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방일 당시 일장기에 경례한 것은 ‘의전실수’임을 줄곧 주장한 탁현민씨가 시민단체로부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다. 24일 탁씨는 이와 관련해 오히려 무고죄로 고소할 방침임을 밝혔다.

23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국기·국장 모독죄·공공외교법 위반’ 등으로 탁씨를 서울경찰청에 22일 고발했다고 밝혔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탁씨가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이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킨 의도적인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탁현민, 시민단체는 무고죄로 걸겠다면서 탁씨 게시물이 ‘거짓정보’라는 페이스북에는 침묵

앞서 탁씨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 당시 일장기 앞에서 고개를 숙여 경례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에는 태극기가 일장기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탁씨는 "태극기에 경례하고 다시 고개를 숙여 일장기에 경례를 하는…어처구니없음"이라고 썼다.

일장기만 보이는 사진을 게시한 탁현민의 게시물에 대해 페이스북은 '일부 거짓 정보'라는 표식을 달았다. 현재 이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이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일장기만 보이는 사진을 게시한 탁현민의 게시물에 대해 페이스북은 '일부 거짓 정보'라는 표식을 달았다. 현재 이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이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이후 페이스북 측은 탁씨의 게시물에 ‘일부 거짓 정보’라는 표식을 달았다.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있었는데도 일장기만 보이는 사진을 게시한 건 ‘사실 오도’라는 프랑스 통신사 AFP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후 해당 게시물은 삭제됐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탁 전 비서관이 ‘가짜뉴스’를 올려 대통령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국익마저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탁씨는 이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도 양국 정상이 양 국기에 경례를 했다고 밝혔고, 나도 일장기에만 경례를 했다고 쓰지 않아서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랬던 탁씨가 24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서는 돌연 태도를 바꿨다. 탁씨는 “‘일장기에만 경례를 했다’고 쓰지 않았는데, ‘만’자를 자연스럽게 붙여서 펌핑을 하고 그 다음에 가짜뉴스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일장기에 경례를 했다’고 썼지, 일장기에‘만’ 경례를 했다고 쓰지 않았는데, 오히려 일부 보수 언론이 의도적으로 ‘만’자를 붙여서 가짜뉴스를 만들었다는 주장이었다.

탁씨는 윤 대통령의 일장기 경례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그 글에서 윤 대통령이 일장기에만 경례를 했다는 표현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탁씨가 가장 먼저 쓴 글과 함께 올린 사진에는 태극기가 보이지 않는다. 일장기만 보이도록 교묘하게 찍은 사진에서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와 함께 정중례를 하고 있다. 따라서 탁씨가 올린 이 사진을 본 사람들은 누구나 ‘윤 대통령이 일장기에만 경례를 한 것’처럼 착각을 할 수 있다.

페이스북도 바로 이 점에서 ‘일부 거짓 정보’라고 지적을 한 것이다.

탁씨는 24일 김어준의 유튜브에서 이와 관련해서는 한 마디의 설명도 없이, ‘일장기에만 경례를 했다’라고 보도한 일부 보수언론과 이를 토대로 자신을 경찰에 고발한 단체를 대상으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임을 밝힌 것이다.

24일 김어준의 유튜브에 출연한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자신을 고발한 시민단체와 일부 보수언론을 무고죄로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진=유튜브 캡처]
24일 김어준의 유튜브에 출연한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자신을 고발한 시민단체와 일부 보수 언론을 무고죄로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진=유튜브 캡처]

따라서 탁씨가 시민단체를 무고죄로 고소하겠다면서, 탁씨의 게시물을 ‘거짓 정보’라고 판단한 페이스북에 대해서는 무고죄로 걸지 못하고 침묵하는 것은 자기모순이거나 강자(페이스북)에 약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탁씨와 비슷하게 보도했던 KBS는 이미 사과했지만 탁씨는 침묵

일장기에만 경례를 한 것처럼 최초 오보를 한 KBS는 이미 사과를 했다. 일본 총리 관저 환영행사를 중계하던 KBS 앵커가 “일장기를 향해서 윤 대통령이 경례하는 모습을 방금 보셨다”며, '의장대가 우리 국기를 들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발언한 것을 사과한 것이다.

KBS가 사과를 한 이후에도 KBS와 비슷한 주장을 펼쳤던 탁씨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한 마디도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윤 대통령 방일 외교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며 논란을 키웠다. 지난 22일에도 탁씨는 김어준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방일 외교의 3가지 미스터리’를 지적하며, “자칭 타칭 의전 전문가인 제가 도저히 이해 못하는 부분이다”고 주장했다.

탁씨가 주장한 ‘3가지 미스터리’는 한결같은 ‘억지 주장’

탁씨가 주장한 3가지 미스터리는 억지스럽기 그지없다. 첫째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던 모든 정상들과 달리 별도로 태극기에 한 번 경례하고, 기시다 총리와 같이 또 인사를 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는 ‘일본의 관행은 의장대 사열 도중 각기 상대방 국기에 예를 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 방일했던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정상들도 모두 기시다 총리와 함께 자국 국기와 일장기 앞에서 동시에 묵례를 했다. 윤 대통령이 일장기를 향해 묵례를 한 것도 방문국인 일본의 관행을 따른 것이다.

그런데도 탁씨는 ‘서로 각자의 국기에 인사하고 또 상대 국기에 인사하기로 합의가 됐으면, 기시다 총리도 두 번 했어야 하는데 기시다 총리는 한번만 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는 명백히 대통령실의 해명을 호도하는 주장이다. 대통령실에서는 의장대 사열 도중 상대방 국기에 예를 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의장대 사열 직전, 태극기를 보고 가슴에 손을 얹는 경례를 혼자 했을 뿐이다. 탁씨 주장대로라면, 일장기를 향해 인사를 하지 않은 기시다 총리의 불충을 문제삼아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탁씨가 주장하는 두 번째 미스터리는 ‘애국가가 연주될 때 왜 손을 안 올릴까’라는 점이다. 이 부분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도 카자흐스탄 순방 당시 애국가가 나오는 동안 ‘차렷’ 자세로 서 있었던 내용이 알려진 바 있다. ▶펜앤드마이크 3월 18일자 ‘‘가짜뉴스’로 윤 대통령 모독하는 탁현민, 급기야 국민 우롱 발언’ 제하 보도 참조.

탁씨 주장의 세 번째 미스터리는 ‘순방 행사 처음에 수행원들이 도열하기도 전에 애국가를 연주해 버린 것’이다. 일본 측 인사는 줄을 쫙 서 있는 반면, 우리측 인사들은 엄벙덤벙 준비가 안 된 채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의전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문제삼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것이야말로 탁씨의 억지 트집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명백히 윤 대통령이나 우리 대통령실의 잘못이 아니라, 일본 측의 준비 부족이기 때문이다. 의전 전문가인 탁씨가 일본측 의전 담당자에게 항의를 해야 하는 셈이다.

윤 대통령의 항일 외교 순방에 어떻게든 딴지를 걸려는 탁씨의 어설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탁씨의 이런 어설픈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탁씨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의 조문록 작성 방식도 지적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조문록의 왼편에 글씨를 쓴 게 잘못됐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다른 정상들도 조문록을 왼쪽 편에 작성한 경우가 많았다.

문재인 정부 의전비서관의 고질병, 지난해 영국 방문 때도 ‘거짓 주장’으로 윤 대통령 공격

탁씨는 2022년 9월 20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윤석열 대통령만 왼쪽 페이지에 조문록을 쓰고 있다"며 "조문록을 쓰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은 내보내지 말았어야 됐다"라고 지적했다. 정상들이 조문록을 쓸 때 통상 오른쪽 면에 쓴다며, 남의 페이지 뒷장에 쓰는 게 아니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한 뒤 조문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한 뒤 조문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탁씨는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가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거라고 본다"라며 "누가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은 의전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보면 정말 얼굴이 뜨거운 일"이라고 말다. 대통령실 의전 홍보 담당자들이 사소한 연출에 소홀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정상들의 사진을 살펴보면, 탁씨의 지적은 사실과 달랐다. 일본이나 인도 등 여러 각국 정상들 역시 조문록 왼쪽에 글을 작성했다.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를 비롯하여 드루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 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이 조문록의 왼쪽 페이지에 여왕에 대한 애도 메시지를 남겼다. 또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 데니스 사수 응궤소 콩고 대통령, 사미아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 등이 조문록의 왼쪽 페이지에 애도 메시지를 남겼다.

이쯤되면 탁씨는 대통령실의 의전과 관련해서 입을 닫아야 하지만, 여전히 자칭 타칭 ‘최고의 의전 전문가’임을 내세우고 있다. 대통령실의 검증 작업과 페이스북에 의해 ‘거짓 정보’임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남의 잘못만 지적하면서 자신의 잘못에는 눈감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 되면 문재인 정부의 의전비서관은 고질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거짓 주장이나 잘못된 정보로 윤 대통령의 의전에 대한 가짜뉴스를 지속적으로 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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