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 광저우시의 의류 공장 밀집 지역에 게시된 구인 공고. 중국의 대규모 공장 지대에서는 현재 구인난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달성했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중국 수출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저임금 노동시장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받았단 분석이 나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친단 평가다.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코로나19에 결정적인 승리를 달성했다"는 판단이 내려지고 선언됐다고 17일(현지시각) 중국 관영 매체들과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주체적으로 "건강 보호 및 중증 질병 예방"에 초점을 맞췄고 중국 인민에 대한 통제 조치를 최적화함으로써 비교적 짧은 기간에 위기를 순조롭게 넘겼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와 같은 평가는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 보인단 지적이 블룸버그통신에 의해 제기됐다. 중국 당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경제 회복'에서 특히 중요한 농민공(이주 노동자)들의 복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단 것이 큰 문제란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한국시각) '코로나제로 정책이 중국 공장을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을 망쳤다(Covid Zero broke the system that keeps China's factories running)란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이와 같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 노동시장은 이미 코로나19 전부터 고령화 문제, 젊은이들의 저임금·노동집약적 노동 종사 기피 현상 등 장기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었는데,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대규모 공장 중심부로 농민공들이 돌아가길 꺼려하면서 중국 노동 시장의 장기 구조적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3년 간의 코로나제로 이후 자국 경제가 다시 경상 궤도에 오를 것(back on track)이라 말하고 있지만, 코로나제로 정책의 그림자가 여전히 중국 제조업 중심부에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최대 의류 도매 시장이 있는 중국 남부 광저우시의 경우엔 노동자들이 장기간의 락다운(봉쇄) 조치, 임금 미지급, 폭력 시위를 경험한 이후 돌아오기를 주저하고 있다고 공장 소유주들과 채용 담당자들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이 지역에서는 항상 구인 광고판이 붙어 있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노동 조건과 혜택을 밝히면서 일 해주기를 구걸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저우 시에서 구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채용 담당자들. [사진=블룸버그통신]

이와 관련해 광저우 하이주 구의 채용담당자인 탕닝 씨는 노동자들의 주저를 이해할 수 있다며 "당신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초거대도시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봐라. 일생 동안 월급을 모아도 집 한채 살 수 없고, 공동화장실을 타인과 사용하며 협소한 방에서 살아야 한다. 또 하루 12시간 일해야 한다. 유일한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벌고 저축하는 것 뿐"이라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락다운 조치가 내려졌었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오랫동안 돈을 못 받을 지 기약할 수 없었다"라고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억9600만 명의 농민공들 중 공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는 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지만, 직원 및 관리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인력 수급의 어려움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일부 기업들은 봉급을 더 올리거나 특전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공들의 복귀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기업 존스 랑 라살의 브루스 팡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코로나 봉쇄의 불확실성을 경험한 후 고향에 머물고자 하는 농민공들이 더 많아졌다"며 "지방의 인프라가 향상되고 지방 정부의 지원 정책이 강화되면서 더 많은 근로자가 고향에서 구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실제 수치로도 어느 정도 확인된다. 중국의 온라인 구인 사이트 자오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 춘절을 맞아 귀향한 근로자의 약 40%가 고향에서 직업을 구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15%는 이미 일자리를 찾기도 했다.

중국 노동자들의 성향이 변화하고 있다는 징조도 포착된다. 블룸버그통신에 자신의 성 장씨만을 밝힌 한 노동자는 "예전에 벌던 월급보다 적은 약 7000위안에서 8000위안의 일자리를 찾고 있다"며 "돈은 조금 적게 벌더라도 노동 강도가 낮고 신뢰할 수 있는 상사가 있으며 불확실성이 덜한 환경에서 일하는 게 낫다"는 심경을 밝혔다. 소위 '몸을 갈아넣는' 힘든 일은 하지 않겠다는 성향이 중국 노동자들에게서 생겨나고 있단 것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저임금 노동집약형 성장 모델로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해온 중국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르그 부트케 중국 주재 유럽 연합 상공회의소 회장은 "노동 집약 산업으로 노동자를 유인하기 위해 더 많은 급여가 필요하다면, 저임금 노동력을 적극 활용해 온 중국의 오랜 이점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단기간 내에 노동집약적 산업에 대한 기회를 잃을 수 있다"며 "중국이 다시 경쟁력을 갖추려면 농민공들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저우 시 시내의 의류 작업장. 농민공들은 허름하고 낙후된 작업장에서 장시간 일하는 것을 이제는 꺼리고 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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