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우선순위에 둔 유엔군 납북자 문제 도외시
美, 앞으로 북한에 납북문제 중요하게 거론해야
戰後납북문제 유엔 건의 당시 박정희 대통령 등 참여
'4·27남북회담'전에 전달한 요구서 靑보지도 않은 듯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6.25납북자 문제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한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우)과 북한자유인권 글로벌네트워크 대표 이희문 목사(좌)가 발언하고 있다. [펜앤드마이크]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6.25납북자 문제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한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우)과 북한자유인권 글로벌네트워크 대표 이희문 목사(좌)가 발언하고 있다. [펜앤드마이크]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하 협의회)가 미국이 북한에 6·25전쟁 납북자 문제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5일 발표했다.

이미일 협의회 이사장은 “북한의 교활한 은폐와 기만전술로 납북자가 한 사람도 돌아오지 못했다”며 “오늘 (납북 문제에) 미국의 책임성도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협의회는 ‘휴전회담에서 6·25전쟁 납북자 송환 포기는 미국도 책임 있어, 미북정상회담에서 전쟁납북자 문제 거론해야!’라는 제목으로 북한에 의한 한국 민간인 납북범죄에 미국과 유엔군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며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앞서 24일(현지시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회담을 취소하며 오는 6월 12일 열리기로 했던 미북정상회담은 무산됐지만 성명은 미국이 북한과의 회담에서뿐 아니라 미북 외교에서 지속적으로 북한에 납북 한국 민간인 문제해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일 이사장은 “납북자 문제는 당사자 가족들에겐 ‘대재앙’이었다”며 “요즘 세계적으로 휴전체제 끝내고 평화체제를 정착시키자는 이야기가 오고 가는데, 저희 협의회도 이제 전쟁 끝내고 진정한 평화 누리기를 고대한다. 그러려면 납북문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꼭 정상회담이 아니어도 미국 당국은 이 문제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6·12미북회담은 결렬됐지만 앞으로) 북한과 어떠한 경로로 협의를 하든 기회가 생기면 핵·미사일 문제만 다룰 것이 아니라 납북자 문제도 중요 안건으로 다뤄야한다”고 전했다.

한국전쟁 이후 정전회담에서 납북된 민간인 송환이 실패된 경위는 다소 복잡하다.

납북민간인 문제는 1951년부터 1952년 3월까지 유엔군과 북한 간의 포로교환 논의에서 진행됐다.

이때 유엔군 측의 포로교환 원칙은 포로 자유의사에 따른 일대일 교환이었고, 유엔군 측이 수용 중인 공산군포로는 13만 2474명으로 공산군 측이 수용 중인 포로 1만 1559명보다 12배 정도 많았다.

유엔군은 20차회의(1952.01.01)에서 전쟁포로와 남한 민간인을 모두 자유의사에 따라 ‘일대일 원칙(exchange of POWs and South Korean civilians on a one-for-one basis)’하에 교환하자고 주장했으나, 공산군 측은 납북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수십만의 북한 민간인이 유엔군에 의해 ‘납치’됐다고 억지 주장을 해 일 대일 교환과 남한 민간인 포함 제안에 결사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납북되는 민간인 포로 사진 [펜앤드마이크]
납북되는 민간인 포로 사진 [펜앤드마이크]

유엔군은 북한의 요구를 관철해 납북된 남한 민간인을 언급할 때 ‘납치(kidnap)’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hold’, ‘taken’, ‘swept northward’ 등 ‘억류 및 북한으로 끌려간’이란 용어를 사용함으로 결국 1952년 2월 7일 납북 민간인 일대일 교환 요구를 사실상 포기했다.

결국 1952년 3월 7일 제4의제 제63차 휴전 회의에서는 ‘납북자’라는 단어가 ‘실향사민’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대체됐고, 정전협정문 제3조 제59항에 ‘실향사민귀향협조위원회’ 설치 조항이 삽입돼 실향사민 자유의사 확인을 위한 중립적 감독기구 개입 주장마저 철회됐다.

유엔군 측이 빠른 시일 내에 정전협정을 체결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며, 한국 정부의 입장이 휴전회담에서 제한적으로 반영됨에 따라 납북자 송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것이다.

휴전 이후에도 한국은 1964년 3월 대한적십자사 협찬 아래 ‘8만 납북인사 송환 요청을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해 55일 만에 목표 인원 이상의 서명을 완료했고, 같은 해 11월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당시 서명운동엔 박정희 대통령과 영부인 육영수 여사, 조선일보 방우영 대표이사 등이 참여해 전쟁 납북자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제기됐다.

협의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에게 보내는 ‘납북자 문제해결 청원서’를 수신자 확인이 가능한 EMS우편을 통해 이미 발송했다. 협의회는 수잔 솔티 미국 자유북한연합 대표에게도 청원서를 전달했고 주한 미국 대사관에도 청원서가 백악관에 전달되도록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협의회는 지난달 4월 25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남북정상회담 납북자 문제 공식 의제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요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4·27남북정상회담’ 당시 협의회 측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청와대에 전달된 요구서 결과에 대해 “(통일부가) 남북회담이 끝나고 10일쯤 지나서 인도적 차원 문제로 적십자회담에서 해결하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남북회담 이틀 전 대통령에게 전달 된 요구서가 통일부로 넘겨져 회담 후 10일 만에 답변을 받은 것이다.

이 이사장은 “며칠 전 북한 탈북 여종업원을 자신들이 불법 억류한 한국인들과 교환하자고 요구하는 북한을 보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사람이) 물건이냐? 흥정으로 교환하게”라며 북한 정권의 반인륜적 행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북한의 범죄사실과 잘못된 일들을 많이 알려서 고칠 수 있는 것들 고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온 언론사는 외신인 일본 요미우리 신문을 비롯해 4개에 불과했다.

협의회는 다음달 8일 오전 10시 서울 글로벌센터에서 북한에 의해 납북 피해를 가진 13개국가 단체들과 공조해 ‘13개국 국제공조방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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