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불 지른 바이든의 ARP 법안...5.2조 달러 유동성 풀려
금리인상 적기 놓친 연준...뒤늦게 급격히 올린 금리가 SVB 파산 원인 제공
한국경제, 환경 불리할수록 규제완화, 제도혁신 이뤄내야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풍랑이 일 때 삼각파도가 제일 위험하다. 아무리 큰 배도 삼각파도를 만나면 견디기 어렵다. 삼각파도에 비견되는 것이 경제에서의 다중위기(polycrisis)이다. 대한민국은 ‘고부채 고금리 고물가’의 3각 파도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을 극복하고 엔데믹으로 상황이 호전되었지만 상황은 더욱 위중하다. ‘여우’를 겨우 피했는 데, 삼각파도라는 ‘호랑이’를 만난 형국이다. 
 
펜데믹 상황에서 ‘공격적 통화정책’을 쓰면 경기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낙관적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엔데믹 상황에서의 ‘보복 소비’는 기대에 못 미쳤고, 과잉유동성 공급의 후과(後果)는 잔인했다. ‘인플레이션의 고착’이 그것이다. 인플레이션 치유를 위한 미국 연준(Fed)의 전투적 금리인상은 실물경기 위축이라는 층위가 다른 후유증을 낳고 있다. 문제의 ‘원천’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다. 그 뿌리를 캐야 문제의 본질에 도달할 수 있다. 

O 인플레이션 불 지른 바이든의 ARP 법안

2021년 1월에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섰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3월 11일 ‘1호 법안’인 미국구조계획법(ARP Act : American Rescue Plan Act)을 발효시켰다. ARP는 미국 GDP의 10%에 육박하는 ‘1.9조달러’를 투입하는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이다. 표방된 ARP 목표는 ‘사회안전망 강화와 빈곤 방지를 위한 경기부양’이다. 개발도상국 슬로건과 다를 바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이미 다섯 차례 재정을 투입했기에 ARP는 여섯 번째 대책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5차에 걸친 부양책(ARES Act: Coronavirus Aid, Relief and Economic Security Act)으로 투입된 총재정은 3조3,000억 달러이다. ARP와 합치면 5조2,000억달러를 투입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투입액 1조5,000억달러의 3.5배에 이른다. 

바이든 행정부의 ARP가 발효된 2021년 봄은 코로나 진정국면이었다. 따라서 ARP는 그 자체가 ‘과다지출’이다. ARP가 발효된 1년 후 이뤄진 Epochtimes와의 인터뷰(2022. 5.5)에서 Yellen 재무장관은 “바이든의 지출이 인플레이션을 먹여 살렸다”(Biden’s spending ‘did Feed’ Inflation)고 고백했다.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효과적으로 진정시킬 수 있는 정책수단을 간과했다. 트럼프가 대중무역전쟁을 선포하면서 부과한 ‘관세’를 폐기하는 것이 물가를 끌어내릴 수 있는 효과적 방안이었다.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무역장벽 축소’가 인플레이션을 경감시킬 수 있는 강력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관세를 철회하면 물가상승률을 1.3%포인트 낮출 수 있다는 보고서(2022.3)를 내기도 했다. 그리고 일손 부족 현상을 초래한 트럼프의 이민 제한 조치도 원위치로 되돌렸어야 했다.  

인플레이션의 속성이 달라진 것도 문제를 키웠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통적 정책사고는 “너무나 많은 통화가 희소한 재화를 쫓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준금리를 올려 통화량을 흡수하면 물가가 잡힐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통화량과 물가의 관계는 ‘기계적’이지 않을 수 있다. 미 Fed는 임금, 임대료 등 가격변동 폭과 빈도가 낮은 ‘점성 인플레이션’(sticky inflation) 속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공급망 붕괴에 따른 물가인상은 금리 수준과는 사실상 무관하다. 

미국의 2022년 7월 CPI 상승률 9.1% 쇼크 이후 ‘물가 피크아웃’은 맞지만 임금, 임대료, 보험료 등 'sticky 항목'은 여전히 높다. sticky inflation의 속성으로 ‘금리인상의 인플레이션 치유효과’는 제한적이다. 러·우 전쟁으로 인한 식량·에너지 가격 폭등도 통화량(금리수준)과는 무관하다.  
 
O 파월 의장, 금리인상 타이밍 실기(失機) 및 금리인상 과속

파월 연준(Fed) 의장의 인플레이션 인지 혼란도 문제를 키웠다. 파월 의장은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구조화되는 시점인 2021. 7. 14에 미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비둘기파’ 발언을 쏟아냈다. “지금의 물가상승률은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으며, 너무 성급하게 움직이는 것(금융긴축)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파월 의장은 2021. 11. 23 바이든에 의해 재지명 된다. 파월은 2021. 11.30 미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발언’을 번복하고 ‘매파’로 변신한다. 2021년 12월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발언한다. 그리고 테이퍼링을 2022. 2월말 종료하고 ‘2022년 3월’ 금리인상을 단행한다.  한국은 이미 ‘2021년 8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은 한국보다 7개월 늦은 ‘2022년 3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한다. 늦은 만큼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가계부채와 고용시장의 문제가 없기 때문에, 금리인상에 거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과속은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O 미 Fed의  급격한 긴축이 빚은 ‘SVB 파산’ 

3월 8일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장기채권 매각손실 18억달러, 22.5억달러 증자 발표”를 공시한다. 증자를 통해 장기채권 손실을 보존하겠다는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공시가 실리콘밸리 은행을 파산으로 몰고 갔다. 일부 벤처투자자(VC)가 스타트업에 인출지시를 했기 때문이다. 뱅크런이 벌어진 지 2일만에 파산했다. 실리콘밸리은행은 작년 말 기준 총자산 2090억달러로 미국 내 16위이다. 

Fed 40여 년 만에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채권 가격이 폭락했고, 불황을 겪은 테크기업의 예금 인출이 맞물려 파산으로 내몰린 것이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미국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 등의 가격 하락에 따른 ‘미실현 손실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약 6천200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파월의장도 금리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23일 이뤄진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 올리는 데 그쳤다. 

O 한국경제, 구조개혁과 혁신으로 체질 개선해야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삼각파도의 뿌리를 쫓아가면 그 근저에는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시 하는 ‘미국의 정책’이 존재한다. 이웃 나라들의 표정을 살피면서 동행하자고 말할 수도 없다. 우리의 실력을 기르는 것 이외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베이비 스텝으로 밟은 것도 ‘미국’의 형편을 감안 해서이다. 

미국이 금리를 0.25% 올림으로써 한·미간 금리차이가 22년만의 최고치인 1.5% 포인트로 벌어졌다. 미국금리가 우리보다 1.5% 더 높아진 첫날 특별한 금융발작(충격)은 일어나지 않았다. 환률은 전날보다 오히려 29원 떨어진(원화강세) 1278원/달러를 기록했다. 경제충격에 대한 한국경제의 ‘내성’이 강화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동조하지 않고 ‘어느 정도’ 관망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한국을 최고 혁신 허브로 만들겠으니 투자해달라”고 글로벌 CEO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맞는 방향이다. 한국이 혁신허브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국은 지난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가 변경됐다.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인정된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이 투자적격 기준으로 준용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에는 실패했다. 

혁신 허브에 걸맞는 규제완화와 제도혁신을 이뤄내면 된다. ‘거미줄 같은 규제, 다락같이 높은 법인세율, 반기업 정서, 노(勞)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시정하지 않고서 외국자본을 유치할 수 없다.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려면’ 노사간 ‘무기대등원칙’(equal footing)을 지켜야 한다.  파업 때 ‘노조의 사업장 점거’를 사실상 허용하면서 ‘대체근로 투입’은 금지하고 있다. 

비수기일 때, 설비와 장치를 손본다. 마찬가지로 경제환경이 불리할 때, 제도와 규제를 손봐야 한다. 그리고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같은 저급한 사회주의 구호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가슴을 적시는 구호일수록 함정이 있다. 국가에의 의존이 타성화 되면 ‘개인’의 존재는 사라진다. 그런 개인이 튼실한 국가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노예의 길’인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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