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징용공 동상 관련한 1심 판결 뒤집어
승소한 이우연 박사 "동상 철거운동 하겠다"...징용공 동상 존치 논란 거세질듯

왼쪽은 서울 용산역 앞에 설치된 ‘징용공’ 동상의 모습. 오른쪽은 아사히카와신문의 1926년 9월9일자 기사〈너무나 참혹한 토공 학대: 진실로 전율케 하는 피해자들의 실화〉(慘酷極まる土工の虐待: 眞に戰慄を覺へしむる被害者の實話)에 게재된 사진. 사진 속 인물들은 악덕 업주를 만나 홋카이도(北海道) 탄광에서 노예처럼 일하던 취업 사기 피해자들로써 기사 내용은 일본 현지 경찰이 구출해 냈다는 것으로 돼 있다.

“외모적 특징이 상당히 유사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평화의 소녀상’으로 알려진 ‘일본군 위안부’ 동상의 작가 김서경·김운성 부부가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경제학 박사)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이 위원의 손을 들어줬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나64834).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 7-2부(양철한 이정형 구광현)는 14일 원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취소 부분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소위 ‘징용공 문제’로 알려진 태평양전쟁 당시 조선인 노무동원 문제와 관련해 김 작가 부부가 이 위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 2019년 10월29일. 자신들이 제작한 ‘징용공’ 동상의 모델이 사실은 일본인이라는 이 위원의 주장이 허위에 해당하며 해당 주장으로 인해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앞서 이 사건 원심 재판부는 작가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 박사의 주장이 추측에 근거했을 뿐이며, 야윈 체형과 짧은 옷차림 외에는 1926년 9월9일자 일본 아사히카와신문(旭川新聞) 기사 〈너무나 참혹한 토공 학대: 진실로 전율케 하는 피해자들의 실화〉(慘酷極まる土工の虐待: 眞に戰慄を覺へしむる被害者の實話)에 게재된 사진상의 일본인 모습과 작가 부부의 ‘징용공’ 동상 간의 유사점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사실이 적시돼야 하는데 이 박사의 주장 내용은 의견 표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설령 이 박사의 주장 내용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상 공익성이 인정되고 이 박사가 자신의 발언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도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항소심에서는 작가 부부의 ‘징용공’ 동상의 모습과 아시히카와신문에 게재된 사진 속 일본인 노동자들의 모습이 유사하다고 인식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그 이유로 항소심 재판부는 ▲2010년대 우리나라 일부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 한국인 강제징용 노동자를 촬영한 대표적 사진으로 실려있었던 점 ▲2016년 8월경 부산 소재 일제강제동원 역사관 추모탑 뒤편 설치물에도 한국인 강제징용 노동자를 나타내는 사진으로 사용된 점 등을 들고 해당 아사히카와신문 기사에 첨부된 사진이 작가 부부의 ‘징용공’ 동상 제작 무렵까지 공중(公衆)에 한국인 강제징용 노동자들을 찍은 사진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에서 작가 부부가 문제의 ‘징용공’ 동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사의 사진을 참고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 과정에서 원고인 작가 부부 측은 자신들은 ‘징용’과 관련한 신문기사, 논문, 사진 자료 등을 조사하고 상상력을 동원해 문제의 ‘징용공’ 동상을 제작했다고 주장했으나 자신들이 참고했다는 신문기사나 논문, 사진 자료 등을 법원에 제출하지 못했다.

항소심에서 승소한 이 연구위원은 이날 “서울 용산역 등 전국 주요 10개 도시에 세워진 ‘징용공’ 동상 모델이 일본인이라고 주장했다는데 관련 재판에서 내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며 문제의 ‘징용공’ 동상에 대한 철거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겠다는 뜻을 표했다.

한편, 동일 사안으로 작가 부부와 소송 중인 김소연 변호사(前 대전광역시의원)는 1심에서 승소했으나 항소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김 변호사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박순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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