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유튜버 지기TV가 자신의 음주운전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그는 음주운전 외에도 학폭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활동중단, 사실상의 은퇴를 선언했다. [사진=유튜브]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아들의 학폭(학교폭력) 논란이었다. '학투 운동(학교폭력 미투 운동, 유명인의 과거 학폭 전력 폭로 운동)'이 이어지고 학폭을 다룬 드라마 '더글로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사회에서 학폭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결과 정치권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뉴미디어 영역에까지 번져 80만 명이 넘는 구독자수를 보유한 어느 운동 유튜버의 활동 중단 사건으로까지 번졌다.

2017년 11월 중순부터 '운동하는 직장인' 컨셉으로 유튜브 영상을 올려왔던 '지기TV(본명 임동규)'는 지난 25일엔 전날 음주운전 적발로 인한 논란에 이어 학폭 논란까지 겪게 됐다. 그의 과거 학폭 전력을 폭로하는 글이 27일 인터넷의 한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것이다.

이 글의 작성자는 "믿건 말건 자유지만 충격 고백 하나 한다"며 "그와 고등학생 때 같은 고등학교(인천 송도 소재)였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같은 학년에 지적장애인이 한 명 있었는데 지기TV가 당시에 그 친구를 엄청 괴롭혔었다"며 "거기에 2학년인가 같은 반 동급생 왕따시키다 걸려서 전학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기TV가) 착한 척 위선 떨면서 방송 나오는 게 정말 마뜩잖았다"고도 했다. 

이러한 간접 폭로가 나왔을 당시엔 그저 루머일 것이란 추측이 많았지만 실제로 지기TV의 피해자였다고 주장하는 추가 폭로가 27일 나오면서 여론이 역전됐다. 동일 커뮤니티에 본명까지 밝힌 피해자는 "숨지도 도망치지도 않을 것이고, 내가 말한 부분에 거짓이 있다면 모든 법적 책임을 질 것을 명시한다"며 "(내게서) 돈을 뺏거나 폭행을 하진 않았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를 왕따시키고 괴롭힌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지적장애인을 괴롭힌 것 또한 사실"이라며 "저도 (그 지적장애인을) 싫어했고 같이 놀리는데 동참하거나 묵인했다. 당시 90%이상의 학우들이 동조 혹은 방관했으니 이 부분은 특별히 지기TV만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피해자는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지기TV를 만났을 때 그가 '그때 정말 잘못했던 것 같다. 그때 너무 어렸고 철이 없었다'고 사과했다"며 "나는 그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온 사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방송 관련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사과하는 것일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사과를 받아줬다"고 했다. 또 "그에게 '너를 용서한 게 아니고 그냥 사과를 받아준 것 뿐이며 누군가 나한테 물으면 부정하지 않을 테니 처신을 잘 하는게 제일일 것'이라고도 말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내가 바라는 건 하나다. 지기TV가 솔직히 내 말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면 한다"며 "여러분들도 그가 진정성 있게 사과한다면 쿨하게 용서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지기TV는 이날 유튜브에 음주운전 및 학폭에 대한 입장문을 올리는 과정에서 처음엔 학폭을 일체 부인하다 입장을 바꿨다. 그는 처음 올린 입장문에선 "저는 살면서 악감정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누구를 괴롭히면서 협박이나 돈뺏고 이런 행동은 해본 적이 없다. 정말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이슈가 된 고등학교 때 같은반 친구가 놀림을 받을 때 일정부분 동조했던 건 사실"이라며 "이부분에 있어서 그 친구와는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해서 풀었으니 더이상 무분별한 억측은 자제해주시고"라고 입장문을 일부 수정했다.

지기TV가 학폭 논란 관련해 일부 내용을 바꾼 입장문. [사진=유튜브]

지기TV는 입장문에서 "그동안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다시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면서 유튜브 활동은 여기가지 하도록 하겠다. 그동안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지만 여론은 좋지 않다. 한국에서 가장 지탄받는 행동 중 하나인 음주운전을 한 데다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점, 학폭을 전혀 인정하지 않다가 피해자의 진술이 나오자 말을 바꿨다는 점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유튜버들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는 많지만 한순간에 이렇게 악재가 겹친 건 처음이다"라면서도 "사람이 몰리니까 추한 모습 그대로 나온다" "남에게 피해 끼쳤던 게 그대로 되돌아오는 인과업보다" "착하고 선한 이미지에 기대왔는데 사필귀정인 셈이 됐다" 등 부정적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28일 현재 지기TV는 입장문을 제외한 모든 콘텐츠를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 다만 채널은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놔둬 일각에서 "몇 달 자숙한다고 했다가 슬그머니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말인즉슨 여론이 그의 복귀 또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단 것으로, 학폭이 부정적 판단의 기준으로 어느 정도 확립됐음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폭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 더글로리의 인기는 한국사회에서 그동안 도외시됐던 학폭이 사회 주요 의제로 부각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사진=넷플릭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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