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7만5000건 적발 '빙산의 일각'...제도적 허점 이용
환수 조치 불가능에 가까워...국민 건보료 무임승차 심각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의 건강보험제도를 사용해서 대한민국의 혈세가 줄줄 새나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외국인이 남의 건강보험증을 빌리거나 도용하다 적발된 경우가 7만 4675건에 달한다.

2013년 1만 97건에서 2016년 1만 9979건으로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적발된 게 빙산의 일각이고 실제로는 도용 사례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외국인이 건강보험증을 이용해 대한민국의 복지에 무임승차를 해도 제도상의 허점 때문에 건보공단이 이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건보공단이 타인의 건강 보험증을 빌려쓰거나 도용하는 범죄를 확인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일부 진료 내용을 당사자에게 실제로 받았는지 확인하거나 ▲건보 가입자로부터 자신이 이용하지 않은 진료 내역을 신고 받거나 ▲요양 기관이 제보한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가입 당사자나 병원에서 쉬쉬하면 도용 사례 적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조사 방법상 한계 때문에 외국인이 남의 건강보험증을 이용해 건보 혜택에 무임승차하는 경우를 모두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대여·도용한 외국인에 대한 환수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조선족) 김모(67)씨는 건강보험증을 도용해 가슴 종양 치료를 받으면서 4100만원을 부당하게 타갔지만, 건보공단은 400만원을 돌려받는 데 그쳤다. 또 도용 사실을 확인했더라도 당사자가 본국으로 돌아간 뒤라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에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조선족 A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만성 C형간염에 걸린 A씨는 한국의 의료보험제도를 이용해 한 달에 약 750만원이 드는 간염 약을 6개월간 복용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조선족 A씨의 C형간염 약값 영수증 [인터넷 캡처]
인터넷에 올라온 조선족 A씨의 C형간염 약값 영수증 [인터넷 캡처]

A씨가 대한민국 국민 혈세에서 뽑아낸 액수는 약 5000만원 이상이다. 그러나 퇴원 시 수납구에 낸 금액은 500원에 불과했다.

조선일보도 비슷한 사례를 소개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모(42)씨가 두 아이를 돌보는 조선족 가사도우미가 수시로 자신의 건강보험증을 빌려 쓴다고 했다. 감기나 몸살 같은 잔병치레부터 치과나 당뇨병 진료까지 건강보험 혜택을 누린다. 이씨는 “가사도우미가 건강보험증 때문에 돌보미 일을 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라면서 “괜히 밉보이면 아이들에게 해코지라도 할까 봐 매번 빌려 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건강보험 전문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면서 국민이 낼 건보료는 앞으로 몇 년간 계속 인상될 것으로 보이는데,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외국인 때문에 건보 재정이 줄줄 새 나가는 상황을 내버려둔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인터뷰에 응한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전산으로 건강보험 자격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인데 여전히 건강보험증 도용 문제가 발생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건강보험증을 카드 형태로 도입해 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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