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회담이었는데도 연합뉴스 KBS 기자 질문은 '하나마나한 질문'
CVID등 본질적 질문한 기자는 유일한 외신 질문자인 美 NBC 기자
"질문의 질(質)은 왜 그렇게 차이가 났을까? 관제언론과 자유언론의 차이”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직접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2차 남북회담’과 관련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돌발적이고 비밀스레 치러진 회담인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그에 반해 내신기자들의 질문은 무척 평이한 수준이었으며 답변도 형식적이고 별다를 것 없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

당시 질의응답 시간은 기자들이 손을 들면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지목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질문 기회가 주어진 국내 기자들로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공영방송 KBS가 뽑혔고, 이외에는 서울신문 소속 기자가 지목됐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 기자는 ‘회담이 이루어진 배경과 의미’에 대해서 질문했고,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생긴 애로사항들을 잘 불식시키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과 4.27 판문점 선언의 신속한 이행에 중요한 시점이기에 직접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서 회담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KBS 기자는 ‘이번 회담이 6.12 미북정상회담에 미칠 영향과 향후 남아있는 변수’에 대해 질문했고, 문 대통령은 “저는 양국 간의 의지를 전달하고, 서로 직접 소통을 해서 상대의 의지를 확인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후 북미간 열릴 실무협상이 얼마나 순탄하게 마쳐지느냐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여부가 달렸다. 다만, 상대가 분명히 인식하는 가운데 회담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잘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날카롭다고 생각되기보다는 청와대에서 발표하고 싶은 내용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평이한 질문들이었다. 답변 또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사라진 채, ‘성공에 중요한 시점인 만큼, 열심히 소통하고 있으며, 잘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는 논지였다. 이에 구체성이 결여된 질의응답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신문 기자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고 말하는 근거. 북한의 비핵화 해법과 관련한 또 다른 진전이 있는지’를 질문하자, 문 대통령은 “여러차례 설명드렸고, 추가적인 설명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핵화를 실현해나가는 로드맵은 북미간에 협의할 문제이기 때문에 앞질러서 생각을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대답을 건너띄었다.

국내 언론사와 외신의 질문을 비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미국 NBC 기자는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CVID 수용을 의미하느냐” 등 보다 회담의 본질적인 사안과 심층적인 질문을 했다. ‘비핵화’라는 중요 의제에 근거해 질문했으며, ‘남북미 3자 핫라인 연락 가능여부’, ‘남북 비밀회담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에 사전 통지 여부’ 등 동맹국 미국과의 균형있는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나아가 구체적인 방안 등을 묻는 질문이었다.

이와 관련해 배진영 월간조선 차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내 언론은) 문재인의 입장을 살려주는 하나마나한 질문만 했다. 문재인도 편하게 답변하는 양상이었다”고 지적했다. 배 기자는 이어 “(내신과 외신 모두) 다 같은 기자고, 다 같은 한국인인데, 그들의 질문의 질(質)은 왜 그렇게 차이가 났을까? 관제언론과 자유언론의 차이”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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