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과 함께 시진핑 집권 3기가 본격 출범했다. 올해 5% 경제 성장 목표를 내건 시진핑 국가 주석의 첫 일성은 ‘대만 통일’이었다.

시 주석은 13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연설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외부 세력의 간섭과 독립·분열 활동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하면서 대만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자 장내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대만해협에서 현상 변경을 반대하고 있는 미국에 우회적으로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과 함께 시진핑 집권 3기가 본격 출범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과 함께 시진핑 집권 3기가 본격 출범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SCMP, “시진핑은 온건한 방법으로 통일 추구하려는 듯” 분석

다만 미국의 군사 견제와 내년 타이완 총통 선거를 의식한 듯, 이번엔 무력 사용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대만 수복과 관련해 무력 사용보다는 교류에 더 방점을 찍는 접근을 하며 온건하고 신중한 어조를 보여줬다고’ 14일 분석했다.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쟁의 수렁에 빠진 우크라이나의 다음 차례는 대만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려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만 컨설팅회사 대만해협정책연합 스티븐 탄 회장은 SCMP에 "시 주석의 양안 교류에 대한 발언은 온건한 어조로 특징지어진다"며 "시 주석은 평화 통일을 옹호했고 대만 독립에 반대했다. 양회 기간 나온 대만에 대한 비교적 신중한 발언은 그의 양안 정책의 기본 기조를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이전에 제시한 경제적 통합과 최근에 내놓은 문화적 통합을 포함한 좀더 온건한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고자 한다"며 "그것이 문화적 통합일 경우 강압적인 수단은 없을 것이다. 학문, 예술, 관광 등 문화 교류가 향후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양측이 한가족이 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통일에 관한한 시진핑의 기본 입장은 ‘강경론’ 관측

하지만 대만 통일과 관련해서는 ‘강경한 입장’에 더 방점이 찍히는 분석이 유력하다. 시 주석의 이러한 입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부터 꾸준히 예견돼 왔다. 중국 매체들은 ‘대만이 독립의 길을 간다면, 오늘의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대만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군은 대규모 육해군 합동 훈련 모습을 공개했는데, 바다를 건너 적군의 저항을 뚫고 해안에 상륙해 섬을 점령하는 작전이 실전처럼 이뤄졌다. 중국의 이런 동향을 대만은 침공 예행 연습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중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드러난 러시아군의 약점을 거울삼아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있고, 시 주석이 네 번째 연임에 도전하는 오는 2027년에 침공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는 것이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은 최근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27년 시 주석이 (경제 성장 같은) 국내 상황을 바꿀 수 없으면, 무력 사용이나 위기를 조장해 관심을 돌리려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SBS는 ‘미국 의회조사국이 최근 시 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을 침공할 준비를 갖추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CIA 번스 국장 "시진핑, 군에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 지시"

지난달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역시 대만 문제와 관련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야심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시 주석이 대만 문제에 대해 다소 각성한 것 같다면서도 대만과 관련해 야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CIA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13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연설에서 대만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13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연설에서 대만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그러면서 시 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을 준비할 것을 자국군에 지시했다는 정보를 지난해 10월에 이어 다시 언급했다. 번스 국장은 “시 주석이 2027년 혹은 다른 해에 침공을 실행하기로 결정했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이를 통해 시 주석이 진지하게 이 사안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과 그의 야심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번스 국장은 지난해 10월 3일(현지시간) CBS 방송 인터뷰에서 “오늘 시 주석은 통일, 즉 대만을 장악하겠다는 신념이 확고하면서도 무력이 아닌 방법으로 통일을 달성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분쟁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는 게 현실라고 밝혔다.

번스 국장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을 매의 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 주석이 러시아군의 저조한 성과에 어느 정도 정신이 든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침공한 국가의 국민이 엄청난 용기와 끈기로 저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중국 지도부가 눈여겨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그런 깨달음으로 인해, 대만에 대한 시 주석의 태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주장도 번스 국장은 덧붙였다.

2027년은 중국의 건군 100주년으로, 2027년까지 전투력을 현대화한다는 목표를 내건 것으로 알려진다. 게다가 2027년은 시 주석의 4연임을 결정할 21차 당 대회가 열리는 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진핑, 중국 통일을 위해 당으로 권력을 일원화하는 조직 개편 단행

이번 양회에서 ‘완전한 조국 통일의 실현은 중화 민족 부흥의 핵심’이라고 밝힌 시 주석은 이를 위해 국가 요직을 시진핑 일색으로 채우고, 당으로 권력을 일원화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공산당의 권한이 더 커지고 정부의 기능은 축소되는 ‘당강정약(黨强政弱)’이 이번 개편의 주요 특징이라는 분석이다.

국정 2인자인 신임 총리에는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인 리창을 앉혔다. 부총리 경험을 거쳐야 한다는 기존 관례를 깼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황제 권력을 과시하는 파격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리창 신임 총리는 시 주석의 정책 방향을 읽고 충실하게 집행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총리 뿐 아니다. 자오러지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서열 3위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시진핑 책사’로 불리는 왕후닝 상무위원이 서열 4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으로 선출됐다. 19기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부총리였던 한정이 국가 주석을 보좌할 국가 부주석을 맡았다.

다만 경제수장들이 유임되는 이변이 연출됐다. 지난해 20차 당대회 당시 당 중앙위원회 명단에서 빠지며 은퇴할 것으로 점쳐졌던 이강 인민은행 은행장과 류쿤 재정부장은 유임시킨 것이다. 이로써 경제 운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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