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에 몰린 '文·金' 다시 합심...김정은과 문재인이 함께 벌이는 '기만극'?
文, CVID 답변 회피하며 계속 '비핵화' 레토릭...세기의 포토쇼의 향방은?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의지가 확고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날 이뤄진 '2차 남북회담' 결과를 발표했다. 바로 이틀전 문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 중재자 역할에서 사실상 '해고'돼, 국제외교 무대에서의 망신과 함께 국내 정치의 입지조차 휘청거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대변하며 다시한번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또 김정은과 손을 맞잡거나 끌어안는 사진 등을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며 자신이 미북 대화의 중요한 창구임을 과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과의 전격적인 만남으로 문 대통령의 자칭 '중재자' 타이틀엔 인공호흡기가 꽂아진 형국이다.

그렇다면 2차 남북회담은 누가 제안한 것인가? 또 김정은과 문 대통령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김정은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 취소 발표를 하자 북측이 곧바로 대화 재개 의지를 피력한 사실로 볼 때 김정은이 다급했던 것 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싱가포르 회담 취소 및 트럼프의 '전달자'에 대한 우회적 비판(관련 기사 참고)으로 사실상 중재자 역할을 상실한 문 대통령도 다급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미 언론과 정치권에선 "어설픈 중재자 역을 자처하다 코리아 패싱만 당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고 문 대통령은 "(자신도 모르게 회담이 취소된 것이)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발표한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만남을 원했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근거들이 있다. 2차 회담 당일 한겨례신문은 단독보도에서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 인사의 말을 인용해 "문대통령과 김정은이 직접 통화를 한 것으로 안다"며 “문 대통령이 통화 도중 중요한 이야기가 오가게 되자 ‘이러지 말고 만나자’고 제안해 (김 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정상간 직접 통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정인 특보는 23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미국에서) 귀국하고 나서 분명히 김 위원장과 직통전화로 통화를 할 것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사를 (북측에) 잘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문 특보의 발언으로 볼 때 문 대통령이 귀국 후 김정은과 통화를 할 계획이 있었던 것 만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이번 만남에 대한 발표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 이어 다시 한 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많은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 발언에 최근 외교 참사의 본질과 김정은·문재인의 끊임없는 '말 장난'이 녹아 있다고 지적한다. 

먼저 판문점 선언의 정상 간 발표에서 비핵화를 거론한 것은 오직 문 대통령 뿐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오늘 김 위원장과 나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 목표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발표를 하며 단 한번도 '비핵화'를 입에 담지 않았다. 그는 한반도 좌파의 최고 수장답게 끊임없는 미사여구와 형용사로 덮인,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장문의 발표문만을 읽어 나갔다. 그가 한 말의 일부분은 다음과 같다: "위대한 역사는 저절로 창조되고 기록되지 않으며 그 시대 인간들의 성실한 노력과 뜨거운 숨결의 응결체입니다. 이 시대의 우리가 민족의 화해단합과 평화번영을 위하여 반드시 창조해 놓아야 할 모든 것, 창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완전무결하게 해놓음으로써 자기 역사적 책임과 시대적 의무를 다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발표한(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서명이 들어간) 판문점선언문에는 비핵화가 언급된다.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말하는 '핵 없는 한반도'가 무슨 의미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한반도의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선반도 비핵화란 북한만이 아니라 남조선까지 포함한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뜻한다”고 말한 사실과, 2006년 1차 핵실험 직후 중국 외교부장과 강석주 북한 외무차관이 '한반도 비핵화'가 주한미군 철수라는 데 공감했다는 점을 이런 주장의 근거로 제기했다. 

태 전 공사가 제기한 근거로 볼 때 김정은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북핵의 제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김정은과 직접 합의를 한 문재인 대통령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보아야 타당하다.

그러나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는 북핵의 CVID 이다.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

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비핵화'가 다른 의미라는 것을, 또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는 북한의 '비핵화'와 '판문점 비핵화'가 다르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2차 남북회담 결과 발표에서 기자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고 했는데, 그 근거가 무엇이고 김정은 워딩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을 때 문 대통령이 “그 점에 대해선 여러차례 설명 드렸고, 추가적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을 회피 한 점은 이를 뒷 받침한다. 또 "대통령께서는 북한이 CVID를 이야기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는 거듭 말씀드렸기 때문에, 저의 거듭된 답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주장하는 '비핵화'에 대해 '판문점 합의' 당사자인 문 대통령이 정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문재인 '중재자'론과, 최근 외교 참사의 본질이라 봐도 무방하다.

백악관은 지난달 27일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양 정상이 북한의 평화롭고 번영하는 미래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에 달려있음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지난 16일 "(미북) 정상회담의 목적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도릴 수 없는 북한 비핵화(CVID)’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23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향한 믿을 만한 조치 전까지는 우리의 자세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2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북미 회담을 위한 특정한 '조건'이 있다"며 "그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There are certain conditions that we want and I think we'll get those conditions. And if we don't, we don't have the meeting.)

미국이 '비핵화'가 '북핵의 완전한 폐기'임을 명시하자 싱가포르 회담이 예정된 이후인데도 불구, 북한은 미국에 대한 공격적인 성명을 서슴치 않았다. 급기야 미국의 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하기에 까지 이르렀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을 보내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바로 그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모두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관련기사 참고). 트럼프는 "우리가 '전달' 받기로는 북한이 이 회담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그 '전달자'였던 정의용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전한 내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해고'가 된 문 대통령은 코너에 몰린 김정은과 다시한번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며 세기의 포토쇼를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토쇼에 결국 임하게 될지, 그것이 예상대로 포토쇼로만 끝날지, 그리고 문 대통령도 바램대로 사진 촬영에 참여할 수 있을지 온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로 집중되고 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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