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 정상이 관계 정상화 의지를 밝히면서 한미일 3각 공조의 걸림돌이 제거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선언은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을 억지하고 한미일 3국의 안보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조치라고 환영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양국 관계의 긴장은 미국, 일본, 한국의 삼각 협력에 인위적인 한계를 만든다”며 “한일관계 정상화는 세 나라가 함께 더 협력을 심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고 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VOA에 과거사 문제로 얽힌 한일 관계가 한미일 공조의 ‘약한 고리’였지만 이제는 관계 개선의 초기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완전 정상화를 선언한 것은 세 나라 안보를 실질적으로 강화한다고 말했다. 한일 군사정보호협정은 양국이 북한 군과 북한사회의 동향, 핵과 미사일 정보 등을 공유하기 위해 지난 2016년 11월에 체결한 군사협정이다. 양국이 수집하고 보유한 관련 정보를 서로 보완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이후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의 여파로 법적 지위가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는 “이제 일본과 한국이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하고 안보문제에 더 협력할 것”이라며 “이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세 나라가 공통으로 직면한 북한의 위협과 더 넓게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 함께 협력하겠다는 미국의 목표에 부합한다”고 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할 때 더욱 강력한 미사일 방어가 가능하다”며 특히 일본의 탐지 레이더 등은 한국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도 VOA에 “한국과 일본은 북한에 대한 지리적 관점이 달라서 각 정보기관이 다른 시야를 가지고 있다”며 “미국의 정보와도 결합함으로써 두 나라는 각자 가지고 있는 정보의 격차와 틈을 메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소미아는 미사일 조기 경보와 추적, 북한 활동 추적 능력을 강화한다고 덧붙였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극복하고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북한의 도발 심화가 있다”고 했다. 특히 북한의 지난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북한의 위협을 아주 시의적절하게 상기시켰다”며 “한국과 일본이 왜 관계 정상화를 가속화해야 하는지, 양국이 왜 군사와 정보 협력과 조율 노력을 강화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보여준다”고 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실현 의지를 나타낸 것도 미국과의 강력한 연대로 이어진다며 미국의 역내 전략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새로운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는 미국, 일본, 호주 등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도 연대 의지를 밝힌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로 한 것은 한미일 세 나라의 공급망을 강화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일본은 지난 16일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규체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은 “공급망 차원에서 중요한 조치”라며 “일본, 한국, 타이완, 유럽연합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국가들인데, 무역 마찰을 빚은 한국과 일본이 잠재적으로 항상 약한 고리였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미국에게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