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北, 경제악화로 핵심권력층 동요...미북회담 외 다른 선택 많지 않아”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수미 테리(Sue Mi Terry)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은 25일 “미국과 북한 모두 이번 회담을 원하기 때문에 미북 회담은 결국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리 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언제나 미국 대통령과 직접 회담하길 원했다”며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이 완성됐기 때문에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대북제제 해제도 원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회담을 그의 외교적 성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싶어한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북한은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 악화로 미북 회담 외에 선택지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세관 당국이 지난 24일 발표한 올해 4월 무역 통계를 보면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금액은 전년보다 85% 감소했다. 2월에 94%, 3월에 89%가 감소한 데 이어 4월에도 북중 무역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이날 RFA에 “북한 권력층이 수출길이 막히고 외화 수입 수단을 잃으면서 그동안 누려온 혜택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제가 계속될 경우 평양에서 외화벌이에 의존해 살고 있는 특권층이나 부유층, 핵심 권력층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북한 간부들의 불만이 김정은 정권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미북 회담을 전격 취소한 이유에 대해 테리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에 대해 대화할 준비가 안 됐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특히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담화를 비롯해 최근 2건의 담화문이 트럼프 대통령을 화나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북한식의 공격적인 어투에 익숙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취소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북한이 내놓은 담화문들은 미국이 리비아식 비핵화 방식을 밀어부친 데 대한 반발심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24일 담화문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회담 취소 통보에도 흥분하지 않고 담담한 어조로 뜻을 전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이 회담을 열고 싶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했다.

테리 연구원은 만약 미북 양측이 이번 주말부터라도 싱가포르에서 만나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면 기존 계획대로 12일에도 회담 개최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2일이 아니라면 며칠 후나 1~2주 정도 미뤄진 날짜에도 회담 개최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미국과 북한은 회담 개최를 위한 외교적 대화 통로는 계속 열어뒀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테리 연구원은 이번 일로 인해 역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테리 연구원은 “미북 회담이 빠른 시일 내 열리지 않더라도 지난해와 같은 군사적 위협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가 여러 차례 말한 대로 북한에 대한 최고 수준의 제재가 계속되거나 강화될 수는 있지만 정치적인 긴장은 이미 많이 약화된 상태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두 번이나 만났고 문재인 대통령과도 회담을 해 미북 간 긴장이 고조됐던 예전과는 정치적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 또한 미국도 현재 대북 제재로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는 것 외에는 별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필요할 경우 군사력도 동원하겠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그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외교적인 대화를 통해 다시 회담을 개최하길 원하며, 한반도 내 군사적 충돌은 당사국뿐 아니라 한국, 중국과 같은 관련국들에게도 엄청난 재앙이기 때문에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테리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겁을 주기 위해 군사력 동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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