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군, 정찰자산 이북지역 투입.2022. 12. 26. (사진=연합뉴스)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군, 정찰자산 이북지역 투입.2022. 12. 26.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비대칭 전력인 무인기가 지난해 12월 서울 영공을 침투한 가운데,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근본적인 대응 방안이 14일 나와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바로 대공레이더의 다중반사각 발생 문제 해결을 통한 탐지레이더 적극운용과 함께 '통합방공태세'의 구축이다.

서울 하늘로 침투한 북한 무인기 사태에 대해 세부적인 적(敵) 위협성 평가 없이 단순히 침투 시도 그 사실 자체만으로 아군의 방공작전태세가 모조리 잘못됐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북한 무인기가 의도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형태로 활공해 무엇을 표적으로 삼았으며 이와 같은 평가 진행 후 군의 대응 체계인 '탐지-식별-추적-타격'의 단계 중 어떤 제한사항이 있는지 들여다봄으로써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방공레이더 다중반사각 해소에 따른 작전성 증가'와 '통합방공태세 구축'이라는 대응방안이 14일 서울 용산 국방부 내 육군회관에서 열린 (사)글로벌국방연구포럼(GDRF, 회장 심승섭 전 해군참모총장)을 통해 제시됐다.

젊은 예비역 국방전문가들의 연구모임인 GDRF와 포항공과대학교(포항공대, 포스텍)이 주최한 '북한 무인기 위협 진단과 대응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위 두가지 대응방안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이날 육군회관에서 열린 GDRF의 북한 무인기 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에 직접 참석, 전문가들의 설명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된 합참이 국방위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식별 경로 관련 자료. 2022.12.28(사진=국회 국방위원회, 일부편집=조주형 기자)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된 합참이 국방위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식별 경로 관련 자료. 2022.12.28(사진=국회 국방위원회, 일부편집=조주형 기자)

#1. 도심지역 방공작전의 함정은 바로 '다중반사각'···軍 작전의 최대 걸림돌?

가장 먼저, 아군 무인기 대응체계의 첫 단계인 '탐지' 단계는 주요 무기인 '레이더'와 '육안'을 통한 미상물체를 포착하는 단계로써 탐지 이후 미상물체의 정체를 파악하는 '식별' 단계로 진행된다. 식별 과정을 통해 피아를 구분함으로써 추적 후 타격 여부를 결심하게 된다.

이때 우리 군의 '탐지·식별' 과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우리 영공으로 침투한 정체불명의 물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각종 장애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적으로 판정되더라도, 판정될때까지 발생하는 '오경보'의 위험 때문에 적 판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오(誤)경보가 발생하게 됨에 따라 방공작전이 개시되는 것도 사실상 작전 실패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잘못된 경보로 인해 군의 추가 작전 예상성과를 그르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경보를 줄이는 것도 방공작전의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최초 레이다에 의한 소형 무인기 탐지 및 식별 과정이 어려운 이유는 ▲표적크기 ▲표적속도 ▲표적위치 ▲유사표적(철새 등) ▲식별지연 등의 이유가 있다는 게 김경태 포항공대 교수의 설명이다.

김경태 교수의 이날 설명에 따르면, 위 5가지 제한성 가운데에서도 '표적의 위치'로 인해 발생하는 '다중반사(Multipath)' 현상으로 인해 적(敵) 무인기 탐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 등 수도권 도심지로 침투하는 적 무인기의 경우, 도심환경의 특성상 발생하는 주변의 배경 반사(클러터) 및 다중 반사에 의하여 무인기 신호가 레이더 상에서 가려지게 된다는 것이다.

김경태 교수는 이날 낮은 비행 고도에서 발생하는 다중 반사 형태와 그로인한 오경보 발생 직전의 실험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가 제시한 실험 모습에선ㄴ, 정작 표적은 1개임에도 불구하고 레이더상에서 다중 반사에 의한 허위 표적이 더욱 크게 포착된 것.

여기서 인간적인 문제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중 반사로 발생하는 오경보를 줄일 목적으로 레이더의 감도를 줄일 경우 크기마저도 작아 원천적으로 탐지가 쉽지않은 무인기에 대한 탐지 또한 어려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제한성을 포착한 김경태 교수는 다중반사 현상을 자동 제거하는 기술이 개발중임을 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현존 기술력의 상승을 통해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따른 제한성을 극복하는 방법 외에 다른 대안은 무엇일까.

14일 국방부 육군회관에서 열린 GDRF의 [북한 무인기 위협 진단과 대응방안 모색 “소형 무인기 탐지 레이다 현황과 과제”] 토론회 내용 일부. 2023.02.14(사진=조주형 기자)
14일 국방부 육군회관에서 열린 GDRF의 [북한 무인기 위협 진단과 대응방안 모색 “소형 무인기 탐지 레이다 현황과 과제”] 토론회 내용 일부. 2023.02.14(사진=조주형 기자)

#2. 고도별 군종별로 분리된 방공작전···이제라도 통합방공작전태세로 전환·구축해야

바로 '국가통합방공태세'의 구축이다. 현행 방공작전의 지휘체계를 개선함으로써 보다 강력한 방공대응태세를 갖추는 방안이 이날 제시됐다. 우리 군의 기존 방공작전은 육군·공군의 고도별 합동 및 분산작전으로 진행되는데, 이제 북한군의 비대칭 위협 수단인 무인기 혹은 드론을 포함하여 전통적 정규군 위협인 고정익·회전익 항공기까지 모두 통합대응하자는 논리이다.

이와 같은 방안을 제시한 이는 방공포병사령관 출신인 권명국 예비역 공군 소장이다. 권 전 사령관은 공군과 육군의 방공작전을 모두 경험해본 인물로, 이번 토론회에서 육군의 방공작전 태세가 갖고 있는 구조적 제한성을 직접 언급하며 방공작전의 성공 열쇠나 마찬가지인 '방어교리(defence docrine)'에 대한 일체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교리라 함은, '군사사상과 군사이론을 기반으로 전쟁목적과 국방정책 등에 맞게 적용하여 공식화한 실천적 행동 원리·원칙 및 논리'로 정의될 수 있다. 우리 군의 방공작전은 통상 고도별로 공군과 육군의 책임 공간으로 분리하여 운용되는데, 이때 육군은 군단작전 책임지역별로 나눠서 운용하게 된다.

권명국 전 사령관은 이와 같은 현행 대응 태세에 대해 "그러다보니 서부 전선의 모 군단에서 탐지 및 보고한 시간과, 동부 전선 혹은 중부 전선의 모 군단에서 탐지 및 보고한 시간이 다르다"라며 "그러다보니 전체적으로 제각각 대응하게 되면서 방공작전의 통합성과 일체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북한군의 비대칭 위협의 일환인 무인기라는 하나의 침투 수단에만 대응하지 말아야 하며, 여러 수단에 대응하기 위한 통합방공태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무인기를 포함하여 여전히 우리 군을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회전익 항공기(MI계열)등에 대한 배합침투 가능성에 대해서도 만반의 대비태세가 필요함을 누차 강조했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출신 안영호 예비역 육군 중장 역시 이날 토론회에서 공세적 방어개념으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안 전 본부장은 "무인기를 무인기로 대응한다고 했을때, 무인기가 정찰 기능으로써 활용성이 높으려면 감시표적에 대한 다각도 촬영 및 확대포착 기능성을 비롯해 감시표적의 군사좌표 변환기능을 갖고 있어야 한다"라면서 "그와 달리 북한의 무인기는 사전 경로설정 형태에다가 사진을 촬영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무인기 기능과 우리 군의 무인기 기능은 현저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무인기 침투 상황 발생 시 우리 군 무인기를 북한지역으로 침투시켜 김정은이 산책하는 모습을 포착해 공개하면 오히려 강압전략상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방연구원 김기원 연구원 역시 "북한이 무인기 도발을 감행하고사 우리 군이 대응했다"라며 "북한이 먼저 도발행동을 벌였음에도, 인민군 수뇌부의 박정천을 해임했는데 이는 북한의 도발 행위가 두번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국방부 내 육군회관에서 열린 GDRF의 '북한 무인기 위협 진단과 대응방안 모색' 토론회에는 심승섭 전 해군 참모총장을 비롯해 육군교육사령부 인공지능(AI)·드론봇전투발전센터장 김동일 대령, 이흥석 전 한미연합사령부 정보생산처장을 포함한 국방부의 실국관급 고위 관계자들이 함께 자리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북한 무인기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해 서울 상공까지 침투했다. 격추에 나선 군의 대응 작전으로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의 민항기가 한때 이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6일 오전 10시 25분께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 수 개가 포착됐다. 사진은 이날 김포 상공에서 포착된 북한 무인항공기. 2022.12.26 [KBS 화면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사진=연합뉴스)
북한 무인기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해 서울 상공까지 침투했다. 격추에 나선 군의 대응 작전으로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의 민항기가 한때 이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6일 오전 10시 25분께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 수 개가 포착됐다. 사진은 이날 김포 상공에서 포착된 북한 무인항공기. 2022.12.26 [KBS 화면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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