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신기자 완전 통제하고 위성전화와 방사선측정기 압수
“北에 외화 바치고 北의 입이 되는 것이 저널리즘인가?”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를 위해 외국 언론을 초청한 뒤 철저하게 통제하는 것은 프로파간다 장사 행위에 해당한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25일 미국의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미국의 일부 전문가는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와 이를 취재하는 외신들의 상황을 “북한정권이 자본주의 언론의 약점을 활용해 프로파간다 장사를 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북한당국은 외신 기자들을 완전히 통제하고 한국 취재진의 입국을 거부하다 막판에 허용하는 등 자유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무례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북한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친 뒤 ‘평양의 영어 선생님’이란 제목의 책을 발간했던 수키 킴 씨는 VOA에 “북한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황송해하는 이상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핵 실험장 폭파 취재를 위해 북한을 방문한 5개국 20여 명의 외국 취재진들은 북한에서 경험한 황당한 일들을 전했다.

영국 스카이뉴스 톰 체셔 기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방송에서 언제 핵 실험장 폭파가 진행되는지 알 수 없고 취재진이 무엇을 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북한정권이 보여주길 원하는 것만 볼 수 있고 감시원은 늘 옆에 붙어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지에서 필수적인 위성전화기와 핵실험장의 안전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가져간 방사선 측정기도 당국에 압수됐다고 밝혔다.

과거 2016년 북한의 7차 당대회를 취재하던 영국 BBC 취재진은 북한의 여러 문제를 지적하다 추방됐다. 당시 북한에서 쫓겨났던 윙필드 헤이스 기자는 자신들이 겪은 북한정권의 과민한 통제는 역설적으로 북한정권의 취약함과 불안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언론감시기구인 국경없는기자회의 벤자민 이스마엘 전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24일(현지시간) VOA에 북한은 국제적인 언론 기준이 없고 그것을 요구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외국 언론을 정권선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 때문에 목적에 어긋나는 어떤 행동이나 질문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방송 기자 출신인 탈북민 장해성 씨는 24일 VOA에 “외신을 초청해 외부세계에 정권의 선전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김정을 시대부터 있었던 오랜 관행”이라고 밝혔다. 장 씨는 “북한이란 나라 자체가 완전히 어둠 속에 있는 나라니까 어떻게 하면 새로운 것을 발굴할까 하고 북한에 들어가는데 들어간다 해도 어쨌든 통제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애나 파이필드 도쿄 특파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7차 당대회를 취재하러 평양에 갔는데 관련 소식은 오히려 밖에 있는 한국의 연합뉴스를 통해 봐야 했다며 당시 감시원들에게 따졌던 로이터와 LA타임스 기자들은 마지막 행사에서 배제돼 취재를 전혀 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스마엘 전 국장은 이런 국제사회와 동떨어진 북한의 나쁜 관행을 막으려면 외신 기자들이 너무 경쟁하지 말고 단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 언론들이 자유세계에서 경쟁하듯 북한에서도 지국을 만들어 각자 활동하고 북한당국과 마찰을 피하려다 보니 북한정권의 행태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키 김 씨는 “북한이 자본주의의 약점을 굉장히 잘 이용하고 있다”며 “북한이 신비주의기 때문에 독자들은 북한에 대한 정보를 원하지만 다만 언론인들이 이렇게까지 북한에 수긍하고 들어가 외화를 뿌리는 것이 도덕적, 윤리적으로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그녀는 “자유세계에선 진실을 찾아 전하는 것이 언론의 임무인데 오히려 북한정권의 입으로 전락하는 상황에 대해 외국 언론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이것은 저널리즘이 아닌 것 같다. 이것은 정치”라고 했다.

한편 국경없는기자회가 지난달 발표한 올해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북한은 언론자유가 없는 세계 최악의 국가로 다시 지목됐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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