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분식회계및 일감몰아주기,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상당수의 KT 현직 임원들이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가담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당초 KT의 증거인멸 혐의는 구현모 현 대표이사및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 등 2인에 맞혀져 있었으나, 수사결과 KT 내부 임원들이 대거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는게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KT 현 경영진이 '이익 카르텔'을 유지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3일 KT 내부 제보에 따르면 KT IT 업무 총괄 조직에서도 증거 인멸에 나서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주부터 KT의 ERP 시스템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IT 전략본부가 KT 분당 본사에서 이러한 작업을 진두지휘 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고, 조만간 강제수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IT 전략본부는 재무·부동산·세무·인사·자산관리 등에 대한 IT 업무를 총괄하는 조직으로, 비자금 조성 등과도 연계되는 구매 및 협력사 관리도 업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KT의  '증거 은닉 및 증거 인멸' 사례가 과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방해 사건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 인멸 사건과 비슷하거나,오히려 그보다 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이에따라 관련자 전원에 대해 구속 수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인멸죄'는 형법 제155조에 따르면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끔' 돼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방해 사건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 인멸 사건에서는 관련자들이 대거 증거인멸 혐의로 법정구속 혹은 사전 구속됐다. 전자(前者)의 경우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주요 직원의 컴퓨터 및 휴대폰을 교체하거나 초기화하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조직적으로 교체되는 등 증거 인멸이 있다고 판단해 당시 삼성 고위임원 7명이 법정구속됐다. 후자(後者)의 경우에도 회사 컴퓨터 서버를 개인 직원 집에 보관하거나 관련 직원의 컴퓨터나 전화 자료를 삭제하고 회사 서버와 노트북을 공장 바닥에 은닉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돼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등 10여명이 구속된 바 있다.

검찰은 특히 프록시 프로그램(프록시 서버 접속)을 설치해, 프로그램이 없을 경우 메인 서버 접속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검찰의 압수수색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KT가 직원들 컴퓨터에 프록시 서버에 접속하는 용도의 프록시 프로그램을 설치하란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전형적인 수사방해행위인 셈이다.

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프록시 서버는 메인 서버에 앞서 설치돼 승인된 자만 서버에 접근하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면서 "프록시 프로그램이 없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단행해도 메인 서버의 내용에 접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설령 검찰이 프록시 프로그램을 구비해 프록시 서버에 접속 후 메인 서버에 접촉하더라도, KT 관련 정보를 온전하게 취합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내부 관계자는 "최근 주요 기업들은 자신들의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프록시 시스템이 클라우드 방식과 연계될 경우 데이터가 여러 곳에 분산 저장되므로, 검찰이 예전처럼 특정 물리 저장장치를 압수수색한다고 해서 데이터 전체가 확보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에 더해 구 대표는 사내 협조·동조자들을 통해 사법 리스크에 대비한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검찰은 KT 윤리경영실, 법무실 등이 KT 본사 외 일감 몰아주기로 지목된 KT 텔레캅의 혐의를 비롯해 새 사내이사로 선정된 송경민 KT SAT 대표에 대해서도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사내 협조·동조자들은 KT의 주요 핵심 보직에 대거 포진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문장과 실장,본부장급만 해도 최소 7명 이상의 임원이 이같은 증거인멸 과정에 협조하거나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검찰은 이같은 대규모 증거인멸 혐의가 구 대표와 윤 사장이 KT '이익 카르텔' 보존에 앞장서면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내부 관계자는 "이들은 모두 남중수 전 KT 사장 계열의 인물로, 이들의 목표는 장기간에 걸쳐 구축한 '이익 카르텔'의 보호"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달 말로 예정된 주총에서 재선임되는 3명의 사외이사들도 모두 '이익 카르텔'의 구성원"이라며 "이들 '이익 카르텔'은 KT 주요 핵심 보직을 협조자들로 채우고 이들을 통해 각종 이권을 누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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