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당들 수 개표 요구 …“수상한 개입 책임 한국회사에 있어"
암호화 되지 않은 데이터 전송해 개표결과 집계...안전·정확성 의문

지난 12일 치러진 이라크 총선에 사용된 한국산 전자개표기가 ‘부정선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Voice of America)가 최근 이라크 유력 정당들은 총선 결과에 대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IHEC)에 수 개표를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이라크 선관위 위원이 직접 ‘전자개표 부정행위’ 가능성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총선에서 사용된 전자개표기는 한국의 선거용 기기 전문 업체인 ‘미루시스템’이 지난해 4월 이라크 선관위와 1135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고 총5만9800대를 설치했다. 총선 전부터 이라크 일부 정당과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전자개표기가 부정선거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사용 중단을 요구해 왔다.

전자개표를 반대하는 입장에선 일부 지역의 수신 불량이나 전력 부족을 우려해 부정행위와 해킹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지난 9일 인터넷매체 스카이데일리 인터뷰에 응한 국내 한 선거전문가는 “이번 이라크 총선 투표방식은 작성된 투표지를 PCOS(광학판독개표기), RTS(개표결과전송기)를 통해 집계하는 방식”이라며 “하지만 일부 정당과 단체들은 해킹의 위험성이 클 뿐 아니라, 암호화 되지 않은 데이터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이드 카케이(Saeed Kakei) 이라크 선관위원은 VOA와 전화 인터뷰에서 “다른 (동료) 선관위 위원들에게 투표용지의 25% 또는 적어도 5%를 회수해 수 개표 할 것을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우리는 투명하게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들(다른 동료 선관위원)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카케이 선관위원은 미루시스템이 공급한 PCOS와 CCOS(중앙집중개표광학판독기)와 관련해 “만약 전자개표 결과가 부정확했다면,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며 “전자개표기의 오작동이나 수상한 개입이 확인되면 책임은 한국회사에 있다”고 지적했다.

VOA는 사이드 카케이 선관위원의 폭로 내용에 대해 다른 선관위원들은 대답을 회피했다고는 전했다.

전자개표기가 투표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하이더 알 아바디 이라크 총리, 아이아드 알라위 이라크 부통령, 코케우스트 동맹, 쿠르드 지역의 6개 정당 등은 전자개표가 아닌 수 개표에 찬성하고 나섰다.

이라크 선관위가 발표한 이번 총선 개표결과 총 329석 중 반(反)미국·반이란 강경파인 무크다타 알사드르가 이끄는 '행군자 동맹'(알사이룬)이 54석을 차지해 최다 의석을 확보한 반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정복 동맹'(타하로프 알파티)은 47석을 차지했다.

하이더 알 아바디 총리가 이끄는 '승리 동맹'(타하로프 알나스르)은 42석, 누리 알말리크 전 총리의 이끄는 '법치국가동맹'은 26석을 차지했다. 쿠르드민주당(KDP)은 25석, 쿠르드애국동맹(PUK)이 18석을 얻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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