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광풍’으로 내준 야구 한일전과 극일의 기회

프로야구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다. 연간 동원하는 관중수, 증계방송 시청률에서 프로축구나 농구, 배구를 압도한다. 

선수들의 몸값에서도 알 수 있다. 웬만한 실력을 갖춘 프로야구 선수들이 FA자격을 받은 뒤 얻는 연봉은 초대기업 CEO의 연봉보다 훨씬 많은 4년 100억원을 상회한다. 

코로나19로 인해 6년만에 개최된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를 앞두고 야구팬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 보다 컸다. 제1회 WBC에서 4강 진출하고 제2회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지만 이후에는 연거푸 1라운드에서 탈락, 8강에도 못들어가는 수모를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대표팀은 1차전에서 한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받는 호주팀에 패배했고, 일본과의 2차전에서는 콜드게임패 위기까지 몰리며 대패했다. 한국팀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무려 10명의 투수를 내보내 물량공세를 펼쳤지만 9명의 투수가 볼넷과 몸에 맞히는 공을 남발하면서 자멸하고 말았다. 

이번 WBC 한일전은 하필이면 3·1절 직후에, 윤석열 정부의 일제하 강제징용자에 대한 전향적 조치로 좌파 시민단체와 민주당이 극렬한 반정부시위를 벌이는 시국에서 이루어졌기에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반일감정’이 아닌 ‘실력’으로 일본을 이겨주기를 바라는 염원이었다. 

하지만 경기 내내 무기력한 모습으로 참패를 하고말자 많은 네티즌들이 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비행기 값도 아깝다. 헤엄쳐서 현해탄을 건너오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2패로 1라운드 탈락이 사실상 확정된 뒤, 지난 12일 벌어진 체코와의 3차전에서는 희귀한 상황이 벌어졌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중계의 응원창에 체코 응원을 누른 네티준이 800만명 이상, 한국팀을 누른 사람은 절반도 안됐다. 프로야구가 없는 체코는 소방관, 고교 교사, 자동차 외판원등으로 이루어진 사회인팀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이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박찬호 류현진 같은 ‘대형 투수’의 부재였다. 사실 한국 프로야구에도 국제대회에서 통할만한 초강속구 투수가 있었다. 프로야구 넥센 안우진이라는 선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강속구를 갖고 있었지만, 고교재학 시절 학교폭력 사실이 문제가 돼 이번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투수력 문제를 인식한 일부 야구인들이 “안우진 선수 없이 한일전을 이길 수 있겠느냐”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와 함께 한국사회를 휩쓸고 있는 학폭문제에 가려 “턱없는 소리‘로 치부되고 말았다. 

’반일감정‘의 가장 긍극적이자 이상적인 해법은 실력으로 일본을 이기는 극일(克日)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WBC 대회를 통해 극일의 자부심이 아닌 일본 콤플렉스만 가중되고 말았다. 

문재인 정권은 공정이라는 구호를 통해 대한민국의 하향평준화를 시도했다. 걸핏하면 국민을 부자와 서민으로 가르고 좁은 나라를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누는가 하면,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가려는 욕망까지 억눌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자사고나 외고의 폐지, 수도권 대학 정원감축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백년대계(百年大計), 교육분야의 대표적인 하향평준화 정책이다. 

최근 물의를 일으킴 정순신 국수본부장 내정자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자사고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점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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