최고위원 발언을 경고했고 국민의힘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 역시 거셌다. 김 최고위원은 즉각 사과하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수록 추진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몸을 낮췄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실언이 아니라는 당내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유상범 수석 대변인 표현대로 파장을 능히 예상하고도 남을 김 최고위원이 반복적으로 설화를 일으키는 건 자기정치를 위해 계산하고 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당내 인사들은 펜앤드마이크에 "전 목사 지지세력 등 강성 지지층을 흡수해 자기정치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김 최고위원의 의도가 깔린 행보"라고 설명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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