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朝美회담" 두차례 발언을 '좋은회담' '북미회담'으로 바꿔놨다가 논란일자 수정
4.27 1차회담때 방명록에 할말과 이름 석자만 적은 김정은, 옆에서 차렷자세로 지킨 文
文, 2차회담서 직함까지 적고 "평화와 번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헌법상 국가 불인정 主敵' 北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美보다 앞세우고, '공화국' 지칭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청와대 온에어' 보도자료 캡처
사진=TV조선 방송화면(수정 전), '청와대 온에어' 보도자료(수정 후) 캡처

북한 관영·선전매체에서나 볼 법한 생소한 '조미(朝美)정상회담'이라는 표현이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입에서 두 차례나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비밀리에 판문점 북측 통일각으로 월북해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조미정상회담'이라는 표현을 두 차례나 사용했다. 

한번은 "이렇게 '조미정상회담'이라는 아주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라고 운을 뗀 부분, 한번은 "'조미정상회담'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기원하겠다"는 맺음말이었다.
 
조미(朝美)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자칭하는 북한식 용어 '조선'을 앞세우고, 6·25 전쟁 상대국인 미국을 뒤로 배치해 언급하는 것이다. 미국은 같은 자유진영 국가인 한국에게 있어 '혈맹'이다. 청와대를 비롯해 상당수 언론사까지 남발하는 북미(北美)라는 용어 자체도 '주적인 북한을 앞세워 일컫는다'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데, 문 대통령은 아예 북한식 용어인 조미를 위화감 없이 사용한 셈이다.
 
TV조선에 따르면 청와대가 보도자료 홈페이지에 최초로 올린 녹취록에는 '조미'라는 표현이 없었다고 한다. 청와대는 각각 '좋은 회담'과 '북미회담'으로 수정해서 올렸다가, 실제 발언과 다르게 적었다는 의혹을 받자 결국 '조미정상회담'으로 녹취록을 재수정했다.
 
문 대통령이 별안간 '조미' 용어를 사용하면서 청와대와 여당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김정은이 앞서 '탈북자'라는 우리식 표현을 쓴 것처럼 문 대통령이 북한식 표현을 해준 것"이라는 취지로 변명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27일 오후 출입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의 '조미정상회담' 표현 관련 질문이 나오자 "실수가 아니라면 그게 본심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청와대, 연합뉴스
사진=청와대, 연합뉴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판문점 북측 통일각 내 방명록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적은 것으로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헌법상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북한 정권을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으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고 명시해 준 격이 됐다.

앞서 지난달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1차 회담 때 김정은은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라고 다소 추상적인 글귀와 함께 "김정은"이라고만 서명했다. 한국식 표현인 '역사'가 아닌 북한식으로 '력사'를 그대로 적었다.

각 정상의 방명록 작성 과정을 봐도, 1차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사실상 '차렷' 자세로 김정은의 옆을 지켰지만 2차 회담에서 김정은은 뒷짐을 진 채로 방명록을 작성 중인 문 대통령을 지켜봤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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