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병역·납세의 의무, 여성은 출산의 숭고한 사명 수행한 분 등 기준 정해야

기계적 평등 거부하고, 기여한 만큼 혜택받는 것이 ‘정의의 신상필벌의 법칙’

#. 58년 개띠들의 기구한 팔자

필자는 한국에서 가장 재수 없는 시대에 태어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58년 개띠생이다. 젖먹이 시절 누가 더 몸무게 많이 나가는지 경쟁하는 우량아 선발 대회라는 것이 있었다. 오죽 먹는 것이 부실했으면 이런 대회까지 전국 차원에서 열었겠는가. 열심히 다이어트 해야 건강한 사람 축에 드는 현 세태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충격과 경악의 시대’였다.

지금은 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뀐 국민학교 시절엔 교실이 모자라 3학년까지 3부제 수업을 했다. 콩나물 교실, 석탄 난로, 미국 잉여농산물로 만든 급식 빵의 추억도 기억난다. 국민교육헌장 달달 왼 덕에 지금도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라는 구절이 생각날 정도다. 뭐, 천연두 예방한다고 우두 주사, 결핵 예방한다고 BCG 불주사 찔러댄 덕에 어깨 에 낙인 같은 상처는 덤으로 달고 사는 세대다.

건전한 발육과 건강한 신체 유지를 위한 뱃속 회충 박멸을 위해 아침 굶고 등교하여 회충약도 먹었고, 가끔은 쥐를 잡아 꼬리를 잘라 가는 엽기적 과제도 수행했다. 식목일 무렵엔 깡통과 소독저 들고 야산에 올라가 송충이도 잡고, 재건체조도 열심히 따라 했다. 이런 걸 누가 하고 싶어 했겠는가. 싫은 일이었지만,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라는 선생님의 구호에 애국하는 심정으로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입학 때가 되자 입시가 폐지되고 속칭 ‘뺑뺑이’로 불리는 추첨제가 도입되었다.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머리 박박 밀고 검정색 교복으로 인격을 통일 당했고, 고등학교는 지방에서 나온 덕에 입시를 치러 진학에 성공했다. 학교마다 군사 교관이 배치되어 매주 교련복 입고 교련 조회를 종교 행사처럼 엄숙하게 수행했다. "총력 안보" "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공산당"을 외치며 목총 들고 각개전투, 총검술 16개 동작, 수류탄 투척 같은 군사훈련도 열심히 해야 했다.

58년 개띠들은 고등학교 시절 교련복 입고 열심히 군사훈련 받았다. '총력안보'의 시대였으니,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시절이다.
58년 개띠들은 고등학교 시절 교련복 입고 열심히 군사훈련 받았다. '총력안보'의 시대였으니,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시절이다.

#. 시민으로서의 각종 의무는 모두 다 수행했노라

대학 입학하여 숨 좀 쉬나 했더니만 군복무를 해야 한단다. 뭐 어쩔 도리가 없었기에 또 다시 머리 밀고 진해 해군 훈련소에 입소한 것이 3월 초였다. 이 무렵 해군 훈련소는 연병장이 바다와 연결되어 있었다. 칼바람이 생살을 쨀 듯 불어대는 날씨에 교관은 무정하게도 바다를 향해 “앞으로 갓” 하고 명령한다. 불알이 얼어붙을 듯 냉기 서린 바닷물 위로 머리만 내밀고 ‘어머님 은혜’ 노래 부르며 눈물 콧물 열심히 쏟아냈다.

훈련소 입소 후에야 해군 수병 복무 기간(35개월)이 육군(33개월)보다 두 달 더 길다는 사실을 알고 졸도할 뻔했다. 훈련소 수료 후 구축함 전탐수병으로 근무하며 남해 욕지도에서 간첩선과 총포탄 주고받는 격전 끝에 격침시켰고, 동해 저진 앞바다에서 북괴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물체와 두 차례 실전 대치도 했다.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북괴군과의 실제 전투에 참여한 참전용사임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필자가 근무했던 구축함 충무함(DD-911)은 간첩선을 6척이나 격침시킨 역전의 전투함정이었다.
필자가 근무했던 구축함 충무함(DD-911)은 간첩선을 6척이나 격침시킨 역전의 전투함정이었다.

1년여 함상 근무 후 이번에는 육상 근무로 교대되었다. 현재 인천공항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 당시엔 '294R/S'라 불린 용유도 해군 레이더 기지였다. 지금이야 용유도가 육지와 연결되어 차를 타고 다니지만, 그 시절엔 연안부두에서 두 시간 배를 타야 도착할 수 있는 머나먼 서쪽 나라였다. 산꼭대기 레이더 기지에서 열심히 복무하던 중 대학 시절 군사교련 이수한 덕에 31개월 만에 제대했다.

복학하고 보니 졸업정원제라나 뭐라나 하는 제도 덕분에 대학생 수가 폭증하여 캠퍼스가 시장판처럼 바글거렸다. 간신히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먹고 사느라 산전수전, 공중전 다 치러야 했다. 직장생활 하면서 꿈이었다면 자영업자들처럼 세금 안 내고 살아보기였다. 하지만 매월 영락없이 급여에서 갑근세, 지방소득세, 국민연금, 의료보험이 자동으로 깎여 나오니 뭘 어쩔 수 있었겠는가.

#.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정반대의 나라 대한민국

제대하면 좀 편해지겠거니 하는 바람은 환상이었다. 매년 일주일간 동원예비군 훈련 소집통지서가 날아들었다. 해외 출장으로 예비군 훈련 불참했다가 고발 당해 벌금도 냈다. 이 무렵 산아제한이 국가적 시책이었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는 슬그머니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로 바뀌었다.

동원예비군 훈련에 입소 첫날, 교관들이 “정관시술 희망자 앞으로”를 외친다. 무료 정관시술 받으면 동원예비군 훈련을 면제해주는 제도였다. 지금 시점에서 일주일간의 훈련을 면제받기 위해 ‘씨 없는 수박’의 길을 자원하는 개띠 행렬을 돌아보면 이런세태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으로 급진적인 정책이 어떠한 이의제기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수행되다 보니 이젠 인구 감소 공포를 적나라하게 체험해야 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급진적인 산아제한을 국가 목표로 내걸었던 시절의 표어와 포스터. 그 시절엔 정관시술을 하면 동원예비군 훈련을 면제해 주었다.
급진적인 산아제한을 국가 목표로 내걸었던 시절의 표어와 포스터. 그 시절엔 정관시술을 하면 동원예비군 훈련을 면제해 주었다.

또, 헌혈하면 하루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주는 제도도 있었다. 팔에 주사기 꽂아 피를 제공한 대가로 빵 한 개와 주스 한 병 들고 귀가했던 기억도 새롭다. 동원예비군 끝나니 이번엔 일반예비군에 이어 민방위대 임무까지 수행했다. 노란색 민방위복 입고 적의 공격으로부터 조국의 후방을 지킨답시고 폼도 잡아 봤다.

후에 각종 선거 과정에서 국회의원·단체장·대선 후보 중 병역 미필자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졸도할 뻔했다. 아니, 저 멀쩡한 인간이 신체 기관 어디가 비정상이어서 병역을 면제받는단 말인가 하고 의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던 탓이다. 나는 아직도 만성 담마진(황교안)이라든가 부동시(윤석열), 프레스 사고로 인한 왼팔 장애(이재명), 발가락 장애(원희룡) 등으로 인한 병역면제 사유가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 동의하지 못한다.

고귀한 신분일수록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선진국 사례와 비교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정 반대 방향으로 질주하는 이 나라 지도층의 불가사의한 병역 의무 불이행률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엽기적 수준이었다.

한국 사회는 지도층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병역 미필률이 높아지는 특이한 나라다. 오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아지 껌 정도로 생각하는 나라는 물질적 선진국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신적 선진국은 불가능하다.
한국 사회는 지도층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병역 미필률이 높아지는 특이한 나라다. 오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아지 껌 정도로 생각하는 나라는 물질적 선진국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신적 선진국은 불가능하다.

#. 58년 개띠에게도 지공거사의 기회는 오는가?

58년 개띠생이 몹시도 전투적이고 감정적이며, 물불 안 가리는 상륙 돌격형 성격이 많은 이유가 있다. 학자들은 58년 개띠들이 태어날 무렵부터 ‘베이비 붐’ 세대라나 뭐라나 하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워낙 언어의 유희에 익숙한 직업군이 학자들이다 보니 그런 용어를 동원하면 좀 고상해 보이는 모양이다.

말장난의 가면을 벗고 실상을 말한다면 각종 국가 인프라에 비해 상상을 초월하는 신생아가 탄생하고 보니, 이 세대가 관문을 통과할 때마다 사회는 극심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초등학교가 수용할 수 있는 정원은 50만 명인데 92만 명이 입학했으니 3부제 수업, 콩나물 교실 외에 무슨 대안이 있었겠는가.

개띠들이 성장할 때마다 사회 곳곳이 부서지고 깨졌다. 한쪽에선 건설의 망치 소리가 진동했고, 다른쪽에선 아비규환의 생존경쟁이 벌어졌다. 잠시 한눈팔았다간 곧바로 낙오하여 사회적 루저로 전락하니 이들이 ‘전투적 세대’로 돌변할 수밖에 없었다고나 할까. 참으로 개처럼 살아온 세대였다. 

고난의 행군하듯 경쟁, 또 경쟁의 정글을 뚫고 드디어 58년 개띠들이 머리 허옇게 변해 지하철 공짜 표를 받는 해가 되었다. 이름하여 지공거사 반열에 오른 것이다. 만 65세가 되는 생일에 국가가 ‘그동안 조국과 민족의 발전에 헌신해 온 공로’를 인정하여 죽을 때까지 지하철 공짜로 타시라고 예우를 해준단다.

눈물 나게 고마움을 표시하려는 순간, 느닷없이 대구시장, 서울시장 등이 지하철 무임승차 나이를 만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단다. 이런 불길한 발언과 동시에 언론에서는 “대한민국 초고령 사회 진입”, “노인 기준 대폭 상향 조정해야” 등등의 싸가지 없는 기사들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지하철의 천문학적인 부채가 노인들의 무료승차 덕분이라는 주장은 일종의 선동이다.
지하철의 천문학적인 부채가 노인들의 무료승차 덕분이라는 주장은 일종의 선동이다.

어떤 언론은 서울 거주 6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노인의 기준’을 물었더니 72.6세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단다. 또 어떤 언론은 “노화의 속도와 폭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는 미국 노인의학 전문의 루이스 애런슨의 발언을 소개했다. 몸 관리 잘하는 80세는 그렇지 않은 70세보다 훨씬 건강할 수 있다나 어쨌다나.

언론은 솔직하게 말하기 바란다. 당신들은 노인의 기준을 72.6세 내지 80세로 올려야 한다고 선동질하는 것을 모를 줄 아는가? 58년 개띠들은 지하철 공짜 표 따위나 바라면서 박박 기며 살아온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런 이슈를 58년 개띠들이 지하철 공짜 표 받는 해에 제기하는가. 이건 58년 개띠들을 의도적으로 왕따시키기 위한 일종의 음모 아닌가?

#. 천문학적인 지하철 적자가 노인 무료 승차 덕분이라고?

‘65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삼은 주인공은 58년 개띠들이 아니라 독일 통일의 현인(賢人) 비스마르크였다. 그것을 제도적으로 확립한 주인공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었다. 이들이 노령연금을 도입하면서 지급 기준 나이를 65세로 잡은 덕이다.

한국에서 지하철 무료 승차 제도를 도입한 사람은 전두환 대통령이다. 1984년 5월 서울 지하철 순환선인 2호선이 개통되었다. 이때 전 대통령은 “노인복지 향상과 경로사상 고양을 위해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 지하철 무료 이용 방안을 강구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관선 서울시장은  다음날부터 65세 이상 노인들이 경로우대증 혹은 신분증을 제시하면 지하철 요금을 면제하는 제도를 전격 시행했다. 이것이 지하철 무임승차의 시발이다.

그런데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가 지하철 부채를 천문학적으로 부풀린 주범이란다. 오세훈 시장을 비롯하여 지하철 관계자들은 좀 더 솔직해지기 바란다. 방만한 운영, 천정부지로 끌어올린 인건비와 각종 수당, 쓸데없이 덩치만 키워놓은 조직, 채산성은 철저히 무시한 채 웅장하게 지어놓은 역사(驛舍) 시설 운용비 따위는 은폐한 채 엉뚱한 곳에 뒤집어씌우고 있다.

필자가 일본 출장 가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도쿄 지하철에도 승객 안전을 위해 스크린 도어를 설치해 놓았다. 그런데 그 높이가 성인 가슴 정도에 불과하고, 시설도 지극히 단순 소박 검소하다. 한국의 어마무시한 스크린 도어와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이처럼 사소한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듯이, 뭔가 일만 벌였다 하면 시설부터 떡 벌어지게 짓고 조직부터 뻥튀기하는 통 큰 배짱이 지하철 부채의 진짜 이유란 사실을 알 만한 시민은 다 안다.

한 가지 묻는다. 지하철 건설은 지하철 공사 사장이나 서울시장 호주머니 돈 꺼내서 했나? 시민들이 낸 세금, 즉 내가 낸 세금으로 건설한 것이다. 지하철은 한 명이 타건, 500명이 타건, 1천 명이 승차하건 운행비는 동일하다. 65세 이상 노인들이 무임 승차했기 때문에 부채가 늘어났다니, 날아가던 파리가 웃다가 옆구리 터져 죽을 주장을 백주에, 그것도 중인환시리에 염불처럼 되뇌고 있다.

#. 나는 기계적 평등을 거부한다

필자는 지금까지 이 나라 시민의 일원으로 살아오면서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의무란 의무는 빠짐없이, 성실히 수행했다. 그렇다면 이 지친 몸 잠시 이동을 위해 지하철 무료 이용 서비스 정도는 국가가 베풀어줘도 되는 것 아닌가? 도대체 국가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65세니 70세니 운운하며 모욕하는가.

지하철 적자 해결이 시급하단다. 그러다 보니 각종 해법이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기계적 평등주의에 근거하여 “몇 년 생 기준으로 상향 조정” 운운하는 발상은 그 바탕이 참으로 불순하다. 58년 개띠생인 필자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니 정부 당국자들은 귀담아 주시길 기대한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는 외적이나 내부의 적의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하면 국가의 자격이 없다. 국민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 안전 보장을 위해 무기를 들고 외적 혹은 내부의 적과 목숨 걸고 싸우는 것이 당연하다.

국가는 이처럼 소중한 의무를 수행한 시민에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 참정권이다. 참정권이란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즉 선거권이나, 피선거권,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근대로 이행하면서 총기와 화약의 발달로 용병이나 전사 집단이 몰락하고, 징병제를 통한 국민군이 등장했다. 국가는 사회계약론의 이론적 근거에 따라 시민들의 병역의 의무 수행에 대한 대가로 참정권을 확대했다. 이 시대는 남성만 군 복무를 했으므로 여성의 참정권은 인정되지 않았다.

공동체를 지키는 시민으로서 병역의 의무와 함께 중요한 것은 납세의 의무였다. 과거 그리스나 로마에서는 일정액 이상의 직접세 납세자에 한해 입대 권한이 주어졌다. 군에 입대할 때도 철제 방패와 창, 단검, 갑옷과 투구 등 값비싼 무장도 시민 부담으로 구입했다. 이처럼 인류 역사는 기계적 평등 방식이 아니라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주어진 각종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사람에게 지하철 무임승차를 허용해야 한다. 떳떳하지 못한 사유로 병역을 미필하고, 직접세 한 푼 안낸 사람에게까지 국가가 자비를 베풀어야 할 이유는 없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주어진 각종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사람에게 지하철 무임승차를 허용해야 한다. 떳떳하지 못한 사유로 병역을 미필하고, 직접세 한 푼 안낸 사람에게까지 국가가 자비를 베풀어야 할 이유는 없다.

#. ‘정의의 신상필벌 원칙’을 세우자

중산층 시민이 병역·납세 의무를 수행한 대가로 참정권이 주어진 냉엄한 인류사의 교훈 및 기준을 우리에게도 적용할 때가 왔다. 지하철 무임승차 기준점을 65세니 70세니 하는 잡스런 논란 집어치우고 병역 및 납세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사람에 한해, 그가 일정한 나이에 도달했을 때 지공거사 권리를 부여하자는 뜻이다.

현재 우리 국민 중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는 면세점 이하 비율이 47%라는 통계가 있다. 이들 중에는 소득이 있어도 안 내는 사례도 있을 것이고, 소득이 없어 못 내는 사례도 있을 것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직접세 한 푼 내지 않은 사람, 떳떳지 못한 방법으로 병역을 미필한 사람에게까지 국가가 자비를 베풀어야 할 이유는 없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면 여성계가 난리를 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성에게는 병역의 의무 외에 다른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여 적용하면 충분히 이를 커버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여성은 남성이 병역을 필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 출산과 육아의 숭고한 사명이 있다. 최근의 출산율 저하로 인한 망국 기운 팽배 현상을 보면 여성의 출산이 국가 사회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 요인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지구상 어떤 나라도 해내지 못한 위대한 성취를 이루어왔다. 그것은 운이 좋아 거저 주운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민들이 묵묵히 제 몫을 해내는 희생과 의무의 수행 덕분이었다. 시민으로서 기본적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시민이 나이 들어 은퇴하면 국가는 그에 합당한 예우를 해주는 시스템, 땀 흘려 노력한 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사회. 이것이 정의의 신상필벌 원칙 아니겠는가.  

김용삼 대기자 dragon00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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