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21일 이사회를 열어 안형준 MBC 기획조정본부 메가MBC추진단 부장을 MBC 차기 사장 내정자로 선임했다.

하지만 MBC제3노조는 사장 선임 절차가 총체적으로 '위법'하다면서 재공모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MBC제3노조는 성명에서 "방송문화진흥회가 실시한 이번 MBC 사장 선임절차는 사상초유의 ‘시민평가단 도입’부터 위법하다"면서 "지금까지 KBS가 대표이사를 선발할 때, 시민평가를 점수에 반영하는 식으로 고려한 뒤 최종적인 이사회 의결을 통해 사장을 결정한 일은 있어도, MBC처럼 방송문화진흥회법에서 규정한 ‘사장 후보자 선임사무 위임’ 틀을 벗어나 시민평가단에게 3명의 후보자 중 1명을 탈락시키는 권한을 준 사례는 없었으며 이는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위법소지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제3노조는 또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은 가장 중요하고도 엄정하게 진행되어야 할 대표이사 선발사무에 있어서 중요한 과실을 범한 것이며 이를 통해 엉뚱한 후보가 2차 시민평가에 올라가고 이후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봉쇄당한 후보가 생긴 것은 참으로 묵과할 수 없는 과오라 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방송문화진흥회는 오늘 안형준 후보를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한 결정을 철회하고 대표이사 선발 절차에서 손을 떼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방문진에 의해 선임된 안형준 내정자는 의외의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MBC 제3노조는 "원래 들러리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었다. 안형준 후보는 정책설명 때 원고를 그냥 들고 읽고 머뭇거리기도 해 준비 부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제3노조에 따르면 안 내정자는 상당 기간 동안 보도국 아침뉴스에디터로 일하면서 파업불참기자들을 기자가 아닌 작가 업무에 투입시키는 등 친언론노조 성향의 인물로 분류됐다.

당초 박성제 현 사장의 들러리 정도로 인식됐던 안 내정자는 정책 발표에서 박 사장을 공격해 주목을 받았다.안 내정자는 사장 후보 정책발표에서 “국민의 절반은 MBC를 신뢰하지만 다른 절반은 비판합니다. 어떤 조사는 신뢰도 1위지만 다른 조사는 ‘믿지 않는다’는 불신이 3위입니다..(중략).. MBC 내부는 분열과 갈등이 심합니다. 스케이트장 등으로 유배를 가는 일이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라며 의외로 박성제 사장을 공격해 언론노조 내부 분열 조짐을 보였다.

결국 박성제 사장이 시민평가단 점수에서 탈락하고 안 내정자가 새로운 사장으로 낙점됐다. 

한편 안 내정자는 1994년 YTN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2001년 MBC에 경력 기자로 입사해 통일외교부, 사회부, 국제부, 뉴스투데이편집부장 등을 거쳤다. 2018년 방송기자연합회 회장을 역임했고, 2021년부터 사장 후보 지원 전까지 메가MBC추진단장을 맡았다.안 내정자는 경영계획서에서 임기 중 3대 역점과제로 ▲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블록딜 대외협력팀 구성 ▲ 지역 MBC 송출시스템 통합 ▲ 다양성 테스크포스(TF)·수평적 소통문화 정착 등을 내걸었다.안 내정자는 오는 23일 열리는 MBC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3년이다.

다음은 새 사장 선임에 반대하는 MBC 제3노조의 성명.

[MBC노조성명] 방문진의 사장선임 절차 총체적 부실·위법..공모 절차 다시 해야!

방송문화진흥회가 실시한 이번 MBC 사장 선임절차는 사상초유의 ‘시민평가단 도입’부터 위법하다. 지금까지 KBS가 대표이사를 선발할 때, 시민평가를 점수에 반영하는 식으로 고려한 뒤 최종적인 이사회 의결을 통해 사장을 결정한 일은 있어도, MBC처럼 방송문화진흥회법에서 규정한 ‘사장 후보자 선임사무 위임’ 틀을 벗어나 시민평가단에게 3명의 후보자 중 1명을 탈락시키는 권한을 준 사례는 없었으며 이는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위법소지가 다분하다.

최종적으로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법적근거도 없고, 전문성과 대표성도 검증되지 않은 시민평가단에게 주요 후보 중 한 명을 탈락시키는 권한을 주는 것은 ‘여야 6대3의 정당 추천에 따라 구성된 이사회가 결정한다’는 87년 방송문화진흥회 창립 당시의 여야 헌법적 합의에 배치되는 일이다.

이번 시민평가단의 선정 방식과 절차는 그 자체로도 불공정하였다. 첫째, 방송문화진흥회는 방송과 미디어에 대한 식견과 전문성과 전혀 상관없이 시청자 대표로서 150명을 선발하는 사무를 여론조사기관인 엠브레인에 맡겼는데 연령대를 2,30대, 4,50대, 6,70대와 같이 정치적 성향이 전혀 다른 그룹을 함께 묶어 2,30대 49명, 3,40대 60명, 6,70대 41명을 배정하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20대와 30대의 정치적 성향이 다르고 40대와 50대의 정치적 성향이 확연히 다르다. 그런데도 20년을 단위로 연령대를 구분한 것은 설득력이 없으며 시민평가단 선발 과정에서 정치적 성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부분도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민평가단이 구성되어 자칫 문화방송의 사장을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평가를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평가는 방송문화진흥회가 MBC에 장소 임대와 식사 및 주차, 기념품 제공 등의 사무를 위탁하고 MBC는 다시 이를 MBC 자회사에 맡겨 진행하였는데 현직 사장이 출마한 시민평가행사를 MBC 본사에서 치러야 하는 이유는 전혀 없었다. 물론 방송문화진흥회가 행사 비용을 처리했다고 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대관 비용을 얼마를 받아야 옳은 것인가? 갈비탕이 제공된 식대는 얼마를 받아야 옳은가 등의 논란꺼리를 낳는다.

■ 영업이익 관련 허위기재 후보 눈감아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확인 결과 방송문화진흥회는 2021년과 2022년에 MBC 경영본부장으로부터 결산보고를 받았으며 이때 분명히 영업이익은 40억 원과 684억 원으로 보고하였고,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방송문화진흥회는 MBC경영평가 보고서를 발간할 때도 모든 ‘영업이익’ 개념을 2020년 40억 원, 2021년 684억 원으로 적었으며 박성제 사장이 말한 영업이익 240억 원이나 1090억 원이라는 숫자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방송문화진흥회는 박성제 사장의 영업이익 허위기재 사실을 알고도 눈감아준 것으로 보이며 2023.2.7. 이사회의 대표이사 후보 1차 면접 당시 이러한 사실을 김도인 방문진 이사가 공개 지적하였으므로 몰랐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은 가장 중요하고도 엄정하게 진행되어야 할 대표이사 선발사무에 있어서 중요한 과실을 범한 것이며 이를 통해 엉뚱한 후보가 2차 시민평가에 올라가고 이후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봉쇄당한 후보가 생긴 것은 참으로 묵과할 수 없는 과오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방송문화진흥회는 오늘 안형준 후보를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한 결정을 철회하고 대표이사 선발 절차에서 손을 떼어야 마땅하다.

방송문화진흥회는 이미 ‘친민주당 방송’ MBC를 방관하고 방치한 과오가 크다. 출마한 주요 후보들이 박성제 MBC 5년을 ‘친민주당 방송’이라 비난하였고, 이에 대해 시민평가단은 박성제 사장 낙마를 결정함으로써 이를 공인하였다. 엄정한 방송중립과 자율성을 위해 창립되었던 87년 방송문화진흥회 창립 취지가 훼손당하였으므로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하였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은 이러한 책임을 엄중히 여겨 스스로 물러나고 대표이사 선임 절차는 새로운 이사회를 꾸려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2023.2.21.
MBC노동조합 (제3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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