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허위보도로 인정한 연합뉴스 2016년 기사.

지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거론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지난해 ‘수백만 원대 굿판’ 관련 허위보도로 인한 손해를 입었다며 연합뉴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연합뉴스가 허위보도를 했다는 판단을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손해배상의 의무는 없다는 기이한 판결을 했다.  일각에서 ‘이겼는데 진 재판’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4부(재판장 서보민)는 지난 1일 연합뉴스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인 연합뉴스 측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가합506089).

연합뉴스는 지난 2016년 11월14일자 기사 〈”최순실 작년 봄까지 수차례 굿… 올해 죽을 수 넘으려 사건 터져”〉에서 최 씨가 무당에게 찾아가 수 백만원대 굿판을 벌이는가 하면 장관 인선(人選)을 묻기까지 했다는 취지의 소식을 전했다.

이에 대해 최 씨는 지난해 1월25일 연합뉴스의 보도 내용은 허위이며 해당 보도로 인해 명예가 훼손되는 손해를 입었다며 연합뉴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사건 재판부는 원고인 최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우선 피고인 연합뉴스 측은 보도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구체화되지 않은 사실에 관해서는 피고에게 입증 책임이 있지만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문제의 보도 내용이 사실임이 입증됐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각 기사에 적시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가 제시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따라서 위 각 사실이 허위임은 입증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재판부는 또 "허위사실이 보도되었으므로 그로 인하여 원고(최서원)는 사회적인 평가나 인격권이 침해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최서원씨는 재판에서 승소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보도 내용이 박 전 대통령의 지인으로서 문제의 보도가 이뤄진 당시 국정 운영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던 최 씨가 무속 신앙을 믿고 있으며 나아가 장관 인사와 관련해 무속인에게 조언을 구했다는 것으로써 보도가 공익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고 연합뉴스 측이 인터뷰했다는 70대 여성 무속인의 인터뷰 내용을 보건대 그 내용이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내용 등에 관한 구체적 진술로 돼 있는 점 등에서 보도 기자가 무속인의 주장을 진실한 사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 연합뉴스 측 보도의 위법성이 조각돼 배상 의무가 면제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같은 재판 결과에 대해 이번 사건에서 최 씨의 소송 대리를 맡은 이동환 변호사는 “모든 언론사는 기본적으로 ‘공익 보도’를 내세우고 있다”며 “이번 판결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그 어떤 언론사도 허위 보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기에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연합뉴스의 보도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이겼으나 배상을 받아내는 데에는 이르지 못해 진 사건’이라는 평이 나온다.

최 씨 측은 이번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박순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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