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크라 전쟁이 중국에 어떤 영향 줄지 예의주시해야
서방, 한국에 '보편적 가치' 준수 동참하라 압력 넣고 있어

24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 붙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단 촉구 메시지. [사진=연합뉴스]

24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정확히 1년이 됐지만 전쟁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필두로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으며, 러시아 역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역사적으로 중요한 땅'인 우크라이나에서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 선언하는 등 전쟁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전 세계는 어떤 식으로든 이 전쟁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한국 역시 물가상승·국제질서 재편·무역수지 악화·난민 유입 등 전쟁의 부수적 영향 하에 있다. 이에 한국에서도 러·우크라 전쟁에 대한 여러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도 차후 우크라이나처럼 인접국의 침략을 당할 수 있단 우려는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역내에서 군사력을 질적·양적인 면에서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중국은 역사적으로 그 영향력 하에 머물렀고 지금도 중국이 자신의 세력권으로 복속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한국에 커다란 위협임에도, 국내에서 러·우크라 전쟁에 대한 논의는 단순한 정보 전달·예측의 방식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 한국에서 러·우크라 전쟁 논의,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러·우크라 전쟁 관련 논의는 주로 '도대체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누가 이길 것인가' '언제쯤 끝날 것인가' 등 전쟁의 경과와 관련된 것들과 '누구의 책임인가' '세계는 러·우크라 양국 중 누구를 지지하는가'와 같은 선악구도에 기반한 것들이다.

전쟁 정보 전달은 언론이 주 역할을 하고 있으며, 개인들도 발달된 미디어를 토대로 부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한쪽만의 시각을 접하기가 쉽단 점이다. 한국 언론의 경우 서방의 언론, 우크라이나 측이 전하는 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으며 개인들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전체적 평가로는 열세에 놓였다고 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는 미디어를 통한 여론전을 통해 세계의 지지를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접한 한국인들은 우크라이나가 우세를 점한다고 평가하지만 정확한 실상은 알기 어렵다. 

SNS, 메신저 등 온라인 미디어에선 우크라이나 측이 제공하는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들이 전쟁의 실상을 객관적으로 보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진=텔레그램]

반면 일각에선 러시아를 지지한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가 선전하고 있고 러시아는 패퇴하고 있다는 식의 서방 언론 보도는 거짓이라며 러시아가 언젠가는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서방을 제외한 전 세계의 3분의 2가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23일(현지시각)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 철군 결의안이 찬성 141표라는 압도적 다수로 통과된 것을 보면 이러한 시각엔 오류가 있어보인다. 결의안에 반대한 국가는 러시아를 비롯해 북한, 시리아, 니카라과, 벨라루스, 에리트레아, 말리 등 7개국 뿐이었다. 32개국이 기권했는데 여기엔 중국, 이란, 인도 등이 포함됐다. 

23일(현지시각) 유엔총회에서 러시아 철군 결의안이 찬성 141표로 채택됐다. 반대 7표, 기권 32표였다. [사진=연합뉴스]

이는 곧 특정 의도가 담긴 한 쪽의 정보만으로는 전쟁의 전체적인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어쩌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언젠가 종전 선언을 하고 협정을 조인할 것이라는 예측만이 정확한 정보일 수 있다.

이에 더해 '우크라가 선, 러시아가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의도 한국에서 확인된다. 이는 주로 침략하기보다는 침략당한 역사적 경험을 가진 한국인들이 우크라이나에 감정을 이입했기 때문일 수 있다. 또 '차르' 푸틴의 영도하에 있는 허울뿐인 자유민주주의 러시아보다는, 민족 자결권과 국가주권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자유민주주의국가 우크라이나를 응원해서일 수도 있다. 어찌됐든 이러한 선악구도는 '한반도를 침공한 일본은 악, 힘없이 당한 조선은 선' 식의 인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한국의 좌파가 러·우크라 전쟁을 논의하는 방식이다. 친야성향 민들레는 23일 '우크라전쟁이 선-악 대결이라고? 독재vs위선!'이란 제목의 분석기사를 냈다. 국제정세를 선악구도로 바라보는 것은 대개 좌파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기사의 제목만 보면 그를 탈피한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까지 들 정도다. 그런데 이 기사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독재하는 러시아나 위선떨고 있는 서방이나 그 나물에 그밥이다"다. 결국 제국주의가 만연하던 시기 전 세계를 침략하고 수탈한 주범들이 모여 있는 서방도 러시아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이 가장 쉽게 할 수 있으면서도 의미 없는 '양비론'이란 것이며, 여전히 제국주의 피해자적 관점에서 이 전쟁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서방·러시아는 악, 그외 세계는 선이란 인식은 그대로인 셈이다.

■ 우크라는 전통적 러시아 세력권, 한국은 전통적 중국 세력권

이러한 단편적 논의들보다 더 중요한 의제가 있다. 국제정치에서 말하는 '세력권(Sphere of influence)'에 관한 것이다. '세력권'이란 한 국가가 지배하는 영토 외에 자신의 영역이라 생각하는 지역을 말한다. 소련은 외국으로부터의 침략을 막거나 늦출 수 있게 영토의 종심을 두텁게 할 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동유럽을 '철의 장막(Iron Curtain)'의 경계로 삼았다.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는 여전히 이 지역을 자신의 세력권으로 보고 있다.

냉전 시기의 '철의 장막'. 소련은 동유럽을 세력권으로 삼아 바르샤바 조약 기구를 창설하는 등의 방법으로 안보를 추구했다. 소련이 해체된 후에도 러시아는 여전히 동유럽을 세력권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드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엔 바로 이 세력권 개념이 포함돼 있다. 나토(NATO)가 자신의 세력권인 우크라이나, 발트3국 등 동유럽 지역까지 범위를 확장하려 해 자신들의 안보가 위협받는단 것이다. 러시아는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인들이 친나치 활동을 벌였던 극우 민족주의자 스테판 반데라를 숭배하고 있다며 '나치 척결'이란 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정당화하려 하기도 했다.

이 세력권은 '제국'을 경영해본 적 없는 한국인들에겐 생소한 개념이다. 기껏해야 조선 말기 조상들이 건너간 만주의 간도가 한반도 통일 후 우리 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에 맞서 세종의 대마도 정벌을 들며 대마도가 한국에 편입돼야 한다는 식의 현실성 없는 주장이 나오는 정도다. 

하지만 세계적 대국이었거나 제국주의적 세계경영을 시도했던 나라들에겐 모두 세력권 개념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메이지유신 이후의 일본이 러시아 제국과의 완충지대로서 조선을 지배하려 했던 것, 미국이 하와이·괌 등 태평양의 섬을 점령해 북아메리카 본토의 안전을 꾀한 것, 태국 짜끄리 왕조의 라마 5세가 영국과 프랑스 식민지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함으로써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등 세력권을 통해 역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례가 충분히 존재한다.

문제는 현재 중국이 한국을 자신의 세력권에 포함시킬 의도를 갖고 있단 점이다. 이는 우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2017년 4월 6-7일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한 발언에서 확인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 주석이) 한중 간 수천년 역사를 이야기했는데 전쟁이 많았다고 했다"며 "이때 한국은 '북한'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이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당시 한국 언론에서 '시 주석이 한국을 중국의 속국처럼 묘사했다'라고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또 사드(THAAD) 배치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2016년 12월 천하이 당시 중국 외교부 부국장은 한국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느냐"며 과거 동아시아 국제질서인 '조공 체제'에서나 할법한 시대착오적인 비외교적 언어를 거침없이 사용했다.

중국이 한국을 반드시 굴복시켜 자신의 영향력 하에 넣어야 할 존재로 보고 있다는 사실은 비단 중국 핵심 권력자의 발언에서만 드러나는 것만은 아니다. 1980년대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사령원 류화칭이 창시한 '도련선(島鏈線)'이야말로 중국의 미래 군사전략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총 3차의 도련선 확보를 통해 미국과 태평양을 반분하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제1도련선은 일본 열도, 대만, 필리핀, 남중국해, 말라카 해협을 그은 선인데,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는 제1도련선의 안쪽에 있다. 이말인즉슨 제1도련선 확보엔 한반도 복속이 선행돼야 한단 뜻이다.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만든 도련선. 제1도련선에 이미 한반도가 포함된다. [사진=미 국방부 장관실]

중국이 한국을 자국의 영향력에 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한반도는 외부에서 중국 수도 베이징을 갈 수 있는 최단 육로이므로 미국 등 적국이 장악할 경우 '중국의 뒤통수를 때리는 망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을 영향력 하에 넣고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1만톤급 구축함을 총 7척 취역시키는 등 해군의 규모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 "한국, 말로는 '보편적 가치' 말하면서 우크라 지원은 소홀"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각각 중국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세력권에 들어가 있긴 하지만, 둘의 처지는 분명 다르다. 우크라이나와 달리 한국이 북한·중국의 침략을 받는다면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반드시 개입하기 때문에, 이러한 '한미동맹'이야말로 한국에 결정적인 전쟁 억지력으로 작용한다.

한국은 지금까지는 한미동맹을 대(對)북한용 협정으로 국한시켜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하고 나서부터는 그 개념이 확장될 조짐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9일(현지시각) 나토 연설에서 "자유와 평화는 국제사회의 연대에 의해 보장되는 만큼 대한민국과 나토의 협력 관계가 자유와 민주, 법치 등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는 연대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또 그해 9월 제77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한 국가 내에서 어느 개인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공동체 구성원들이 연대해서 그 위협을 제거하고 자유를 지켜야 하듯 국제사회에서도 어느 세계 시민이나 국가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국제사회가 연대해 그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는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괄목상대한 경제적·군사적 위상에 맞는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미국 등 동맹국들과의 이해관계와,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세계를 이끌어가야 하며 규범에 기반한 세계질서를 수호해나가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야망이 합쳐진 훌륭한 연설로 해석됐다.

하지만 한국은 윤 대통령의 포부와는 달리 자유민주주의 선두국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일 '한국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South Korea Still refuses to send arms to Ukraine)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을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보편적 가치'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을 때, 그는 자신의 말이 이렇게나 빨리 스스로를 물어뜯을지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이 불법적이고 정당하지 않으며,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라면서도 "전 세계에서 방위 산업이 가장 크고 빠르게 발전중인 한국이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에는 주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 원인에 대해 "한국의 법과 정치 정서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우호적이지 않다"며 "야당대표 이재명이 윤 대통령에 적대적이고 우크라이나엔 미온적이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려면 법을 바꿔야 하는데, 거대 야당 때문에 그러기 힘들다"고 분석하긴 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이유로 한국이 '세계 중추 국가' 도약이라는 윤 대통령의 구상 실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말로는 자유, 연대를 말하면서도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단 우려와 러시아의 보복을 두려워하는 한국의 모호한 태도는 서방의 신뢰 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파는 무기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한 국가들로 가므로 결국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별 차이가 없다 "며 "한국은 양립할 수 없는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관련 정책에선 상업적 기회와 지정학적 기회를 조합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을 비판한 지난 2일의 이코노미스트 기사. [사진=이코노미스트]

윤 대통령이 이미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제1세계 국가가 되겠다고 선언한 이상 이코노미스트의 이러한 비판을 반박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더구나 세계는 러시아·중국 등의 레드팀과 서방 블루팀의 대립으로 이미 '신냉전'으로 접어들고 있단 평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좌파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중립적 실리외교를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에게 '중립적 실리외교'가 뭐냐고 물어보면 대답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좌파 집권기에도 그러한 외교를 해본 적도, 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북한과의 종전 체결을 위해 미국을 이용하고,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려 했지만 돌아온 건 지난 2017년 12월 방중 때의 '6끼 혼밥'이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모두와 등거리 외교를 펼친다면 회색분자로 취급받을 뿐이고 결국엔 모두에게서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한국, 우크라전을 '제2의 한국전쟁'으로 인식할 것인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문제는 서방이 '자유' '민주주의' 등의 가치 수호를 천명한 한국에 '언행일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해 11월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 155mm 탄약을 수출해달라고 요청했는데, 탄약의 최종 사용자를 '미국'으로 하는 조건으로 성사됐다. 하지만 이 탄약이 우크라이나로 간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공연히 아는 비밀이었단 점에서 이는 '눈가리고 아웅'이었다. 또 지난 2일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라는 서방의 압력이 강해져 한국이 딜레마에 빠져 있단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휴전 중인 한국은 언제든 대규모 무기 생산이 가능한 '민주주의 병기창'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러·우크라 전쟁을 한국전쟁에 비유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전쟁 때 총 16개 국가로 구성된 유엔군의 지원을 받았다. 미국이 사실상 주축을 이룬 유엔군엔 튀르키예, 필리핀, 태국, 에티오피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크고작은 국가들이 병력을 파병해 공산주의의 마수로부터 한국을 지키는데 큰 도움을 줬다. 반면 북한군엔 중공군과 소련군이 개입했다. 이로써 한국전쟁은 국지전에서 세계대전으로 변모하게 됐는데, 이번 전쟁에서도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돕고 중국·이란·북한 등이 러시아를 지원하면서 사실상 준(準) 세계대전처럼 돼 버렸다. 그 결과 어느 쪽이 이기든 국제질서의 변화가 수반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가 패배한다면 그 동맹국인 중국이 한풀 꺾이겠지만, 우크라이나가 패배할 경우 중국의 준동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2027년 이내에 양안에서 대만 전쟁이 발발할 수 있고, 그 때는 바야흐로 진정한 세계대전으로 이어질거란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이 러·우크라 전쟁에서 중국을 우려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란 평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접수해 동유럽에서 소련 시기의 세력권을 확보하기 시작한다면 중국도 동북아시아에서 자신의 세력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단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 전쟁을 마냥 '강 건너 불보듯' 할 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현재의 한국이 다른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위해 큰 희생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는가에 대해선 쉽게 말하기는 힘들어보인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독재 국가와는 달리 여론에 너무나 민감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세계 정세에 대한 고려 없이 이익이 되는 면만 취하려는 한국의 단기적 안목 때문일 수도 있다. 

지난 6일 발생한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에서 한국 구조대가 총 8명의 생존자를 구한 숭고한 행위에 대해 '튀르키예 군의 한국전쟁 파병'과 비교하는 일러스트가 나오기도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두 경우는 격이 다르다. 튀르키예는 한국전쟁에 총 7740명을 파병해 724명 전사, 2068명 부상, 163명 실종, 224명 포로라는 인명 피해를 기록하면서까지 한국의 자유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은 그러한 인명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다른 나라에 병력을 보낼 마음가짐이 돼 있을지에 대해선 확답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난 6일 발생한 튀르키예 지진 관련해 총 8명의 생존자를 구한 한국 구조대와 한국전쟁에 파병한 튀르키예 군인을 묘사한 일러스트. 이로 인해 '형제의 나라' 한국과 튀르키예의 돈독한 관계가 재조명되기도 했지만, 엄밀히 말해 두 사안은 같이 놓고 볼 수 있는 급은 아니다.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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