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집권 중인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에서의 공조를 재확인했다. 특히 양국 정상은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북한을 확실히 비호하면서 반미연대를 과시했다. 

21일(현지시간) 양국 정상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발표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성명에서 "양국은 각자의 이익, 무엇보다도 주권과 영토보전, 안보를 지키기 위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중국과 러시아 양국의 정당한 영토보전 행위로 여긴다는 선언이다.

성명에는 "러시아는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에도 반대하며, 자국 주권을 지키려는 중국의 행동을 확고히 지지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해 중국이 적극적 역할을 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중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정치적 해결에 관한 입장'을 두고 러시아가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최근 중국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에 결정적 중재 역할을 했다. 미국의 중동 지역에서의 역할 공백을 포착하고 전선 구축에 나서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아울러 두 정상은 "오커스 동맹이 핵잠수함을 만들기로 한 계획에서 비롯된 위험에 대해 우려한다"고도 했다. 미국·영국·호주의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가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을 조기 공급하기로 한 계획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반대한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모든 형태의 독자 제재를 비판했다. 또 어떤 국가나 집단이 군사적, 정치적, 기타 우위를 도모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합리적인 안보 이익을 해치는 것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또는 미국 포함 동맹세력의 반러, 반중 움직임 전체를 겨냥하는 대목이다.

이런 흐름에서 양국 정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 "다른 국가의 주권과 이익을 존중하도록 촉구한다. 나토가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과 군사 분야 관계를 강화하는 데 대해서도 큰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양측은 한반도 정세에 우려를 표명하고, 관련 각측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국면 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며 "미국은 실제 행동으로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호응해 대화 재개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은 시종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주장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메커니즘을 수립할 것을 공동으로 주창해왔다"며 "양측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력을 취해서는 안 되고, 그것은 통하지도 않으며, 대화와 협상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양측은 계속해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며 '쌍궤병진(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동시 추진)'의 사고와 단계적, 동시적 행동 원칙에 따라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끊임없이 추동할 것"이라며 "화해를 권하고 협상을 촉진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 노력에 관련 각측이 적극 호응하고, 이 과정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대(對) 북중러' 구도는 거의 굳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핵·미사일 역량 고도화에도 중국과 러시아 양국 정상은 북한을 비호하고 있다.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도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 제재 등은 성사가 불가능하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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