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NSC 소집後 5줄 입장문 "정상간 직접대화로 해결…" 참모진엔 '함구령'
汎野 "한미동맹 기반 대북 압박·경계 강화" 汎與 "文 조정자 역할 해달라"

6.12 미북정상회담 개최 전망이 북한 측의 '분노와 적대감' 발언에 24일(미 현지시간) 미국이 '회담 취소'로 응수하면서 안갯 속에 빠져들었다. 한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감 표명과 함께 미북간 '직접 소통'을 통한 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는 회담 재개 필요성에 입을 모았지만 대북 대응 태세나 문재인 정부의 역할론을 둘러싼 여야간 의견차는 훨씬 커졌다.

문 대통령은 25일(한국시간) 청와대에서 0시부터 1시간 동안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들과 긴급 회의를 가진 뒤 입장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는 포기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역사적 과제"라면서 "북미(미북)정상회담이 예정된 6월12일에 열리지 않게 된 데 대해 당혹스럽고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당사자들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지금의 소통 방식으로는 민감하고 어려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정상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미북 양측에 당부했다.

이런 내용의 입장문은 총 다섯 문장에 그쳤다. 

청와대 참모진은 문 대통령 입장문 발표 이후, 미북회담 귀추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 입장문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는 식의 반응이다. 핵심 참모들에게는 사실상 '함구령'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워낙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시기라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 "(미북회담 취소 관련)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에 참모들이 이를 해석하는 설명도 내지 않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왔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북회담의 전격적인 취소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우리는 일관되게 미북회담으로 북핵이 완전히 폐기돼 한반도의 영구평화가 오길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해 깊은 유감을 거듭 표한다"고 우선 밝혔다.

홍준표 대표는 "연초부터 북이 보인 평화무드 조성 외교는 중국을 끌어들여 국제 제재를 타개해보려는 기만술책이 아닌가 의심해왔다. 그래서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고 말했고 4.27 판문점선언 내용을 보고 위장평화쇼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어찌됐건 간 북핵 문제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국제 제재와 압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됐고 우리는 대북 경계심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평화는 힘의 균형으로 지켜지지 말의 성찬으로 지켜지지는 않는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미북회담이 재개돼 군사적 충돌이 아닌 대화로 북핵 폐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세계사적으로 기록될 만한 역사적 만남을 놓고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신중한 상황관리에 치중했어야 한다"며 "(한반도의) 운전자를 자처하는 동안 문 정부가 근거없는 낙관론과 장밋빛 환상에 취해 있는 동안에도 현실은 여전히 냉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차가운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의용 안보실장은 이렇게 엄중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음에도 99.9% 미북 회담이 이뤄진다고 낙관하며 오로지 국민에 '드디어 평화가 왔다'고 선전하면서 집권여당과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모든 사람들이 들떠 있었다"며 "김정은을 대신해 미국을 설득한 문 정부의 소위 중재자론도 일정 부분 파산을 맞게 됐다"고 비판했다. "북핵 폐기를 둘러싼 미북 대립에서 중립적 중재자 발상 자체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제2야당 바른미래당에서는 유승민 공동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북 정상회담을 조율하고 귀국하는 시점에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취소된 것"이라며 "한미동맹이 정상이 아니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그동안 운전대에 앉아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도대체 무엇을 조율했다는 말이냐"면서 "미북회담이 취소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냉정히 분석하고 한미대화로부터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이런 상황은 김정은의 약속 뒤집기 및 한반도 비핵화 의지에 대한 진정성 결여에 있고, 미국의 과도한 자존심과 체면 세우기에서 초래됐다"며 "여기에 과도한 기대와 장밋빛 전망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 전략에 혼선을 야기한 한국외교의 무능이 가져온 참사"라고 미북 양측을 싸잡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중재자론을 겨냥해서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결과가 이 꼴인가, 아니면 문 대통령이 과도하게 비핵화 관련 북한 입장을 옹호한 결과인가"라고 반문한 뒤 "판문점선언과 미북정상회담 관련해서 지나친 호들갑으로 국민께 허탈과 상실감, 불안감을 준 것에 대해 사과하라"며 "(국민에게) 한반도 평화정착이 올 거란 최면, 환각에 빠트린 죄가 너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북회담 재개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정권 비판 수위를 높인 두 야당과 달리, 친북·좌파성향 야당들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조정자 내지 중재자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날 긴급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미북) 양측 참모들의 막말로 판이 잠시 흐트러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미북)회담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놨다"며 "문 대통령은 (대북) 핫라인을 최대한 활용해 북미(미북) 모두 자존심 상하지 않고 마주앉을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동영 의원은 "정부가 보다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북미(미북)간 직접적인 소통을 대신해 평양-서울, 서울-워싱턴을 잇는 간접 방식으로 오해를 풀고 강경파 충돌로 인한 난기류를 수습해서 극적인 반전을 만드는 게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회담 취소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면서도 "한반도 비핵화는 변함없는 목표이자 세계인들에 대한 약속이다. 미국과 북한은 이 목표를 실현할 책임과 약속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 새로운 접촉, 새로운 대화 등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역할이 보다 커졌다"고 주장하며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 인내심, 단결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시작됐다. 시작이 반이다. 희망을 잃지 말자"고 덧붙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추미애 대표가 "비관하거나 낙담할 때가 아니"라며 "정부가 북미(미북)간 소통을 돕기 위해 적극적을로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민평당·정의당과 궤를 같이하는 입장을 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