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의 한 대로에서 교통 통제에 임하고 있는 남성 경찰과 뒷짐지고 있는 여경의 모습.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중 두 번째 영상이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교통통제에 전력을 다하는 남경과 이를 바라보며 뒷짐진 여경이 등장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돼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이지고 있다. 영상에 등장한 여경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은 지난 2021년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에서 제기됐던 '여경 무용론'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다른 네티즌들은 여경에 대한 무조건적 혐오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영상은 두 개로, 길이는 각각 4초이며 gif형식으로 돼 있다. 영상이 찍힌 곳은 서울 동작구의 서울 지하철 4호선 상도역과 숭실대입구역 사이 8차선 대로로, 도로명은 '상도로 49길'이다. 영상이 찍힌 일시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에 최초로 올라온 시각은 27일 오후 9시 50분 경이다.

서울 동작구의 한 대로 한가운데에서 뒷짐 지고 있는 여경의 모습. 인터넷에 올라온 두 영상 중 첫 번째 영상이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첫 번째 영상에선 숭실대입구역에서 상도역으로 가는 방향은 교통 체증이 심하고, 반대쪽 방향은 한산하다. 이 상황에서 한 여성 경찰이 뒷짐지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다. 두번째 영상에선 한 남성 경찰이 교통통제를 하는 동시에 유턴하려는 차를 유도하는 모습과 여경이 뒷짐지고 서성이는 상황이 동시에 찍혀 있다.

이 두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마실 나왔냐"며 주로 여경을 힐난하는 모양새다. 네티즌들은 "진짜 (여경에 대한 편견을) 스스로 열심히 만들어준다" "도대체 뭘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엄두가 안나는데 경찰이라 차마 그럴 수는 없으니 '나는 침착하다'며 자기최면 거는거다" "(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아주머니들도 저렇게는 안 서있다" "경찰이 저것(교통통제)마저 못하면 대체 뭘 어떻게 해야하는 거냐" "남일처럼 서 있는 게 말이 되나"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반면 "여경에 대한 무지성(아무 생각 없는) 혐오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소수 있었다. 이러한 의견을 내비친 네티즌들은 "실제 잘못한 걸로 비판해야지 무조건적으로 욕하는 거 보면 대(大) 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는 건가 싶다" "한 경찰이 한쪽 방향을 교통통제하면 다른 경찰은 다른 쪽 주시하고 있어야 하는는 것 아니냐" "일하다 중간에 쉬는 건지 교대로 일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영상이다" 등의 반론이 있었다.

이외에 어느 한쪽 의견에 매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네티즌도 있었다, 그는 "둘 중 한 명은 반대 차선 상황 주시할 수도 있겠지만, 뒷짐지는 건 다른 사람이 볼 땐 오해하기 좋은 자세다. 결국 태도의 문제"라며 "물론 무지성으로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여경 논란에 더해져서 욕 먹는 건 더욱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란 의견을 밝혔다.

해당 영상이 돌고 있는 곳이 주로 2030 젊은 남성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이기에 여경에 대한 비판 의견이 많은 것은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영상이 올라왔던 27일은 한겨레가 지난 2021년에 발생했던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 가족이 겪고 있는 근황을 심층기사로 내기 시작한 날이기도 하단 것이다. 이로 인해 '여경 무용론'이 다시 재환기돼 해당 영상의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11월 15일 인천 남동구 서창동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으로 신고당한 윗층의 남성이 자신을 신고한 아래층 일가 3명에게 흉기로 상해를 입힌 사건이다. 그런데 신고받고 출동했던 경찰들의 미흡한 대처로 예방할 수도 있었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측면이 컸다. 특히 가해자가 아래층 가족 부인에게 부상을 입히는 과정에서 그 자리에 있었던 여경은 가해자를 진압하기는커녕 사실상 도망쳤고, 그 때문에 부인은 현재 왼쪽 뇌기능 정지로 인해 오른쪽 신체가 마비됐고, 지능도 어린아이 수준으로 퇴화됐다. 또 아랫층 가족 딸은 오른족 뺨에 7cm가량의 자상 흉터가 남게 되자 이를 비관한 나머지 '은둔형 알코올 중독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11월 15일 인천 남동구 서창동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흉기난동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CCTV에 찍힌 남경과 여경의 모습. [사진=유튜브]

 

이렇듯 예상치 못한 긴급 현장 상황이 발생하는 경찰 업무에서 한국 여경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함이 일정 부분 증명됐기에 네티즌들이 '여경은 교통통제마저 제대로 못하는 거냐'며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찰 선발 과정에서 여경 체력검정 기준이 엄격한 미국이나 흉기를 든 남성을 최선을 다해 제압하는 일본 여경의 이야기가 한국에서도 회자되면서 이러한 '여경 무용론'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1년 7월 10일 일본 나고야역 광장에서 약 18cm의 흉기를 든 남성을 적극적으로 진압하고 있는 일본 경찰들. 특히 여경이 최선을 다해 진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란 평가가 한국에서도 나온 바 있다. [사진=유튜브]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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