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미북정상회담 취소에 '김정은 위임' 신속담화…"아무때나 마주앉아 문제 풀 용의"
“불미스런 사태...관계개선을 위한 수뇌상봉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줘”
“한가지씩 단계별 해결해나간다면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美도 깊이 숙고해봐야”
김계관 담화에 대해 트럼프 "따뜻하고 생산적 담화.좋은 뉴스...단지 시간이 말해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미국 현지시간) 미북정상회담에 대한 취소 방침을 전격 밝히면서, 북한이 뒤늦게 협상에 적극적인 태세를 보이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25일 "조선반도(한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부상이 ‘미북정상회담 취소 서한’이 공개된 후 신속하게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강조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연합뉴스TV 제공]

그는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재고(再考)를 촉구했다.

이같은 발표는 '위임에 따라'라는 문구를 사용하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뜻이 담겼음을 시사했다.

김 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발표와 관련, "수십 년에 걸친 적대와 불신의 관계를 청산하고 조미(북미) 관계 개선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려는 우리의 진지한 모색과 적극적인 노력들은 내외의 한결같은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며 "그런 가운데 24일 미합중국 트럼프 대통령이 불현듯 이미 기정사실화되어 있던 조미수뇌상봉을 취소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였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미북 정상회담 취소’ 발표와 관련해 "미국 측의 일방적인 회담 취소 공개는 우리로 하여금 여직껏(여태껏) 기울인 노력과 우리가 새롭게 선택하여 가는 이 길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며 미국 측의 일방적인 취소를 지적하는 한편 "조선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커다란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감'이라는 것은 사실 조미 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 폐기를 압박해온 미국 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미국이 과도한 요구를 해온다고 거론하면서도 낮은 톤을 유지했다.

그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이라는 중대 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데 대하여 의연 내심 높이 평가하여 왔다"면서 "그런데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갑작스런 미북정상회담 취소에 당혹스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김 제1부상은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태는 역사적 뿌리가 깊은 조미 적대관계의 현 실태가 얼마나 엄중하며 관계개선을 위한 수뇌상봉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협상에 적극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트럼프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 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하였다"며 미북정상회담 준비에 임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좋은 시작을 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시면서 그를 위한 준비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 오시였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부상은 16일 먼저 미북정상회담 재고려 의사를 밝혔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또한 "우리(북한)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이를 통해 미북 정상회담의 주도권을 쥔 듯한 모습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모습을 선보였으나, 미국이 미북정상회담 취소 선언을 하자 오히려 회담을 이어가기 위한 의사를 거듭 피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공개서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최근 당신들의 발언(statement)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으로 인해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에서 회담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며 미북정상회담 취소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정상회담 취소 공개 다음날 아침 북한이 신속하게 담화를 발표한 것은 정상회담 개최 용의가 있음을 거듭 밝히며 자신들의 전향적인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도권을 갖고자 먼저 ‘미북 정상회담 재고려·취소’를 시사하던 북한이 오히려 협상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나섬에 따라 미국측도 좀더 추이를 지켜보며 향후 다른 협상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북측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김계관의 담화에 대해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라며 "아주 좋은 뉴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것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번영과 평화로 이어질지 곧 보게 될 것"이라며 "단지 시간(그리고 수완)이 말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6.12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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