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를 둘러싼 ‘후계자설’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김주애가 김 위원장과 함께 공식 행사에 여섯 번이나 등장하면서, 후계자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주애의 얼굴 사진이 들어간 우표가 발행됐고, 김주애 소유로 알려진 백마도 열병식에 등장하면서,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4일 북한 조선우표사가 공개한 8종의 우표 가운데, 5종에 김주애가 등장한다. [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지난 14일 북한 조선우표사가 공개한 8종의 우표 가운데, 5종에 김주애가 등장한다. [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하지만 김주애의 얼굴이 담긴 우표가 발행된 의도가 선대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북한의 숨은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게다가 북한 전문가들도 김주애의 후계자설에 대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14일 공개된 ‘화성-17형’ 기념우표 8종 중 5종에 김주애 등장...칭송 문구는 김정은에 집중

북한 조선우표사는 지난해 11월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기념하는 우표를 제작해 지난 14일 공개했다. 모두 8장을 만들었는데, 이 우표에는 김주애가 5번이나 등장한다. 전략무기인 화성-17형보다 김주애가 더 부각될 정도이다. 따라서 김주애 '우상화'가 시작됐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후계자가 아니라는 신중론도 우세하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수령과 함께하는 가족상의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는 데 의미가 있지 않으냐"고 분석했다. 또한 김주애의 등장으로 모든 화제가 김주애에 집중됨으로써, “핵문제보다는 가족 문제로 전환시키는 것에 성공했다”고 진단했다.

북한 우표 전문가인 이상현씨는 “김일성 주석을 포함해서 그 아들(김정일)과 손자(김정은)에 이르기까지는 절대적으로 정권을 확실하게 쥔 사람들만 우표에 등장했다”고 밝혔다. 김정일과 김정은은 차기 최고 권력자로서 확실한 입지를 굳힌 이후 우표에 등장한 반면, 후계자인지 불분명한 어린 김주애를 우표에 담은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는 설명이다.

20일 KBS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의 얼굴을 최초로 담은 우표가 발행된 것은 1987년으로, 김정일이 후계자로 확정되고 13년이나 지나 노동당 조직과 사업까지 완벽히 장악한 뒤였다.

김정은이 처음 우표에 등장한 건 김정일 사망 직후인 2011년이었다. 김주애 우표와 비교하면 아버지와 함께 나오고, 우표 문구에 아버지 이름만 나온 점이 유사하다. 하지만 이때 김정은은 이미 권력 승계에 들어간 신분이었다는 점이 차이점으로 지적된다.

우표 발행의 취지가 적힌 설명서를 보면 차이는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김정-은의 우표 설명서에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굵은 글씨로 '김정은'이 쓰여있고, 차기 최고 권력자에 걸맞은 수식어가 가득하다. 반면 김주애 우표 설명서에는 아버지 김정은의 이름과 그를 칭송하는 내용만 눈에 띈다. 따라서 후계자인지 불분명한 김주애를 담은 우표는 분명 파격적이지만, 북한의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김주애가 등장한 우표이지만 김정은을 칭송하는 내용만이 눈에 띈다. [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김주애가 등장한 우표이지만 김정은을 칭송하는 선전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북한 전문가들, ‘모계혈통’ 승계 가능성 두고 의견 엇갈려

김주애가 등장하는 우표가 발행되자 후계자 확정 여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후계자 수업을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모계 혈통으로 바꾸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주목됐다.

정 전 장관은 20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더라도, 나이가 있으니 지금 당장 권력을 세습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열병식 사열대에 중앙, 아버지(김 위원장) 옆에 서 있다는 건은 보통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계자 (지위를) 굳혀가고 있는 것"이라며 "손 흔드는 것부터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은 1972년 후계자 지명돼 22년 동안 권력 세습을 준비한 반면, 김 위원장은 후계 수업이 짧아 권력 기반을 다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후계자 수업을 일찍 시작한 것’이라고 짚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후계자로 내정된 지 3년이 채 안 돼서 권력을 잡은 탓에 집권 초기에 고생을 많이 했다는 것이 정 전 장관의 분석이다.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했다’며 김정은 위원장도 후계자를 20년 이상 훈련시켜야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김주애를 우표에 넣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김주애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권력 승계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 "북한이 가부장사회이지만, 당이 결심하면 된다"며 "옛날이야기지만 신라 시대에도 선덕·진덕여왕 등 3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상화 체계가 20년 이상 준비되고, 2500만 북한 주민들에게 '김주애가 잘할 것 같다'는 믿음이 입력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김주애가 후계자가 아니냐, 그렇게 인식할 수 있는 정황이 대단히 많다”면서도 “김주애가 딸인데, 딸이 과연 후계 구도를 이어받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대단히 논쟁적”이라고 진단했다. 김주애가 결혼해서 애를 낳고 후계를 삼을 경우, 혈통 구도가 ’외가‘로 바뀐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김주애의 후계자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유뉴트 캡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김주애의 후계자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유뉴트 캡처]

태 의원은 김정일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앉히기 위해서 세 번이나 결혼한 점을 들었다. 김정은도 그런 길을 갈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김정은의 첫째가 아들이라는 정보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정은의 첫째 아들 있는지 아니면 김주애가 맏인지조차 확인 안돼

실제로 태 의원은 북한의 엘리트 중에서 김정은 일가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간 사람 중의 한명으로 꼽힌다. 2015년 김정은의 형 김정철이 런던에 왔을 때 당시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로 근무하며 그를 수행했던 태 의원은 김정철의 아동복 구매와 관련한 일화를 공개했다. 김정철이 백화점에서 아동복을 살 때, 바로 옆에서 어떤 옷을 사는지 봤더라면, 김정은의 자녀 관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당시 수행팀이 제지하는 바람에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의 첫째가 아들인지, 아니면 김주애가 맏인지 확인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김정은의 자녀 관계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태 의원은 북한이 보수적인 사회이기에 여성(김주애)이 후계자가 되기가 불가능하다는 분석에 대해 “현 시점에서 보면 그렇지만 앞으로는 모른다”며 관념이 깨질 수도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국정원은 김정은과 리설주 사이에 2010년생 아들과 2013년 딸 주애, 2017년생 아들 등 3명의 자녀가 있다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반면 김주애가 김정은의 자녀 중 첫째라는 주장도 있다. 3명의 자녀 중 두 명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김정은과 여러 행사에서 동행한 김주애 역시 이름도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맨을 통해 알려졌을 뿐, 공식 확인된 적은 없다.

김주애 띄우기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베일에 가려진 김 위원장의 맏아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세간의 이목이 김주애에게 쏠릴수록, 맏아들이 있다면 아마도 조용히 후계자 수업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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