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령에 반정부 활동”
“주요 계기들에 상경단을 조직하여 서울 지역에 총집결시켜 대규모 촛불 집회를 개최할 것”

동남아 국가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해 지령을 받고 활동한 혐의를 받는 경남진보연합 관계자가 3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동남아 국가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해 지령을 받고 활동한 혐의를 받는 경남진보연합 관계자가 3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반정부단체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관계자들이 6년 이상 북한 공작원들에게 ‘대한민국 정부를 비난하고 여론분열을 조장하라’는 지령을 받은 뒤 국내 정세 등을 수집해 북측에 보고한 것으로 공안당국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15일 북한의 대남 공작기구인 문화교류국 공작원들과 접선해 지령을 받고 활동한 자통 관계자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문화교류국은 북한의 가장 오랜 대남 간첩공작 부서다. 주로 공작원(간첩) 교육과 남파, 남한 내 지하당 및 연계 지하망 구축, 동조세력 포섭, 기밀탐지, 테러 및 해외 우회공작을 전담한다. 특히 주사파와 같은 종북세력의 핵심 인사를 포섭해 남한 혁명의 주력군으로 키우고 지하당을 구축해 동조세력을 규합한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이날 자통 총책 황모(60) 씨 등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등) 및 범죄단체 활동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황 씨 등은 지난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캄보디아, 베트남 등지에서 김명성 등 북한의 대남 공작원 6명과 접선해 지령과 공작금을 수수하고 북한정권의 지령에 따라 국내에서 각종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반국가 행위는 국가정보원이 6년에 걸쳐 해외 채증, 감청 등을 내사한 끝에 적발됐다.

검찰은 자통을 김일성·김정일 주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영도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 완수’를 목표로 비밀리에 활동하는 범죄집단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사기업이나 재단법인 형태의 정상 조직으로 위장하기 위해 이사회도 구성했다. 총책인 황 씨가 이사장을, 임원은 각 지역 책임자가 담당했다.

검찰에 따르면 북한정권은 이들에게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반미투쟁·정권퇴진 투쟁을 선동하면서 노동자·농민·학생 단체 조직을 내세워 촛불시위, 기자회견 등을 개최하라는 지령을 구체적으로 내렸다.

북한은 민노총의 노동자대회를 한 달 앞둔 지난해 6월 “민노총이 7월 중에 단체 총파업, 노동자결의대회, 부문별 련쇄(연쇄) 파업과 같은 대규모 집중 투쟁들을 격렬하게 벌여 전반적인 반정부 투쟁을 주대해나가게 하라”면서 “통선대(통일선봉대) 활동과 같은 자주통일, 반전 평화 투쟁들도 의의있게 조직하여 윤석열 패당을 통치 위기에 몰아넣으라”고 지시했다.

특히 지난 2022년 11월 윤석열 정권 퇴진 촛불 집회와 관련해 “윤석열 역도놈의 퇴진을 요구하는 제2의 촛불 국민 대항쟁을 일으키는데 목표를 두고 촛불시위를 확대해나가라”며 “주요 계기들에 상경단을 조직하여 서울 지역에 총집결시켜 대규모 촛불집회를 개최할 것”이라는 지령을 하달했다.

2021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허구성과 위험성을 집중적으로 폭로하며 지역 내 민중 속에 반미 자주 의식을 높여나가기 위한 다양한 실천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조직 전개하라”고 지령을 내렸다.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직후에는 “미국의 반(反)공화국 압살 정책에 편승하여 북에 대한 대결 흉심을 드러낸 윤석열 패거리”라며 “이사회(자통)의 영향하에 있는 대중단체들을 반 윤석열 투쟁에 총궐기시키기 위한 실천투쟁계획들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작전과 지휘를 짜고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대우조선해양 파업이 발생한 2022년 8월에는 자통으로부터 협력업체 파업 상황과 경찰 수사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통은 북한에 보낸 통신문에서 협력업체 부지회장에 대해 “구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공백을 피하기 위해 구속되지 않게 활동을 조율하기로 했고, 사찰을 주의하고 보안 규율을 각별히 지킬 것을 요구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북한정권은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2021년 7월 자통에 “조선일보 폐간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가자 수가 30만명을 돌파하고 조선일보 폐간 운동 본부가 조직되고 있다”며 “진보운동단체 등을 적극 내세워 여론전 및 내적 활동을 벌여 청와대 국민 청원 참가자 수를 늘여라”고 지시했다.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 대해서는 “고소고발전을 진행하고, 핵심 조직원이 보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댓글이나 만평을 일부러 게시하여 법적 문제를 일으키는 역공작을 펼쳐라”고 했다.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해 11월 이들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올해 1월엔 이들을 체포해 수사한 뒤 지난달 17일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이들이 ‘공안몰이’를 주장하며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서 검찰 조사는 무산됐다.

검찰은 “배후에 가려져 있는 추가 공범을 계속 수사해 자통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고 진술 거부로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지령 이행’ 부분 등도 계속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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