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반발에도 연금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올해 말부터 연금개혁안 시행을 희망한다면서 시점까지 못박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오후 TF1, 프랑스2 방송과의 생중계 인터뷰에서 "더 오래 기다릴수록 (연금 제도 적자가) 악화한다"며 "이 개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35분간 진행자 2명과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은 마크롱 대통령은 "내가 이 개혁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느냐? 그렇지 않다"며 정부의 연금개혁안이 불가피한 대안임을 역설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내가 (2017년 5월 첫 번째 임기)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연금 수급자가 1천만명이었으나 (6년이 지난) 지금은 1천700만명이 됐다"며 "단기적인 여론 조사 결과와 국가의 일반적인 이익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를 택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의 반대로 하원 통과가 불투명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헌법 제49조3항 등을 통해 연금개혁안을 상하원 모두에서 최종 통과시켰다. 국민 상당수의 반대 여론은 여론조사와 거리 시위 등으로 고조되고 있다. 야당과 노동계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인터뷰에 더욱 반발했다.

필리프 마르티네즈 노동총동맹(CGT) 사무총장은 마크롱 대통령이 "지금까지 시위해온 수많은 사람을 업신여겼다"고 비판했다. 올리비에 포르 좌파 사회당 대표는 "불난 곳에 기름을 더 부었다"고 일갈했다.

지난 2017년, 2022년 대선 결선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맞붙은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도 국민들이 이미 느끼는 모욕감을 더 자극했다는 취지로 마크롱 대통령을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개혁안이 하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커지자 헌법 제49조3항을 통해 표결을 건너뛰는 절차를 밟았다. 야당 의원들은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해 표결에 돌입, 내각 총사퇴를 노렸다. 하지만 과반에서 9표가 모자라 부결됐고 연금 개혁 법안은 자동으로 하원을 통과한 효력을 가졌다. 연금개혁안은 한국의 헌법재판소 격인 헌법위원회 검토를 남겨놓고 있다.

국민연합과 좌파연합 뉘프(NUPES) 등은 전날 헌법위원회에 연금개혁안의 위헌 여부를 따져달라고 신청했다. 프랑스 주요 노동조합은 23일 프랑스 전역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제9차 시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후회는 없다면서 어떤 노조도 타협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브라질 의회 폭동 등을 거론하며 "우리는 듣고, 존중하고, 함께 나가려고 시도하겠지만 반란이나 파괴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보른 총리를 여전히 신임한다고도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