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교도통신 "美, 北핵탄두 20개 가능한한 빨리 국외로 반출하라고 요구"

한국계 성김(왼쪽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연합뉴스)
한국계 성김(왼쪽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연합뉴스)

미국과 북한이 27~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비공개 접촉을 통해 오는 6월 12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회담 의제에 대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27일(현지시간) 미북 회담 논의를 위한 미북 실무회담이 판문점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미국 측에서는 주한 미국대사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지낸 한국계 성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그 외 미 국방부 관계 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협상팀을 이끄는 성김 대사는 과거 주한 미국 대사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사를 역임한 한반도 전문가다.

북측에서는 대미 외교를 담당해 온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최강일 북아메리카 국장대행 등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 측 대표단이 판문점에서 북한 당국자들과 회담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나워트 대변인은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 간 회담을 준비하는 일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열흘 전쯤 미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팀 대표로 발탁된 김 대사는 지난주부터 서울에서 비상 대기 중이었다. 27일 오후 주한 미국대사관 번호판(001)을 단 외교 차량이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차량의 경호를 받으며 통일대교를 지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비공개 접촉은 2차 남북 정상회담 전에 미북 간의 별도 채널을 통해 결정됐다”며 “김정은이 남북 정상회담에 나선 것은 미북 간 본격 접촉에 앞서 미국의 뜻을 확인해 보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판문점 내 구체적인 협상 장소를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미북 회담 사전 준비를 위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 북측 관계자들과 만나기 위해 판문점 북측 지역으로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WP는 “(판문점 북측의) 통일각, 즉 통일의 집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이어 “회의가 28일과 29일에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WP는 “양측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등 실질적인 미북 회담 현안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CNN방송도 “미국 대표단이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 간의 회담에 앞서 예비회담을 하기 위해 27일 북한으로 향했다”고 익명의 고의 관계자 3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교도통신 "美, 北핵탄두 20개 가능한한 빨리 국외로 반출하라고 요구"

이번 미북 실무회담의 의제는 미북 회담의 핵심 쟁점인 북한의 비핵화 방법과 체제안전 보장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는 27일 미북회담 진행 상황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비핵화가 핵심으로 비핵화에 대해 양쪽이 생각하는 정의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무회담에서는 우선 핵폐기의 첫 수순으로서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들을 국외로 반출하는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28일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핵물질 가운데 최대 20개로 추정되는 핵탄두부터 되도록 이른 시일 내 국외로 반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백악과 안보사령탑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비핵화의 목표로 거론했던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PVID)' 방식이기도 하다. 볼턴 보좌관은 최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절차는 완전하게 진행돼야 하며 불가역적이어야 한다"며 "모든 핵무기를 해체해 테네시 주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며칠 전 "김정은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리비아처럼 끝날 수밖에 없다"며 이에 가세했다.     

미국 테네시 오크리지는 미국의 핵과 원자력 연구 단지가 있는 지역으로 과거 리비아 핵 협상을 통해 폐기한 리비아의 핵시설과 핵물질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식 모델은 핵무기를 포기한 카다피 정권의 몰락으로 귀결됐던 만큼 북한은 이에 강하게 반발해 미북회담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따라서 현재 북한은 자국의 핵무기 미사일 전체를 국외로 반출하는 데 주저하고 있으며 양국이 실무회담에서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에 관한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은 핵무기 미사일 전체의 국외 반출 대신 미국 본토 공격력을 갖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특정한 유형의 미사일을 먼저 국외로 반출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번 실무회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했던 '트럼프 모델'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어디까지나 의제 조율을 위한 사전 회담으로 트럼프 행정부도 이번에 당장 비핵화의 세부 사항에 대한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환상은 갖고 있지 않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모두 이번 정상회담에서 상당한 성과를 기대하는 만큼 실무회담의 결과가 미북회담의 최종 개최 여부뿐만 아니라 그 결실의 윤곽까지 결정지을 것으로 본다.

●백악관 사전준비팀 27일 싱가포르로 출발

한편 미북회담의 실행계획(의전, 경호, 보안 등)에 대한 실무회담은 오는 29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사전 준비팀도 27일 싱가포르로 출발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에 대비해 예정대로 싱가포르로 떠난다”고 밝혔다.

미북 간 의제 협상과 실무 협상 등 ‘투 트랙’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다음 주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뉴욕을 방문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서울의 정보 소식통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과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는 아주 잘하고 있다”며 “6월 12일 싱가포르로 생각하고 있고 그것은 바뀐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북한’이란 해시태그를 붙인 글을 올려 “집중을 유지하라”며 “미국과 세계를 안전하게 지켜내는 일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8일 “성김 대사와 최선희 국장 사이에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얼마나 진정을 이룰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남북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명확하게 언급했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 의원들과 전직 고위 정부 관계자들도 27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가능성에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VOA는 전했다.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날 미 CBS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해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에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루비오 의원은 자신의 예측이 틀리길 바란다면서도 “김정은이 핵무기 포기 없이 많은 제재를 해제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장(CIA)도 이 방송에 출연해 북한정권은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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