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1년 3월 13일 – 천왕성 발견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태양계를 이루는 행성들의 이름이다. 명왕성은 2006년 행성에서 제외되었지만 어린 시절 외운 순서에서 명왕성을 빼면 왠지 허전하다. 요즘 밤에도 휘황한 도시에서는 별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밤하늘에는 쏟아질 듯 많은 별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물론 ‘별’이란 태양처럼 일정한 크기 이상이고 빛과 열을 내는 항성을 의미한다. 태양계에는 ‘별’이 태양 하나뿐이다. 행성(行星)·혜성(彗星)·유성(流星) 등에도 ‘성(星)’자가 붙어 있지만 별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냥 밤하늘에 반짝이는 그 물체들을 모두 ‘별’이라 부르며 그 별들에 꿈을 담는다. 천문학자들은 뜬구름이나 다름없는 그 수많은 별 중에 어떤 규칙성을 발견하고 특성을 찾아낸다. 우리가 별생각 없이 부르는 별이나 별자리의 고유한 이름이 만들어지기까지 그 과정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참으로 놀라울 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물론,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은 고대부터 육안으로 확인된 행성들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멀리 토성 밖에 있는 천왕성은 1781년에야 발견되었다. 이를 발견한 사람은 영국의 천문학자 프레드릭 윌리엄 허셜(Frederick William Herschel, 1738~1822)과 그 누이동생인 캐롤라인 허셜(Caroline Herschel, 1750~1848). 천왕성 발견 덕분에 태양계의 끝이 토성이라고 생각하던 당시, 태양계의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되었다. 또 프레드릭 허셜은 별의 집단인 은하들이 모여서 우주가 이루어진다는 ‘은하 이론’을 최초로 세웠다. 천문학에 남긴 수많은 업적으로 그는 ‘항성 천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망원경 렌즈를 갈아내고 있는 허셜 남매

 

 당시 가난했던 허셜 남매는 망원경을 빌려 별들을 관측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천문학자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달과 태양 등을 주로 연구했지만 허셜은 더 넓은 우주를 뒤져 더 멀리 있는 행성을 찾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훨씬 더 크고 충분한 빛을 모을 수 있는 대형 거울을 가진 망원경이 필요했다. 허셜은 자신의 집에 주조 시설을 갖추고 자신에게 필요한 망원경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몇 차례의 실패 끝에 1775년 초점 거리 2.1m, 지름 0.16m의 반사 망원경을 완성했다. 이 반사 망원경으로 허셜과 캐롤라인은 밤하늘을 관찰하고 또 관찰했다. 그러던 1781년 3월 13일, 그들은 쌍둥이자리 한쪽 구석에서 낯선 별 하나가 푸른빛을 발하는 것을 발견했다. 허셜 남매는 몇 달 동안 계속 이 별을 관측했다. 또렷한 원반 모양의 천체였다. 원반으로 보인다는 것은 거리가 가깝다는 의미였지만 깜빡거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행성으로 보였다. 꼬리가 없고 궤도가 길쭉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혜성은 아니었다. 천체의 운동이 원에 가까운 행성 궤도를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  
 
허셜은 관찰 기록을 토대로 만든 보고서를 런던왕립학회에 보냈다. 허셜은 그 별의 이름을 영국 왕 조지 3세의 이름을 따 ‘게오르기움 시두스(Georgium Sidus, 조지의 별)’라 써넣었다. 왕립학회는 심사 끝에 그 별이 태양계의 일곱 번째 행성이라 결론지었다. 이름은 독일의 천문학자 요한 엘레르트 보데(Johann Elert Bode)의 의견에 따라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하늘의 신 이름을 딴 ‘우라누스(Uranus)’라 지어졌다. 목성이 제우스에서, 목성 바로 바깥 행성인 토성이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에서 유래했듯이, 천왕성은 토성 바로 바깥에 있으므로 크로노스의 아버지인 우라노스의 이름을 따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이었다. 이 ‘하늘의 왕’을 한자어로 바꾼 것이 ‘천왕성(天王星)’이다. 

 천왕성의 핵은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고 평균 기온은 영하 218도로, 해왕성, 명왕성과 마찬가지로 얼음 행성이다. 자전 주기는 열일곱 시간 남짓이지만 공전 주기는 84년이나 된다. 전체적으로 푸른빛 대기를 갖추고 있고 부피는 지구보다 예순세 배 크며 열다섯 배 정도 무겁다. 셰익스피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 이름이 붙은 거대한 위성들과 고리가 있다.  

 1787년 허셜은 길이 12m, 지름 1.22m 대형 반사 망원경을 완성했는데, 이 망원경은 그 후 50년 동안 가장 크고 성능 좋은 망원경으로 기록되었다. 허셜은 일생 동안 약 400개 이상의 망원경을 만들었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 우주는 넓고 거칠다.”
 예전 어린이들이 한자를 배울 때 첫 교재로 사용했던 천자문의 첫 구절이다. 하늘이 푸르지 않고 검다는 것은 밤하늘이나 그 너머 우주를 뜻한다. 옛날 사람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밤하늘을 보고 넓고 거친 우주를 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이 도달하지도 못하는 저 먼 곳에 있는 행성을 발견하는 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이라고 그렇게 일생을 바쳤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넓은 세상, 더 넓은 우주를 꿈꾸는 것은 우리의 삶과 인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보다 넓은 시야를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작곡가이던 허셜 남매가 드넓은 천체로 눈을 돌려 천문학사에 남는 발견들을 했다는 점은 문득 우리 교육을 생각하게 한다. 대체 우리 아이들은 언제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며 우주로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걸까? 언제쯤이나 이 좁디좁은 우물 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1787년 허셜이 만든 길이 12m, 지름 1.22m 대형 반사 망원경

 

황인희 작가 (다상량인문학당 대표 · 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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