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담화서 急 저자세…韓에 판문점선언·연합훈련중단·탈북女종업원송환 '청구서'
"북송 거부 박근혜패당 꼬락서니와 일맥상통, 범죄행위" 靑까지 싸잡아 이례적 비난
한국당 등 우파 겨냥 "동족대결 비린악청, 지랄발광…역사 밖 사라지는 게 당연"
회담 취소 靑조차 침묵하는데 민주당은 "평화 급진전, 판문점선언 지지결의 통과를"

미국이 대미(對美) 적대 발언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6.12 싱가포르 회담 취소를 선언한 다음날 북한 정권은 즉각 "수뇌상봉이 절실하다"며 미국에 저자세를 보였지만, 문재인 정부에는 "방자하다"며 '길들이기'에 나섰다. 자유·보수 우파를 겨냥한 숙청도 재차 공언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에 보낸 미북정상회담 취소 서한이 공개된 지 7시간여 만인 25일 오전 '위임에 따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문을 내 "(회담 취소는)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커다란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감'이라는 것은 사실 조미(북-미)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 폐기를 압박해 온 미국 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고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대미 비난을 스스로 평가절하했다.

김계관은 또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며 이례적으로 대미 대화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핵 폐기'에는 반발하고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 하려는 우리의 목표"만 거론하면서 여전히 진정성이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5일 오전 낸 대미(對美) 담화는 북한 내부에는 보도되지 않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5일 오전 낸 대미(對美) 담화는 북한 내부에는 보도되지 않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면 한국에는 완전히 '거칠 것이 없는' 태도다.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서면으로 도출한 '판문점선언' 이행, 한미연합훈련 중단, 북한 해외식당 탈출 여종업원 12명 송환 등 일방적인 요구를 늘어놓으며 문재인 정부를 내놓고 다그치는가 하면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 등 탈북 반(反)체제 인사들을 "인간 쓰레기"라고 비방하는 행태도 반복했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한국 내 극단적 민족주의단체 '단군민족통일협의회' 주장을 빌려 "판문점선언의 이행과 전쟁연습의 중지를 요구"한다는 보도를 냈다.

노동신문은 "최근 남조선에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을 지지하고 그 이행을 요구하는 각계 단체들의 투쟁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며 "평화와 통일의 시대적 흐름에 배치되는 미국과 남조선당국의 전쟁연습책동(한미연합훈련)을 단죄 규탄하는 목소리도 높이 울려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 위원회', '민주노총',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 '민중당(원내 1석)' 등 단체와 정당을 거명하면서 한미연합훈련을 "침략적인 전쟁연습"이라고 선동했다.

북한 정부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리선권) 산하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같은날 논평에서 "초보적인 예의도 체면도 없이 무지막지하게 설쳐대는 남조선당국의 방자한 행태는 지금 온 겨레의 커다란 환멸을 자아내고 있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2016년 4월 여종업원 집단 탈출을 거듭 '집단 유인납치범죄'로 규정하며, 지난 19일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가 여종업원 북송을 요구한 뒤 청와대와 통일부의 대응을 짚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에 출석해 "송환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을 안 하고 있다"며 북측의 요구에도 "기존 입장과 다를 바 없다"고 밝힌 데 대해 "파렴치한 수작질"이라고 이 매체는 비난했다.

또한 청와대 관계자가 "지금까지 견지해 온 (탈북민 북송 불가) 입장에서 변화된 것이 없다"고 언론에 밝힌 점을 들어 "박근혜보수역적패당이 놀아대던 꼬락서니와 신통히도 일맥상통하다"고 이례적으로 힐난했다.

지난 2016년 4월 중국 소재 북한식당에서 탈출해 한국땅을 밟은 여종업원들.(사진=통일부 제공)

이에 그치지 않고 "북남관계를 주관한다는 청와대와 통일부가 진상을 은폐하며 (집단 탈북은)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니, 송환은 검토하지 않을 것이니 하는 보수패거리들이나 할 수 있는 소리를 마구 줴쳐대고 있는 것"이라며 "판문점선언 이행에 역행하는 엄중한 범죄행위"라고 쏘아붙였다.

우리민족끼리는 거듭 문재인 정부를 겨냥 "우리의 대범한 아량과 성의있는 조치에 진정성있는 자세로 화답해 나설 대신 미국과 공중합동군사연습(맥스선더)을 벌려놓고, 국회에 인간쓰레기(태영호 전 공사)를 내세우는가 하면 박근혜패당의 반인륜적범죄(여종업원 탈북 지칭)까지 묵인하려 들며 뻔뻔스럽게 놀아대고 있다"고 집중포화를 가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경고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며 "남조선당국은 이제라도 우리 여성공민들에 대한 송환문제를 바로 처리하지 않고서는 북남사이의 그 어떤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급된 '인도주의적 문제'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이밖에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 매체 민주조선 논평을 인용하는 형태로 "안보 간판을 내들고 보수세력이 하는 짓이란 어떻게 하나 동족을 해치우기 위한 갖은 비방중상과 모략소동, 대결분위기 고취 뿐"이라고 비방에 나섰다.

중앙통신은 이어 "동족대결의 비린악청을 뽑는데서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 '역도'가 역시 선창자"라며 "이 자는 입만 벌리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극(쇼)이니, 새로운 것이 아니라느니, 큰 의미가 없다느니 하는 악담을 쏟아내면서 우리를 헐뜯지 못해 지랄발광하고있다"고 욕설을 섞어 폄하했다.

또한 "남조선 각계에서 반보수투쟁기운이 무섭게 고조되고 있다"면서 "매국배족을 일삼아온 자들에게는 앞날이 없다"거나, "동족대결에 미쳐 돌아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매국무리들이 역사 밖으로 사라지는 것은 응당한 귀결"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한편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미북정상회담 취소에 따른 대응 방안으로 판문점선언 이행을 주장하며 애써 북측과 '코드'를 맞추는 모양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제1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정부 역시 북미(미북)간 신뢰와 소통을 돕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며 "판문점선언의 정신은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오후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는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받았으며 어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통해 그 의지를 확인하는 등 한반도 평화를 급진전시키고 있다"고 자평했다.

미북정상회담 취소를 사전에 알지 못했고, 향후 재개 여부도 알 수 없어 청와대조차 말을 아끼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 급진전'을 성과로 내세운 셈이다. 강 원내대변인은 외교안보라인 문책을 촉구하는 한국당에 "지금이야말로 한국당이 판문점선언 지지결의안 통과로 정부에 힘을 실으라"고 요구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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