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둔 25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한 유가족이 고인 사진을 매만지고 있다. 2021.3.25(사진=연합뉴스)
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둔 25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한 유가족이 고인 사진을 매만지고 있다. 2021.3.25(사진=연합뉴스)

북한군의 기습 어뢰도발로 폭침된 우리 해군 천안함 사건이 13주기를 맞이한 가운데, 제8회 서해수호의 날인 24일 국민의힘이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서해를 지키다 산화한 영웅들의 묘역을 찾는다.

그런데, 정작 그와 달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서해 수호의 날'에 참석 일정을 쏙 빼놓고 있던 것. 한마디로 북한군의 기습으로 전사(戰死)한 우리 군 장병들을 잊지 않기 위하여 공식적으로 제정된 서해수호의 날에 대한 상반된 시각차를 보여주는 행보인 셈.

먼저 국민의힘이 지난 23일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밝힌 당 지도부 일정은 다음과 같다.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11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리는 제8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 참석한다. 이어 정오에는 천안함46용사묘역과 故한주호 준위 묘소, 제2연평해전 전사자묘역과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묘역을 찾을 예정이다.

지난 2016년 제정된 서해수호의 날은, 3월의 4주차 금요일을 '서해수호의 날'로 지정되어 서해 앞바다를 지키다 스러져간 우리 군 장병들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이미 전직 대통령들도 이 자리를 찾았고, 윤석열 대통령 역시 과거 대선 후보였던 시절이던 지난 2011년 11월17일 천안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과 故 이상희 하사의 부친 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을 위로하며 "국격이라는 건, 국가를 위해 희생된 장병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으며 또 그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달려있다"라며 "잘 챙겨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시 대선 후보는 이날 "천안함은 북한에 의한 피격이며, 우리 장병들이 북한의 도발로 희생된 사건"이라고 규정지은 바 있다. 이랬던 윤석열 대통령은 그해 7월22일, 천안함 용사 故 정종율 상사의 부인인 故 정경옥 씨의 빈소를 찾아 하나뿐인 그의 아들 정주한 군의 손을 꼬옥 잡으며 위로함으로써 전국민의 눈물을 자아낸 바 있다(관련 기사 : "아빠! 아빠 얼굴 잊지 않을거예요!" 故 천안함 용사 부인상 홀로 남은 아들···尹 위로방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천안함 용사 故 정종율 상사의 아내 故 정경옥 씨의 빈소를 찾아 그의 아들을 위로하고 있다. 최원일 대령도 보인다. 2021.07.22(사진=윤석열 캠프, 일부편집=조주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천안함 용사 故 정종율 상사의 아내 故 정경옥 씨의 빈소를 찾아 그의 아들을 위로하고 있다. 최원일 대령(예)도 보인다. 2021.07.22(사진=윤석열 캠프, 일부편집=조주형 기자)

그만큼 북한군에 의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정부여당의 일관된 안보관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부여당과 달리 민주당 이재명 지도부는 아예 전날 예고되는 민주당 일정에서 제8회 서해 수호의 날 자체를 생략한 것. 지난 23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는 오전 10시 울산시당에서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다. 그외 오전 추가일정은 이때 공표되지도 않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일정으로 오후2시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한다. 오후3시30분에는 울산 남구 수암시장 사거리를 찾아 재보궐 선거 후보자 지원유세에 나설 예정이며, 저녁 6시30분 울산상공회의소에서 보고회에 나선다.

당 차원에서 제아무리 다가오는 재보궐선거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일정을 보궐선거와 관련된 울산 방문일정에 맞추었다. 당과 관계없이 국가안보 및 정신전력 및 안보관 증진 차원에서 우리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국군 용사들을 공식적으로 추모할 수 있는 1년의 1번 있는 서해 수호의 날 행사 일정 자체를 빠뜨렸다는 점에서, 사실상 안보관 논란에 대한 비판을 자초한 셈이 된 것.

앞서 전날인 지난 23일, 국민의힘의 김민수 신임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단 "3·26 기관총은 오늘도 서해를 지키고 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북한군의 소행임을 밝힌 바 있다. 김민수 대변인은 이날 "지난 2010년 3월26일 밤 9시22분, 백령도 서남방 2.5Km 해상에서 경계 임무수행 중이던 천안함은 북한 잠수정의 기습 어뢰공격으로 침몰되었고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 대변인은 "막내아들인 故민평기 상사를 잃은 윤청자 여사는 '죽은 아들 대신 이 돈으로 우리 군인들과 국가를 지켜달라'며 사망보상금과 성금 전액을 해군에 기부하였고, 해군은 그 고귀한 뜻을 받들어 윤 여사의 기부금으로 K-6 중기관총 18정을 구입하여 천안함과 같은 급의 초계함 9기에 각 2정씩 총 18정을 탑재했다"라고 언급했다. 해당 중기관총의 이름이 바로 '3·26기관총'이다.

서해수호 55용사 사이버추모관에 걸린 서해 수호 55용사의 모습.2023.03.24(사진=서해수호55용사 사이버추모관, 편집=조주형 기자)
서해수호 55용사 사이버추모관에 걸린 서해 수호 55용사의 모습.2023.03.24(사진=서해수호55용사 사이버추모관, 편집=조주형 기자)

이어 "매년 3월 4째주 금요일은 '서해수호의 날'로 올해도 어김없이 3월의 4째주가 돌아왔고, 그간 잊고 지냈던 불멸의 젊은 용사들이 다시 우리를 찾아왔다"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용산 전쟁기념관은 어제인 3월 22일부터 3일간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전' 등 서해를 지킨 3개 사건으로 전사한 '55용사를 기리는 불멸의 빛으로 밤하늘을 채운다"라며 "대한민국의 빛이 밤하늘에 닿아 별이 된 우리 용사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조국헌신 군인본분'을 다하고 산화한 서해 용사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유족을 내 가족처럼 보살필 것"이라며 "사해를 위협하는 적에게는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엄중경고 한다"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각종 음모론으로 천안함 용사들과 남은 장병들을 모욕하는 자들은 더 늦기 전에 진심 어린 사죄를 하길 권하는 바"라며 "다시는 우리의 바다를 넘보지 말 것이며, 또다시 서해를 넘보는 자들이 있다면, '서해 수호 55용사'의 분신이 된 '3·26 기관총'이 쉴새 없이 불을 뿜어 우리 바다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천안함 사건이란 지난 2010년 3월26일 오후9시22분경 백령도 남서 해역 일대에서 작전 중이던 우리 해군의 1천200톤급 초계전투함 천안함(함번 PCC-772)이 북한군 잠수정의 기습적인 어뢰공격을 받아 폭침당한 사건이다. 이로인해 천안함에서 작전중이던 우리 군 장병 46명이 전사(戰死)했고, 천안함 장병들을 찾기위해 수색·구조작전에 나섰던 해군 특수전전단의 한주호 준위가 작전 중 생환하지 못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1일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고(故) 한주호 준위의 입관식에서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2010.4.1(사진=연합뉴스, 일부편집=펜앤드마이크)
1일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고(故) 한주호 준위의 입관식에서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2010.4.1(사진=연합뉴스, 일부편집=조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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