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2달이나 계절을 앞선 듯한 날씨에 벌써부터 에어컨을 가동하는 곳이 제법 많았다. 하지만 올여름 에어컨 가동은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며 가전업계가 절전 기능을 부각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사진은 5일 서울의 한 가전제품 매장 에어컨에 붙은 전기료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전기요금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면서 가전업계가 절전 기능을 부각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사진은 5일 서울의 한 가전제품 매장 에어컨에 붙은 전기료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겨울 난방비 걱정도 잠시, 벌써 냉방비 걱정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살림살이를 팍팍하게 했다. 지난해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인상됨에 따라, 지난 겨울 역대급 한파에 요금 폭탄을 맞은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한전의 최근 2년 간 누적적자만 40조원에 육박...정부 올해 41% 인상 추진?

특히나 냉방비 절약은 난방비 절약보다 더 힘든 측면이 많다. 무조건 전기를 써야 냉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간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서 되파는 한국전력(한전)의 적자가 지난해 32조원을 넘어섰기 때문에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처럼 한전의 적자 해소와 전기요금 인상폭을 둘러싼 방정식을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전 적자의 근본 원인은 발전사들의 전력 생산 단가가 올라가면서 한전이 발전사에서 사오는 전력 구매요금이 판매요금보다 비싸진 탓이다. 2021년 5조8,000억원, 지난해에는 32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이 두 해의 누적 적자만 40조원에 육박한다.

그에 따라 정부는 한전의 재무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인상하는 계획을 내놨고, 이미 1분기에 13.1원을 인상했다. 계획대로면 앞으로 kWh당 38.5원을 더 올려야 한다. 이럴 경우 지난해 1월 대비 약 41% 인상이 되는 셈이다. 서민 가정에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① 4인 가족 전기요금 계산해보니 1월 기준 10만 4920원...10월에는 12만 4,620원으로 올라

지금도 계속 오르고 있는 전기요금을 감안하면 조만간 4인 가족 기준 전기요금 15만원 시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일까.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기준연료비(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과 연료비 조정요금 등 4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현재 4인 가족 기준 한 달에 약 450kWh를 쓴다고 가정할 때, 지난 1월 기준 청구금액은 10만4,920원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사진을 참조하면 된다.

한국전력 홈페이지에서 4인 가족 기준 450kWh 사용을 가정해 전기요금을 계산한 결과, 10만 4,920원이 나온다. [사진=한국전력 홈페이지 캡처]
한국전력 홈페이지에서 4인 가족 기준 450kWh 사용을 가정해 전기요금을 계산한 결과, 10만 4,920원이 나온다. [사진=한국전력 홈페이지 캡처]

기자는 한전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전기요금을 직접 계산해 보았다. 주택용 저압 기준 기본요금은 7300원이다. 누진제가 적용되는 전력량요금은 3구간으로 나뉜다. 기타 계절 기준, 200kWh까지는 1단계 요금으로 112원이다. 2단계는 201kWh부터 400kWh까지로, 206.6원이다. 401kWh이상은 3단계로 299.3원의 요금이 적용된다. 따라서 전력량요금 전체는 7만8,685원이다.

기후환경요금은 4050원, 연료비조정요금은 2250원이다. 여기에 전기요금의 10%가 부가가치세로 붙고, 전기요금의 3.7%인 전력산업기반기금까지 더해져 10만 4,920원이 된다.

같은 조건으로 지난해 1월 요금을 계산해 보면 청구금액은 8만 8,340원에 그친다. 전력량요금의 1단계 요금이 88.3원에 불과하다. 올 1월 1단계 요금인 112원과 비교하면 약 27%가 인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세한 요금은 아래 사진을 참조하면 된다.

450kWh 기준, 지난해 1월 전기요금은 8만 8,340원에 그친다., [사진=한국전력 홈페이지 캡처]
450kWh 기준, 지난해 1월 전기요금은 8만 8,340원에 그친다., [사진=한국전력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정부가 한전의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인상하는 계획을 내놨다는 점이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 당장 급격한 인상이 어렵겠지만, 조만간 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미 1분기에 13.1원을 인상했고, 2분기에도 기준연료비만 kWh당 13.1원 올리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 부담을 우려해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앞으로 38.5원을 더 올릴 경우, 전기 소비자는 ‘전기 절약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기자는 다가올 10월 전기요금 청구금액을 계산해 보았다. 역시 4인 가족 기준 450kWh를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전기요금 청구금액은 12만 4,620원에 달한다(자세한 내용은 아래 표 참조). 지난해 1월 대비 41%나 상승한 금액이다.

450kWh 사용량을 기준, 정부가 앞으로 38.5원을 더 올린다고 가정하면 4인 가족 전기요금은 12만 4,620원이 될 전망이다. [표=양준서 기자]
450kWh 사용량을 기준, 정부가 앞으로 38.5원을 더 올린다고 가정하면 4인 가족 전기요금은 12만 4,620원이 될 전망이다. [표=양준서 기자]

450kWh보다 사용량이 더 많은 가정에서는 한달 전기료가 15만원이 되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특히 냉방기 사용량이 많은 여름에는 20만원을 훌쩍 넘는 것은 물론, 30만원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가전업계는 절전 기능을 부각한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효율이 떨어지는 에어컨을 사용할 경우, 전기요금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효율 좋은 에어컨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가전제품 매장으로 향하고 있다.

② 지난해 1억원 이상 연봉 받은 한전 직원 3589명...연봉의 20%가 성과급

하지만 소비자들은 한전의 적자를 국민들이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이 높다. 민간기업은 엄청난 적자를 내면 회사 등급이 떨어지고 부도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용을 줄여서 적자폭을 줄이고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도 단행한다.

반면 공기업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회사가 적자의 늪에 허우적대도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억원 이상 연봉을 받은 한전의 직원은 3589명에 달한다. 최근 5년간 한전의 억대 연봉자는 계속 증가했다. 2018년 1752명(7.8%)에 불과한 연봉 1억원 이상 직원은 2021년 처음으로 3000명을 돌파했다. 2018~2019년 각각 1조952억원, 2조59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시기에도 억대 연봉자는 10~13% 증가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더한 한전 근로자 2만3697명의 연간 급여총액은 1조5127억원에 달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2021년 결산 기준 한전 정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8496만원, 이 가운데 성과급은 1737만원이다. 억대에 가까운 평균 연봉인 데다 연봉의 20%를 성과급으로 가져갔으니 잔치라고 볼 수 있다.

에너지 대란 속에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됐지만 여전히 직원들은 과도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따라서 한전에 대한 구조조정 압박이 강하게 제기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국민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한전은 최악의 실적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상황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만 3차례 전기요금을 인상한 한전은 올해도 전기료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전기절약에 동참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한전의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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